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가이아와 협업해 100% 면 폐기물로 만든 ‘순환의류’ 선보인 패션테크 스타트업 에버뉴

패션의 지속가능성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패션기업 간의 협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매년 막대한 양이 배출되는 섬유폐기물을 재자원화하는 기업에 관심이 쏠립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재생섬유 스타트업 인피니티드파이버리뉴셀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판가이아(Pangaia)가 또다른 재생섬유 기업과 협업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면 폐기물로만 만든 청재킷을 선보였는데요.

이 재생섬유를 개발한 곳은 면 폐기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섬유로 만들어내는 스타트업 에버뉴(Evrnu)입니다.

에버뉴가 개발한 재생섬유 ‘뉴사이클(Nucycl)’은 지난해 11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2022년 최고의 발명품’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밖에도 패션브랜드 리바이스, 아디다스, 자라와 협업했다는데요.

순환패션을 이끌고 있는 패션테크 기업 에버뉴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지속가능한 섬유 위한 면 폐기물 재활용, 중국 출장서 시작돼 🇨🇳

패션산업은 생산·가공 과정에서 막대한 오폐수를 배출합니다. 전 세계 물 소비량의 20%를 차지할 정도인데요. 에버뉴 또한 패션산업의 현실을 마주한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에버뉴 설립자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스테이시 플린은 화학 및 소매기업에서 공급망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러던 2010년 플린 CEO는 중국 출장에서 소규모 의류 공장을 방문한 뒤 패션산업의 문제를 실감하게 됩니다.

그는 한달 간의 여행에서 패션산업의 독성 폐수로 인해 지역사회가 오염된 현장을 목격했는데요. 미국 시애틀로 돌아온 플린 CEO는 사용된 옷, 그중에서도 면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 에버뉴의 뉴사이클 섬유 압출기. 에버뉴는 면 폐기물을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액체로 만들고 압출 및 방적해 새로운 섬유로 생산한다. ©Evrnu

100% 면 폐기물로 만든 재생섬유, “재재활용? 당연히 가능!” ♻️

에버뉴는 면 폐기물 재활용에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활용합니다. 먼저 면 폐기물에 함유된 셀룰로오스 섬유를 화학적으로 용해해 액체로 만듭니다. 이를 정제하고 다시 중합한 뒤 압출 방적하면 섬유가 생산되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섬유가 바로 뉴사이클입니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 스크랩처럼 사용되지 않은 섬유폐기물부터, 오래된 의류같은 소비 후 섬유폐기물 모두 원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뉴사이클은 레이온·폴리에스테르 섬유에 비해 2~3배 더 높은 강도를 견딜 수 있습니다. 한편 에버뉴는 해당 기술이 레이온, 폴리에스터 등 다른 섬유에도 적용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버뉴는 면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면 의류 생산에 사용되는 물의 2%가량만 사용한다고 설명합니다. 새로운 면, 즉 목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토지 사용·비료 사용·경운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화석연료 기반의 섬유인 폴리에스터와 비교하면 탄소배출량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플린 CEO는 이렇게 생성된 뉴사이클 섬유는 동일한 공정을 거치면 최대 5회까지 재재활용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최대 재재활용을 거친 이후에는 생분해로 처리가 가능한데요. 면 폐기물만으로 생산됐기 때문입니다.

 

👉 목화 재활용이 필요한 또다른 이유, “전 세계 농약·살충제 35% 사용된다고!”

 

▲ 2016년 리바이스와 협업해 소비 후 면 폐기물을 재활용한 섬유로 만든 프로토타입 청바지(왼)와 2019년 아디다스와 협력해 재생섬유 뉴사이클로 만든 후드 상의(오). ©Fledge, Adidas

리바이스·아디다스…지속가능한 의류 위한 협업 🤝

에버뉴가 섬유 재활용 의류를 선보인 건 설립 2년 뒤인 2016년이었습니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와 협력해 소비 후 면 폐기물로 만든 최초의 청바지를 선보였는데요.

한 벌의 청바지를 만드는 데 다섯 벌의 티셔츠가 재활용됐습니다. 덕분에 제품의 예비수명주기 평가에서 기존 리바이스 청바지와 비교해 물소비량을 98%나 줄일 수 있었다고 리바이스는 밝혔습니다.

이후 상용화 기술 연구 끝에 2019년 고기능 재생섬유인 뉴사이클이 정식으로 공개됐습니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아디다스와 협력해 뉴사이클을 사용한 후드 상의도 선보였는데요. 해당 후드 디자인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가 참여해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때까지 공개된 옷들은 100% 재생의류라 보긴 어렵습니다. 리바이스와의 협업 당시 에버뉴는 일부 천연 면이 혼합돼 사용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아디다스와 함께 선보인 후드 또한 뉴사이클 60%와 유기농 면 40%로 제작됐습니다.

또한 리바이스의 청바지는 프로토타입(시제품)이었으며, 아디다스와 협업한 후드는 50벌 한정이었습니다.

 

▲ 지난 2020년 순환패션 장려 이니셔티브 패션포굿(FFG)은 18개월 간의 섬유폐기물 재활용의 확장을 위한 프로젝트 ‘FFG의 완전한 순환섬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Fashion For Good

패션포굿과 함께, ‘완전한 순환의류’ 위한 도전 💪

2020년, 에버뉴는 재생섬유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순환패션 장려 이니셔티브 패션포굿(FFG)이 주도한 ‘FFG의 완전한 순환섬유 프로젝트(Fashion for Good Full Circle Textiles)’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면·혼방 소재의 섬유폐기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섬유를 생산하는 폐쇄루프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완전한 섬유 재활용’을 구축함으로써, 천연자원 고갈을 방지하고 자원 폐기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에버뉴를 포함해 인피니티드파이버컴퍼니, 리뉴셀, 서크(Circ) 등 섬유재활용 기술 기업 4곳이 참여했습니다.

18개월의 프로젝트 동안 에버뉴는 경제적으로 생산 및 확장이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패션브랜드 파트너인 PVH 및 케링(Kering)과 제품 시장 적합도를 실험하고 완제품 의류에 적합한 섬유 구성을 연구했는데요.

PVH와 케링은 각각 타미힐피거와 캘빈클라인, 구찌와 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대표적인 글로벌 패션기업입니다.

 

▲ 2022년 11월 에버뉴는 타임지 선정 2022년 최고의 발명품(왼)에 선정됐으며 한 달 뒤에는 패션브랜드 자라와 협업 컬렉션(오)을 공개했다. ©Time, Zara

타임지 “2022년 최고의 발명품” 선정…’일반 판매’도 시작해 🛍️

프로젝트 결과, 에버뉴는 2021년 11월 1,500만 달러(약 197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약 1년 뒤인 2022년 연말부터는 그간의 성과가 이어졌습니다.

먼저, 앞서 언급했듯 2022년 11월 타임지가 선정한 ‘2022년 최고의 발명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같은해 12월에는 패션브랜드 자라(Zara)와 협업해 뉴사이클을 사용한 컬렉션을 공개했는데요. 한정판으로만 판매됐던 이전 제품들과 달리 일부이긴 하지만 일반 매장에서도 구입 가능하단 점이 특징입니다.

약 3개월 만인 지난 2월 16일(현지시각)에는 지속가능한 패션브랜드 판가이아와 100% 뉴사이클 섬유로만 만든 청재킷도 선보였습니다.

플린 CEO는 현재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연간 1만 7,000톤 용량의 펄프 재활용이 가능한 시설을 건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향후 소비자로부터 소비 후 의류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디지털 추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블록체인 스타트업 이온(EON)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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