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디자이너, 폐플라스틱으로 바닐라맛 아이스크림 개발! 2021년 에든버러대 연구 활용

“시식은 아직 불가능” 대장균 효소 사용해 개발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연간 플라스틱은 약 4억 3,000만 톤. 이중 단 9%만이 재활용되며 상당수는 환경에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느덧 환경오염의 대명사가 된 폐플라스틱. 이를 재활용·재사용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여러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폐플라스틱으로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을 개발해 화제입니다. 영국 종합예술대학 센트럴세인트마틴스(CSM)에서 소재미래학 석사 과정을 졸업한 엘레오노라 오르톨라니가 선보인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이 그 주인공입니다.

오르톨라니는 실험실에서 소량의 플라스틱을 분해하여 합성 바닐라 향으로 바꾸는 것에 성공했는데요. 그리고 해당 바닐라 향을 실제 아이스크림 제조에 사용했습니다.

일찍이 2021년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진이 폐플라스틱을 합성 바닐라 향으로 변환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적은 있으나, 실제 음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엘레오노라 오르톨라니가 개발한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은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만든 바닐라가 주재료로 사용됐다. ©Mael Henaff

플라스틱으로 만든 바닐라맛 아이스크림 ‘죄책감의 맛’…제작 배경은? 🤔

오르톨라니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현재의 재활용 시스템을 보고 좌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디자이너로 일하는 동안 현존하는 재활용 시스템이 폐플라스틱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또 소위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해 폐플라스틱이 다른 재료와 함께 녹여진 후 더는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오르톨라니는 덧붙였습니다.

이에 오르톨라니가 주목한 것은 인간의 몸이었습니다. 우리의 위장이 플라스틱을 완전히 소화시킬 수 있다면,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단 것.

오르톨라니는 “인간의 몸으로 플라스틱을 영원히 제거하는 방법은 급진적인 제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류가 더 탄력 있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식습관까지 타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죄책감의 맛(Guilty Flavours)’이란 이름의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입니다.

프로젝트명이기도 한 ‘죄책감의 맛’. 오르톨라니는 근미래 사람들이 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마다 본인의 소비 방식과 재활용 시스템의 한계를 죄책감처럼 느끼길 원했다고 덧붙였는데요.

 

▲ 엘레오노라 오르톨라니는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공유 받은 유전자 변형 대장균과 기법을 사용해 페페트병을 바닐린으로 바꿨고, 이를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었다. ©Mael Henaff

2021년 英 에든버러대 연구팀이 개발한 대장균 효소 사용해 🧪

사실 제작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고 오르톨라니는 전했습니다.

그는 “실제로 플라스틱으로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과학자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고 회상했는데요.

난관에 봉착한 그는 지인의 소개를 통해 에든버러대의 조안나 새들러 박사를 만나게 됩니다.

새들러 박사는 2021년 실험실에서 개발한 대장균을 이용해 폐플라스틱을 바닐라 향 원료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인물 중 한 명입니다. 당시 연구는 같은해 10월 국제학술지 ‘녹색 화학(Green Chemistry)’에 게재됐습니다.

새들러 박사 연구팀은 페트병을 만드는 물질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전 단계인 ‘테레프탈산(TA)’으로 분해하는 효소를 개발했습니다. 여기에 미생물인 대장균의 유전자를 변형해 테레프탈산을 바닐라 향의 원료인 바닐린으로 바꾸도록 한 것.

바닐린은 바닐라콩의 주성분으로 2018년 기준 3만 7,000톤이 사용될 정도로 사랑받는 향료입니다. 이중 공업적 합성법을 통해 만든 합성 바닐린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당시 새들러 박사 연구진은 유전자 변형 대장균과 페트병 원료를 섞고 37℃에서 하루 동안 배양하자 TA의 79%가 바닐린으로 변화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약 2년 후인 현재 오르톨라니는 새들러 박사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해당 기법을 사용해 바닐라맛 아이스크림 제조에 나설 수 있었는데요.

비밀유지계약에 서명한 후 에든버러대에서 관련 효소와 구체적인 실험 방법 등을 공유받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 제빵 등에 활용되는 바닐라를 만들기 위해 엘레오노라 오르톨라니는 영국 에든버러대의 조안나 새들러 박사의 도움을 받았다. ©Chemsiker·Mael Henaff

플라스틱 분해해 만든 바닐라, 분자 구조까지 동일…“시식은 불가능” 🍦

이후 대학 내 실험실에서 해당 효소를 이용해 폐플라스틱을 바닐린으로 변환에 성공한 것. 오르톨라니는 과학자들이 만든 효소가 플라스틱 구조, 즉 중합체(Polymer) 상태를 단량체(Monermer)로 끊을 수 있게 도왔다고 설명합니다.

플라스틱 구조가 분자 상태에서 완전히 바닐린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 걱정도 없단 것이 오르톨라니의 설명입니다.

변환 성공 후 오르톨라니는 요리사와 식품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이 바닐린을 가지고 아이스크림을 만든 것인데요.

오르톨라니는 “(아이스크림에서) 바닐라와 같은 향이 난다”며 “(그러나) 나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맛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르톨라니는 “과학자들이 시식을 해도 안전하다고 선언할 때까지 시식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는데요.

이 물질이 기존 합성 바닐린과 화학적으로 동일하나, 식품안전기관에서 안전하다고 간주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해당 물질과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단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 ‘죄책감의 맛’이란 이름의 작품은 작은 냉동고에 담겨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스 대학 졸업 전시회에서 소개됐다. 전시회를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로 주황색 원피스를 입은 엘레오노라 오르톨라니가 보인다. ©Mael Henaff

“폐플라스틱→음식? 발상 자체 괴로우나 식품 인식 획기적으로 바꿔야” 🍽️

그렇지만 가까운 시일 내 오르톨라니가 플라스틱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실제로 먹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르톨라니는 CSM 대학원 졸업 후 유럽연합(EU) 이니셔티브 중 하나인 ‘S+T+ARTS’ 프로그램에 선발돼 관련 기술을 더 연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다음 작업에서는 요리사들과 함께하길 원한다고 그는 밝혔는데요.

오르톨라니는 “플라스틱을 바닐린으로 바꾸는 공정이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로 바꾸는데 사용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물론 그 역시 폐플라스틱으로 식품을 만드는 과정은 괴롭다고 토로합니다.

그럼에도 오르톨라니는 “우리가 먹는 음식과 식품을 인식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플라스틱을 자연 바깥의 것으로 간주하는 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 “우리가 상상할 수 없고, 원치 않는 요리까지 상상해야 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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