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랑스 제치고 24조원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우선협상자 선정

"美 웨스팅하우스와의 특허 침해 소송 걸림돌 될 수도”

우리나라가 체코에 1,000㎿(메가와트)급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습니다.

18일 한국수력원자력에 의하면, 현지시각으로 17일 체코 정부는 내각회의를 통해 한수원을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급 신규 대형 원전 2기(5·6호기)를 건설하는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대형 원전 2기 건설 예상 사업비는 약 4,000억 코루나(약 24조원)입니다. 1기당 12조 원 규모입니다.

우리나라 한수원을 비롯해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 웨스팅하우스는 최종 후보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는 “한수원의 입찰 조건이 모든 기준에서 EDF보다 더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한수원과의 최종 계약금액은 향후 협상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체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원전 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우선협상자 선정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입니다. 중동에 이어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 측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한수원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따르지 않았단 주장입니다. 이 가운데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한 상태입니다.

 

 

한국, 프랑스 제치고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자 선정

중유럽에 소재한 체코는 2033년까지 탈석탄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석탄화력발전은 체코 전체 발전원의 약 31%를 차지합니다.

탈석탄을 위해 체코 정부가 내놓은 것이 원전 건설입니다.

자국 내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대형 원전 각각 2기씩, 총 4기를 건설한다는 구상입니다. 테멜린 지역 발주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한수원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두코바니 원전의 경우 협상을 거쳐 2025년 3월 무렵에 최종 계약이 들어갑니다. 2029년 착공해 오는 2036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이번 체코 원전 건설에는 ▲한전기술(설계)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정비) ▲대우건설(시공) ▲두산에너지빌리티(주기기·시공) 등이 함께 참여합니다.

이들은 한수원과 묶여 ‘팀코리아’로 불립니다.

팀코리아는 한국형 원전 수출을 위해 구성된 민관 협의체입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설립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은 바 있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 한수원-웨스팅하우스 소송 걸림돌 되나? 🤔

문제는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 간 특허 침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단 점입니다.

한수원은 한국형 차세대 원전 ‘ARP1400’을 체코로 수출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웨스팅하우스 측은 “한국형 신형 가압경수로 APR1400의 원천 기술이 미국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미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라 해당 기술이 수출통제 대상이란 것이 웨스팅하우스 측의 주장입니다.

그간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은 해당 기술과 관련해 국제 중재 절차를 진행해 왔습니다.

체코 정부의 발표 직후 웨스팅하우스 측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자사의 동의 없이는) 한수원은 허가받지 않은 원자로 기술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체코전력공사(CEZ)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EZ 대변인은 웨스팅하우스 측 주장에 대해 “분쟁이 커지는 상황과 관련해 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입찰자들은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명을 제시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업 제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핵심기술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단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는 또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법적 분쟁에 대한 내용을 인정했단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CEZ 대변인은 한수원이 해당 법적 소송으로 향후 문제나 손실이 발생할 시 이를 보상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고 덧붙였습니다.

 

▲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4월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의 발주사를 직접 방문해 최종 입찰서를 제출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산자부, 2025년 3월 최종 계약까지 후속조치 철저히 🤝

한편, 체코 현지언론들은 한국이 프랑스보다 원전 건설 단가를 낮게 불렀던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kWe(킬로와트) 당 건설비로 3,400달러(약 469만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프랑스 측이 제시한 7,500달러(약 1,036만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여기에 지난 10일 미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을 만나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한 원전 건설 금융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정해진 시기에 적기 시공을 약속한 점도 긍정적인 평가 요소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 체코 정부는 “시공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계약상 페널티를 물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종 계약까지 건설비와 인력 등 세부조건을 조율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계약협상 등 후속조치를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수원과 팀코리아를 중심으로 협상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약 협상에 나선다는 구상입니다.

또 산자부 장관 주재 아래 ‘원전수출 전략추진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하여 후속조치 추진방안을 점검할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도 “향후 발주사와 ‘윈윈’할 수 있는 계약 협상을 통해 두코바니 5·6호기 최종 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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