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후대응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청소년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국내 ‘기후소송’ 헌법소원에 대한 결론이 오는 29일 나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쯤 기후헌법소원 4건에 대해 선고할 예정입니다. 헌재의 결정은 기후소송과 관련해 아시아 최초의 판단이기도 합니다.
현재 병합해 진행되는 기후소송은 ①2020년 청소년기후소송 ②2021년 시민기후소송 ③2022년 아기기후소송 ④2023년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 순입니다.
이들 모두 현재 한국의 낮은 감축목표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뿐더러,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감축 부담을 넘긴다는 취지로 제기됐습니다.
청구인 측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로 한 정부의 계획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생명권·환경권·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입니다.
반면, 피청구인인 정부 측은 현재 감축목표가 현실적이라고 반박합니다. 또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기후재난만으로는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아가 오히려 무리한 감축목표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헌재는 지난 4월과 5월 각각 공개변론을 열고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 측의 입장을 청취했습니다.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시 탄소중립기본법 등 수정 필요 ⚖️
이날 헌재는 ▲합헌 ▲위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면 관련 조항들을 법적 효력을 잃습니다.
이 경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과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탄소중립기본계획)’ 모두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최근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한 탄소중립기본계획도 포함됩니다.
나아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11차 전기본)과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 등 주요 계획과 법령 모두 영향을 받습니다.
국회는 헌재 취지를 반영해 강화된 기후대응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실제로 유사한 판결은 네덜란드·독일 등 서구권에서는 이미 나온 적 있습니다.
일례로 2021년 4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기후보호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2030년 이후 감축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독일 헌재는 미래세대의 기본권 침해로 판단한 것입니다.
韓 헌재 기후헌법소원 판례, 아시아 기후소송 영향주나? 🏛️
아시아에서는 기후소송과 관련해 헌재의 결정이 나오는 것은 한국이 처음입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다른 기후소송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산하 사빈센터에 의하면,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에 제기된 기후소송은 27일 기준 7개국 44건입니다.
가장 최근인 이달 6일(이하 현지시각) 일본 나고야의 청년 16명이 현지 전력기업 10곳을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 억제 명령을 요구하는 기후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은 한국의 청소년기후소송에서 영향을 받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1월에는 대만 헌재에도 첫 기후헌법소원이 제기됐습니다. 환경권리재단(ERF)을 비롯해 여러 기후단체가 제기한 소송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 정부의 감축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그 부담을 미래로 전가한다는 취지로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제정된 대만의 ‘기후변화대응법’은 중단기 온실가스 감축방안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대만 정부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23~25% 감축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지 기후헌법소원을 주도한 린옌팅 ERF 캠페이너는 “한국의 기후헌법소원은 아시아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문제 삼은 첫 번째 사례”라며 “한국 헌재의 판결이 아시아 다른 법원들이 유사한 판결을 내리는 일에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