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안이나 성과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본에서 폐막한 ‘제6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부속기후회의(SB60)’의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은 파리협정 당사국 간 위임사항과 이행방안을 협상하기 위해 매년 두 차례에 걸쳐 부속기후회의를 엽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개최됩니다.
상반기에 열리는 회의는 연례 기후총회의 주요 쟁점이 무엇인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번 회의는 오는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주요 안건을 미리 볼 수 있단 뜻입니다.
사이먼 스틸 UNFCCC 사무총장은 폐회사에서 “일부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아직 협상장 위에 안건이 많다”고 성토했습니다.
그는 이어 COP29에서 “야심찬 결과를 얻기 위해선 매우 가파른 산을 올라야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130여개국 1,90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폐막 직후 성명을 통해 “본은 실패했고, 유엔기후회담은 실패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진전이 거의 없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교착 상태’ 빠진 2025년 신규 기후재원 협상…국가 간 입장차 선명 💰
이번 회의의 핵심 안건은 단연 신규 기후재원이었습니다.
2009년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을 위해 연간 1,000억 달러(약 138조원) 규모의 기후재원을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은 2022년에야 달성한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추정했습니다.
회의에서는 2025년 이후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와 재원 조달 방식을 두고 논의가 오갔습니다.
이른바 ‘기후금융에 관한 새로운 집단 정량목표(NCQG)’입니다. 기후금융에 관한 새로운 국제사회의 목표입니다. COP29에서 공식 의제도 채택될 예정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당 의제는 개도국과 선진국 간 입장차가 선명해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중국·인도 등 개도국과 군소도서국연합(AOSIS)은 연간 최소 1조 1,000억(약 1,520조원) 규모의 기후재원 목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국가들은 방산과 패션 산업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내용을 제안했습니다.
또 선진국들이 당초 기후재원 약속을 늦게 이행한 만큼 연체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 모두 구체적인 신규 기후재원 금액을 내놓기를 꺼려했습니다. 최소 금액 역시 기존 1,000억 달러 이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후재원의 규모와 더불어 공여국과 수혜국에 대한 입장차도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선진국들은 중국·인도·사우디 등 같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나라들 역시 책임을 갖고 기후재원을 내야 한단 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컨대 EU는 국내총생산(GDP)이나 주요20개국(G20) 가입국 등을 기준으로 기후재원을 내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스위스는 국가 우주 프로그램을 보유한 국가라면 모두 기후재원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한국은 둘 다 포함됩니다.
이에 UNFCCC 사무국은 10월 고위급회담 전까지 신규 기후재원 마련을 두고 각국이 새로운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글로벌적응목표 합의 두고 선진국 vs 개도국 입장차 여전 🤔
지난해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 파행을 거듭한 ‘글로벌적응목표(GGA)’ 역시 진전이 없었습니다. GGA란 기후적응 진척도를 평가하기 위한 목표입니다. 크게 ▲기후적응 역량 강화 ▲기후변화 취약성 저감 ▲기후탄력성 강화 등을 목표로 합니다.
개도국은 GGA에 파리협정 내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BDR)’ 원칙이 들어가야 한단 점을 역설합니다. 이는 기후대응을 위해 국제사회가 모두 나서긴 하나, 선진국이 더 큰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다만, 선진국들은 CBDR 원칙이 다시 명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개도국들이 별도로 요구한 기후적응 재원 수치도 빠졌습니다.
이번 회의 결과, 당사국들은 GGA 논의를 위한 기술작업반을 다시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일부 군소도서국 등 개도국 대표단은 GGA 역시 “거의 진전되지 않았다”며 좌절감을 표했습니다.
이밖에도 ‘전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 이행 방식을 둘러싼 새로운 방법론 역시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파리협정 6조 위한 기술지침 합의안 논의, COP29 직전 워크숍 개최 ⚖️
그나마 국제탄소시장 개설을 위한 파리협정 제6조 기술지침 합의안에서는 일부 진전이 확인됐습니다.
COP28에서는 파리협정 제6.2조(협력적 접근법)와 제6.4조(지속가능발전 메커니즘)에 관한 기술지침 합의안이 국가 간 이견차로 불발됐습니다.
6.2조는 배출권거래제(ETS) 연계 등 자발적 감축협력을 통해 발생한 감축실적을 당사국끼리 교환함으로써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6.4조는 당사국총회(COP)에서 지정한 감독기구를 중심으로 중앙집권적 운영 구조를 갖는 메커니즘입니다.
이번 회의 결과,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COP29를 앞두고 기술지침 합의안 진전을 위해 워크숍을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UNFCCC 사무국은 아제르바이잔에서 “파리협정 6조의 나머지 요소를 모두 완료할 것”이라며 “더 나은 탄소시장으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COP29는 오는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