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디자이너, 자투리 천 업사이클링 사탕 공개 “면티셔츠·청바지를 사탕으로”

비식품의 식품화, 순환디자인 인식 틀 깰 것

엘렌맥아더재단(EMF)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연간 섬유폐기물은 9,200만 톤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최대 15%가량이 옷으로 만들어지기도 전에 자투리 천으로 폐기됩니다.

그런데 이 자투리 천으로 사탕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중국 출신의 한 디자이너가 자투리 천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사탕을 선보였습니다. 바이오디자이너 징한 리의 ‘패브리캔디(FabriCandy)’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는 영국 종합예술대학 센트럴세인트마틴스(CSM)에서 바이오디자인학 석사 과정의 일환으로 수행됐습니다. 작품은 작년 12월 열린 CSM 졸업 전시회에서 공개됐습니다.

리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다양한 폐기물을 음식의 자원으로 생각하기를 바랐다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업사이클링 사탕을 직접 먹어본 그는 “정말 달콤하다”는 감상도 전했습니다.

 

▲ 패브리캔디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열린 영국 종합예술대학 센트럴세인트마틴스 졸업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Jinghan Li

폐섬유→업사이클링 사탕, 효소 덕분에 가능 🦠

섬유로 사탕을 만든 원리는 간단합니다. 섬유와 사탕 모두 포도당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기 떄문입니다. 포도당이 얼마나 많이 결합돼 있는지가 다를 뿐입니다.

이에 리 디자이너는 셀룰레이스(셀룰라아제) 효소에 주목했습니다

셀룰로오스를 분해해 포도당을 생성하는 효소입니다. 초식동물의 몸속에 존재하며 풀을 뜯어 먹고 분해하여 영양분을 얻는 과정을 돕습니다.

그는 효소를 사용해 섬유 속 셀룰로오스를 분해했습니다. 생성된 포도당을 가열해 여러 가지 색이나 향, 맛을 입히면 사탕이 완성됩니다. 일반 면의 경우 셀룰로오스 성분이 90%가 넘습니다.

이 경우 원단 대부분이 분해될 수 있다고 리 디자이너는 설명합니다. 이같은 실험은 그가 중국 정저우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과를 전공한 이력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이를 통해 생성된 포도당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바이오연료나 바이오플라스틱 등 탄소로 이뤄진 소재 대부분이 해당됩니다.

 

▲ 패브리캔디는 면과 데님, 리넨, 합성 혼방 섬유 등 다양한 원단을 사용해 사탕으로 업사이클링했다. ©Jinghan Li

면·데님·리넨, 꼬불꼬불한 사탕으로 변신 🍬

리 디자이너는 여러 종류의 자투리 천을 사용해 사탕을 만들었습니다.

색상과 모양은 각 사탕의 원료가 무엇인지를 드러냅니다.

예컨대 구름 모양을 띤 사탕은 면 원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데님 원단은 특유의 튼튼하고 거친 느낌을 드러내기 위해 나선형으로 디자인됐습니다. 리넨 원단은 섬유의 특성을 살려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만드는 식입니다.

천연 원단만 실험된 것은 아닙니다.

패브리캔디 프로젝트에서는 리넨과 합성섬유의 혼방 소재도 실험됐습니다. 물론 이 경우 천연원단만 분해돼 사탕이 됐습니다. 합성섬유는 잔여물로 남았습니다.

 

패션의 지속가능성, ‘원단 스크랩’ 주목해야 👗

한편, 이번 프로젝트에는 중고 의류가 아닌 원단 스크랩이 사용됐습니다.

리 디자이너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원단 스크랩에 더 많은 관심이 더해지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리 디자이너는 “섬유폐기물에 대한 논쟁은 주로 중고의류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원단 스크랩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원단 스크랩이란 의류 생산 과정에서 사소한 불량 때문에 또는 재단 과정에서 배출되는 자투리 천을 말합니다. 의류 생산에 사용되는 원단의 10~15%가량이 원단 스크랩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자투리 천’이라는 표현의 어감으로 인해 원단 스크랩 문제가 과소평가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원단 스크랩이 섬유폐기물 문제 중에서 쉽게 간과된다고 리 디자이너는 지적했습니다.

이어 앞으로는 의류 산업에서 원단 스크랩 공급망을 개척할 계획입니다.

 

▲ 징한 리 디자이너는 패브리캔디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를 넘나드는 오픈루프 순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Jinghan Li

왜 하필 사탕이었나? “더 많은 순환 위해 인식 틀 깨야” ♻️

섬유 내 셀룰로오스를 회수해 재활용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여럿 존재했습니다.

순환섬유 스타트업 인피니티드파이버에버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섬유 대 섬유 순환을 통해 산업 내 순환을 연결하는 ‘클로즈드루프(Closed-loop)’ 구축을 특징으로 합니다.

리 디자이너는 기존 시도와 달리 섬유를 다른 산업으로 연결해 순환하는 ‘오픈루프(Open-loop)’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식품으로의 순환을 기획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습니다.

일반적으로 비식품에서 식품으로의 업사이클링은 대중의 인식 저항을 받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또 주요 기관으로부터 식품 안전성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역시 이러한 우려를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유명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격언을 언급하며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우리는 문제를 만들 때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리 디자이너는 폐기물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순환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래야만 모든 자원이 순환 가능한 ‘진정한 클로즈드루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그러면서 한 산업의 폐기물이 다른 산업의 원자재가 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고 리 디자이너는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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