기후변화 악화 시 韓 경제 타격…한은 “2100년 자동차 수출 최대 24% ↓”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강조”

향후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수출입경로를 통해 국내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단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경로를 통한 해외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국내 파급영향’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김재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지속가능성연구팀 과장과 정선문 동국대 회계학과 조교수, 이성태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공동으로 연구해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전혀 하지 않으면 2100년에는 자동차·정유·철강·농축산업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수출입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무역의존도가 높아 세계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에 따른 생산 위축과 부가가치 감소를 피하기 어렵단 경고입니다.

 

기후변화, 세계 경제 악영향…수출입경로 통해 국내 경제 파급 💰

통상 기후변화 리스크는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s)’와 ‘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s)’로 구분됩니다.

여기서 물리적 리스크란 기후변화 그 자체가 초래하는 충격을 말합니다. 세부적으로는 평균기온·강수 변화·해수면 상승 등 기후패턴의 장기적 변화와 관련된 만성 리스크(Chronic Risks)와 자연재해와 관련된 급성 리스크(Acute Risks)로 구분됩니다.

보고서는 올해 지구 평균기온이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물리적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전 세계적인 기후 충격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수출입경로를 통해 국내 경제에도 파급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 한국은행은 녹색금융협의체의 기후리크스 6번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물리적 리스크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NGFS 제공, 그리니엄 편집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을 시 한국GDP 2100년 최대 5.4% ↓ 💸

보고서는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가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통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수출입 측면에서 살펴봤습니다.

수출경로에서는 기후변화가 주요 교역상대국의 생산성·소득 감소로 이어졌고, 그 결과 자동차·정유·철강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수출 감소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녹색금융협의체(NGFS)의 6번째 기후리스크 시나리오(현재 정책 유지)에 따르면, 2100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대비 2~5.4% 감소할 전망입니다.

같은기간 세계 GDP는 3.8~8.9%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않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최대 3℃ 이상 상승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경우입니다.

 

▲ 해외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주요 산업의 수출 변화를 산출한 결과, 자동차·정유·철강 등의 수출이 기준 시나리오 대비 최대 2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 보고서 갈무리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을 경우 2100년 韓 자동차 수출 최대 24% ↓ 📉

분석 결과,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주요 산업의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충격으로 각국 산업의 생산이 저해되고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요 감소에 취약하다”며 “향후 기후변화가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세부적인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 정유 🛢️: -9.7~-19.1%
  • 화학 ⚗️: -5.0~-10.2%
  • 철강 🏭: -7.2~-15.6%
  • 자동차 🚗: -11.6~-23.9%
  • 전산업 📦: -6.2~-12.7%

 

보고서는 이러한 관측을 ‘수출의 해외소득 탄력성’을 통해 뒷받침했습니다. 이는 교역상대국의 소득변화에 따른 우리나라 수출액 변화로 정의되는 개념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을 종속변수로, 주요국의 실질 GDP를 소득 대용 지표 및 설명변수로 설정해 이를 계산했습니다.

추정 결과, 국내 주요 수출산업의 수출은 교역상대국의 소득에 탄력적으로 변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석유 정제품 제조업(4.53)과 자동차 제조업 수출(4.43)의 소득탄력성은 모든 산업 평균(1.34)보다 높았습니다.

쉽게 말해 교역상대국의 소득이 1% 줄어들 때, 국내 정유 및 자동차 산업의 수출은 각각 4.53%, 4.43% 감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후변화, 농축수산물 수입 가격 ↑…“수입 의존도 높은 음식료품 타격” 📈

한편, 수입경로 측면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축수산물 공급 충격이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단 전망이 나왔습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서 제시한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포기해 지구 평균기온이 계속 상승하는 ‘SSP5-8.5’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분석했습니다.

SSP 시나리오는 IPCC의 '제6차 종합보고서(AR6)에서 사용된 미래 기후 예측 시나리오입니다. 가장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경우인 SSP5-8.5는 온실가스 배출을 거의 제한하지 않은 고탄소 시나리오입니다.

다시 말해 산업의 빠른 발전에 중점을 둬 화석연료 사용이 많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보고서가 SSP5-8.5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농축수산물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평균기온 상승 폭이 1.5℃를 초과할 경우 세계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당초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온도가 상승하면 작물의 생산성이 향상할 수 있지만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온도 상승은 생산성을 저하시켜 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기온 상승에 따른 전 세계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은 2040년 이후부터 러시아와 호주를 중심으로 가시화됩니다.

2100년경 농축수산물 가격은 ▲러시아(49.4%) ▲미국(22.4%) ▲호주(9.2%) ▲베트남(4.9%) ▲뉴질랜드(2.8%) 등으로 상승압력이 커질 예정이란 것이 한은의 전망입니다.

보고서는 “수입 농축수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농림수산업·음식료품 제조업 등의 생산자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며 “동시에 이들 산업의 부가가치는 하락할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 기후변화가 교역상대국의 생산성과 소득 감소로 귀결돼 자동차와 정유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수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한은, 국내 경제 타격 방지 위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강조” 🚨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화함에 따라 보고서는 물리적 리스크가 표면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단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은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채무불이행 위험과 시장가치 하락이 확대될 수 있단 것이 보고서의 진단입니다.

한편, 보고서는 이번 분석은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에서 만성 리스크만 고려한 것으로, ‘급성 리스크’까지 고려될 경우 국내 수출입산업의 피해 악화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급성 리스크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피해를 뜻합니다.

이에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기후변화 리스크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고려해 국제 공급망을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기후변화 리스크에 취약한 지역에 있는 해외 거래기업의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단 의미입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주요 교역상대국 중 향후 기온 상승이 가시화할 것으로 관측되는 국가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주요 무역국 중 하나인 미국의 경우, 2100년 기온이 2021년 대비 5.8℃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같은기간 ▲캐나다( 7.8℃) ▲러시아(7.2℃) ▲사우디아라비아(5.9℃) 등 주요 교역국 또한 기후변화 리스크가 점차 확대될 전망으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보고서는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에 있어 산업 분야를 넘어 금융기관의 역할도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금융기관 또한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시 국내 위험 뿐만 아니라 해외 기후변화에서 파급되는 리스크도 주요 위험요인으로 인식·관리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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