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체코 원전 수주에 진정…체코전력공사 “이의제기 자격 없어”

최종 계약 2025년 3월…웨스팅하우스 “내년 하반기까지 중재 결정 없을 것”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자력발전소 사업 수주와 관련해 체코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미국 원자력 기업인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자사의 AP1000 원자로를 갖고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쟁했으나 탈락했습니다.

우선협상자에는 한수원이 선정됐습니다.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급 신규 대형 원전 2기(5·6호기)를 짓는 사업입니다. 건설 예상 사업비만 약 4,000억 코루나(약 24조원)입니다.

그런데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웨스팅하우스는 성명을 통해 “체코전력공사(CEZ)가 한수원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 경제경쟁보호청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측은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에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주요 언론에 발표했습니다.

체코뉴스통신(CTK) 등 현지매체를 종합한 결과, CEZ는 원전 사업 수주 입찰에서 떨어진 참가자는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라디슬라브 크리츠 CEZ 대변인은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경제경쟁보호청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수원, 美 기술 사용”…웨스팅하우스 체코에 항의

CEZ의 말과 달리 두 기업의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CEZ와 현지 공급업체에 제공하는 원전 기술을 체코 측에 이전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기술의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사측은 주장합니다.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가 자사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이어 “한수원은 원천 기술을 소유하지 않고 웨스팅하우스의 허락 없이 그 기술을 제3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측은 또 “(자사의) AP1000 원자로 대신 (한수원의) APR1000 원자로를 도입하면 미국 기술을 불법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체코와 미국에서 창출할 수 있는 수천여개의 청정에너지 일자리를 한국에게 주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웨스팅하우스·한수원, 원전 수출 두고 소송·중재 진행 중 ⚖️

그간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 등에 수출하려는 원전 기술이 자사의 기술이란 점을 주장해 왔습니다.

자사의 기술인만큼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에 적용받는다는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특정 원전 기술을 외국에 이전할 경우 허가받거나 신고 의무를 부과한 미 연방규정집(CFR) 제10장 제810절에 의한 것입니다.

810절은 원자로 개발·생산·사용 등 관련 기술을 통제 기술로 규정하고, 이를 보유한 미국 기업은 기술 이전에 앞서 에너지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습니다. 미국 기업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1987년 결성된 원자력공급국그룹(NGS) 지침에 따라 원전 수출 시 원천 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로부터 동의받게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측은 한수원 역시 미국 법에 따라 수출규제 적용 대상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사측은 2022년 10월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은 작년 9월 미국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이 각하했습니다.

원전 수출통제 권한은 미국 정부에 있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는 소송 자격이 없다는 것이 각하 사유였습니다. 사측은 이에 항소했습니다. 동시에 우리나라 대한상사중재원에서 국제 중재 절차도 진행 중입니다.

 

▲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에 수출하려는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가 자사가 특허권을 보유한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했다는 것이 웨스팅하우스 측의 주장이다. ©한국전력공사

체코 원전 수출 위해 한수원 美 에너지부에 신고 필요 📝

우리나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할 당시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관련 협상을 마쳤다는 입장입니다. 한수원은 당시에도 미 에너지부로터 판매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후 원전과 관련해 3대 핵심기술을 모두 자립화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사특이 체코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한수원을 최대한 압박해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결과적으로 한수원은 미국 정부에 체코 원전 수출을 신고해야 합니다. 2022년 12월 한수원은 미 에너지부에 체코 원전 사업 입찰 관련 정보를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4월 에너지부는 “810절에 따른 에너지부 신고는 미국인(또는 미국법인)이 제출해야 한다”며 신고를 반려했습니다.

미국 수출통제 규정 이행 의무는 미국 기업에게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인 한수원은 신고할 주체가 아니란 뜻입니다.

동시에 기술 소유자인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신고해야 받아주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당시 이를 두고 사실상 자국 업체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웨스팅하우스 “내년 하반기까지 중재 결정 없을 것” 🗳️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달초 미국에서 웨스팅하우스 경영진과 만나 지식재산권 분쟁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만한 타결을 바탕으로 제3국 시장 공동진출을 도모하자는 의견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양국 기업 간 분쟁의 원만한 해소를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미 정부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체코 원전 정식 계약 시한인 내년 3월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은 만큼 다각도로 대화를 이어나가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웨스팅하우스는 “(진행 중인) 국제 중재와 미국 내 소송을 통해 계속해서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강력하게 보호할 것”이라며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재 결정이 2025년 하반기 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수원은 2025년 3월까지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 최종 계약을 맺는다는 계획입니다.

CEZ 대변인은 한수원이 법적 소송으로 향후 문제나 손실이 발생할 시 보상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체코 현지매체들도 이 점을 짚었습니다.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체코 원전 수주 美 일자리 빼앗아 💼

한편, 사측은 체코가 한수원의 원전 건설 수주를 최종 승인하면 미국 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회사 본사가 있는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1만 5,000여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사측은 주장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오는 11월 열릴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핵심 경합주이기도 합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모두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노동계층 유권자 마음 잡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민주·공화 양당이 해당 문제에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회사 본사는 미 펜실베이니아주에 있으나, 회사는 2017년 경영 악화로 파산한 후 매각됐습니다. 현재 캐나다 사모펀드인 브룩필드리뉴어블파트너스와 캐나다 우라늄 기업 카메코가 각각 51%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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