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오클라호마주에서 DAC(직접공기포집) 시설이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탄소포집 규모만 놓고 보면 미국 최대 규모입니다.
DAC 기술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거하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헤임달은 신규 DAC 시설 ‘반탐(Bantam)’이 가동했다고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이 시설은 ‘오클라호마 카본 허브’의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헤임달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탐 시설의 현재 연간 탄소포집 규모는 5,000톤입니다. 추후 7,000톤까지 확장 가능합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 가동 중인 DAC 시설 규모는 최대 1,000톤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헤임달은 반탐 시설이 미국에서 비용이 가장 저렴한 DAC 시설이라고 주장합니다. 톤당 포집 비용이 200달러(약 26만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21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헤임달의 공격적 확장에 대해 DAC 업계가 우려를 제기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계획부터 완공까지 불과 13개월, 어떻게 가능했나? 🤔
반탐 시설의 놀라운 점은 매우 단시간에 완공됐다는 것입니다.
헤임달은 계획 발표에서부터 완공까지 불과 1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풍부한 원료와 기성 기술을 활용한 덕분이라고 사측은 전했습니다.
헤임달은 광물 기반 흡착제를 사용한 탄소포집 기술을 사용합니다. 탄산칼슘(CaCO3)을 이용해 탄소를 포집하는 탄소광물화 기술입니다. 해당 기술은 DAC 스타트업 에어룸테크놀로지스(이하 에어룸)가 활용하며 상용화 가능성이 입증된 바 있습니다.
사측은 “잘 확립된 기존 기술과 자연에 풍부한 석회암을 기반으로 하는 흡착제를 개발·사용해 비용과 건설 일정 모두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업 캡처포인트와의 협력으로 해결했습니다. 캡처포인트는 오클라호마 카본 허브 내 지하 탄소저장 센터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DOC → DAC 전환한 헤임달, 美 IRA 영향 추정 ⚖️
사실 헤임달이 처음부터 DAC 기술에 주력했던 것은 아닙니다.
헤임달은 2020년 영국에서 설립됐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직접해양포집(DOC) 기술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재생에너지와 해수알칼리화 기술을 결합해 상용화한다는 구상입니다. 부산물로 나오는 탄산칼슘은 탄소네거티브 시멘트 등 순환건축 자재로 만들 계획도 갖고 있었습니다.
유명 투자자의 후원을 받은 것도 이때입니다. 올트먼 CEO와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등이 헤임달의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데이터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에 의하면, 설립 후 지금까지 헤임달이 조달한 투자액은 1,080만 달러(약 144억원)입니다.
실제로 2022년 사측은 미 하와이주에 세계 최초의 DOC 시설을 설립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연 40톤 규모의 파일럿(시범) 시설입니다.
그러던 헤임달이 언제부터 DAC 기술로 사업을 전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작년 9월 탄소상쇄 개발 스타트업 카본X의 헤임달 지분 20% 인수 소식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카본X는 해당 인수가 오클라호마주 DAC 시설 개발 촉진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의 반탐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헤임달의 본사도 오클라호마주로 이전한 상황입니다.
DAC 기술로 전환한 배경으로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영향으로 추정됩니다.
헤임달은 미 의회가 2032년까지 DAC로 제거된 탄소 1톤당 180달러(약 24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기업 소개에서 “우리는 미국에서 (IRA) 세액공제를 기반으로 수익성 있는 탄소포집 기술을 즉각 구축하고 있다”고 피력하는 대목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비용절감 비결, 화석연료? CEO “모든 수단 사용해야” 💰
헤임달은 자사의 경쟁력으로 짧은 건설 일정과 함께 비용절감을 내세웁니다.
반탐 시설은 톤당 포집비용을 200달러 이하로 낮추는 작업에 성공했습니다.
세계 최대 DAC 스타트업 클라임웍스가 톤당 1,000달러(약 130만원) 내외인 것과 비교됩니다. 클라임웍스가 개발 중인 최신 기술을 적용해도 톤당 500달러(약 66만원)가 한계입니다.
그러나 헤임달의 비용절감 비결에 대해서는 논란이 존재합니다. 화석연료 업계의 힘을 빌렸기 때문입니다.
사측은 반탐 시설에서 포집된 탄소를 인근 석유 시추 현장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른바 ‘원유회수증진(EOR)’ 관행입니다. 포집된 탄소를 유정에 주입해 압력을 높이면 더 많은 석유가 생산됩니다.
반탐 시설이 위치한 오클라호마주는 막대한 유전지대가 있어 화석연료 산업이 발달해 있습니다.
EOR은 기업 측면에서는 비용 보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유정에 주입된 탄소가 지하에 남아 저장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화석연료 생산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셉니다.
헤임달은 지하 탄소저장 공간이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기 전까지 임시 조치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규제 당국의 허가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DAC 시설 운영에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를 사용한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헤임달의 마르쿠스 리마 CEO는 이유에 대해 현시점에 가장 저렴한 열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탄소포집 과정의 탄소집약도를 일부 희생해도 사업 진행 속도와 경제성을 우선시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에 대해 리마 CEO는 “우리는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2026년 2번째 시설 예정…업계 “확장 우선 전략에 우려” 🏭
헤임달은 더 큰 규모의 2번째 시설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간 포집 규모는 100만 톤으로 예정됐습니다. 2026년까지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리마 CEO는 이를 위해 오클라호마 주정부와 협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0일에는 젠트너 드러먼드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과 만나 확장 계획 등을 논의했다고 소셜미디어(SNS)로 알렸습니다.
헤임달의 속도전에 DAC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규모 확장도 중요하나, 탄소집약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안드레아스 에플리 클라임웍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중에서도 헤임달의 에너지원을 비판했습니다. “에너지원은 매우 근본적인 문제로, 헤임달은 규모 확대에 앞서 탈탄소에너지 사용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클라임웍스는 지열 등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합니다.
에어룸 또한 지난해 EOR 기술 활용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당시 성명에서 에어룸은 “(DAC가) EOR로 인한 화석연료 증가를 눈가림하는 일에 사용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에어룸과 클라임웍스 등 DAC 선도기업 다수는 EOR을 채택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