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 제한 규제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플라스틱 국제협약 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간 미국은 플라스틱 생산 제한 규제에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쳐 왔습니다. 플라스틱 생산을 제한하는 대신 재활용 강화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마지막 5차 회의(INC-5)는 오는 11월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16일 주요 외신보도와 국제환경단체 발표를 종합한 결과, 한국에서 열릴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의 판도가 이전 회의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플라스틱 생산감축 규제에 모호했던 美 정부 🤔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에서 ‘생산 규제’는 핵심 쟁점 중 하나입니다.
유럽연합(EU)와 태평양 도서국들은 플라스틱 생산에서부터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습니다. 이와 달리 중국·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생산 규제가 아닌 재활용을 고수해 왔습니다.
1차 폴리머(플라스틱 원료) 등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두고 일부 국가가 거세게 반대하자 EU조차도 연내 협약 성안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 바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다소 입장이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당장 올해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4차 회의(INC-4)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협상단은 플라스틱 생산 규제 찬반 논쟁에서 서로 다른 진영 편을 각각 들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백악관, 플라스틱 생산감축 규제로 입장 선회 🥤
그런데 로이터통신의 단독보도로 미국 정부가 입장을 선회했다는 사실이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처음 알려졌습니다. 매체는 정부 협상단에 속한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해당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정부의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찬성할 것이란 내용의 브리핑이 열렸습니다. 백악관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후 기후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 역시 브리핑에 참석한 관계자 3명으로부터 미국 정부가 입장을 선회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같은 입장 선회는 최근 미국 정부의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와 연결돼 있습니다. 지난 7월 백악관은 플라스틱 오염을 ‘위기’로 정의하고 2035년까지 미 연방정부 차원에서 모든 형태의 일회용 플라스틱 구매를 금지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은 오는 8월 태국 방콕에서 열릴 ‘회기간 전문가 그룹회의’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 매체를 비롯해 주요 기관들 모두 미국 정부가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에 가입하거나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HAC는 플라스틱 원료 생산과 소비를 모두 지속가능한 수준까지 제한해야 한다는 이니셔티브입니다. EU 등 66개국이 가입돼 있습니다.
주요 7개국(G7) 회원국 중에 HAC에 가입하지 않은 곳은 현재 미국이 유일합니다.
석유화학·기후환경업계 반응 엇갈려…韓 입장은? 🤔
미국 내 석유화학업계와 기후환경기관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플라스틱과 석유화학업계를 대표하는 미국화학협회(ACC)는 강도 높은 비난이 담긴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협회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 잔은 “백악관이 극단적인 시민단체(NGO)들의 바람에 굴복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플라스틱 생산감축 규제가 담긴 협약이 성안될 시 의회 로비를 통해 미국이 가입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그는 공언했습니다.
반면,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레이첼 래드바니 CIEL 환경건강 캠페이너는 “미국의 입장 전환은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상당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미국 지부 등 주요 기후환경단체들 역시 미국 정부의 입장 선회를 환영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이번 입장 선회를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한편, 마지막 회의가 열리는 한국은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EU와 마찬가지로 HAC 소속이긴 하나 협상장에서 어느 한쪽 편을 명확하게 들지 않았습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등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이란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플라스틱 생산감축보다는 순환설계 등을 통해 플라스틱 소비량과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입장에 가깝습니다.
지난 6월 이형섭 환경부 국제협력단장은 한 행사에서 “(한국이) 5차 회의 개최국이다 보니 미국이나 EU로부터 양자회의를 하자는 요청이 굉장히 많았다”고 상황을 전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