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 발표…“핵심원자재 제3국 의존도 65%↓·재활용 15%↑”

유럽연합(EU)이 재생에너지 설비·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핵심원자재법(CRMA·Critical Raw Materials Act)’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법은 EU 역내 친환경 산업에 보조금 등을 제공하는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의 일환으로 추진 중입니다.

EU 집행위원회가 16일(현지시각) 발표한 CRMA 초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종류·가공 단계를 불문하고 제3국에서 생산된 핵심원자재 수입 비율을 역내 전체 소비량 대비 65% 미만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핵심원자재(CRM·Critical Raw Materials)는 EU가 공급망 관리를 위해 지정한 자원을 뜻합니다. 2011년부터 3년 주기로 목록이 갱신됐고, 2022년 기준 약 30여개가 EU 핵심원자재 목록에 등록돼 있습니다.

EU 집행위는 “핵심원자재는 디지털산업·항공우주·탄소중립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자원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2020년 기준 EU의 핵심광물 수입 국가별 현황. EU는 핵심광물 상당수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EC

EU 집행위원장 “녹색 전환·디지털 전환 위해선 핵심원자재 확보 필수” 📢

EU 집행위는 희토류·리튬·코발트·니켈 등을 주요 핵심원자재로 언급했습니다. 희토류는 해상풍력에 쓰이는 터빈모터의 필수재료로, 리튬·코발트·니켈 등은 배터리 생산의 핵심재료로 지목됐습니다. EU 집행위는 반도체용 실리콘도 핵심원자재 목록에 포함시켰습니다.

EU는 이들 자원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실정입니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EU는 코발트의 63%를 콩고에서 추출했고 이중 60%를 중국에서 가공된 제품을 수입해 사용 중입니다. 마그네슘과 희토류의 경우 각각 97%와 100%를 중국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연설에서 “(EU 역내) 희토류와 리튬 등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CRMA 추진을 핵심 정책과제로 제시했습니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EU, 2023

EU가 CRMA를 추진하는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목표 달성을 위해서입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핵심원자재는 풍력발전·수소·배터리 설비 등에 필수적”이라며 “EU가 추진 중인 ‘쌍둥이 전환(Twin Transition)’을 위한 핵심기술 제조에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쌍둥이 전환은 EU가 추진 중인 녹색 전환과 디지털 전환 정책이 합쳐진 것으로, EU가 205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역내 산업 목표로 알려져 있습니다.

EU는 2030년까지 핵심원자재 수요가 500%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초안에 따르면, EU는 “리튬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 수와 충전설비를 2030년까지 현재의 12배 수준, 2050년까지 21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심원자재 확보가 중요하단 것.

 

▲ 지난 16일(현지시각) 공개된 CRMA 초안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EU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 간 3자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EC 제공, greenium 편집

CRMA 초안, 리튬 등 핵심원자재 제3국 의존도 65%↓·재활용 15%↑ ⚖️

EU 집행위가 공개한 CRMA 초안에 의하면, EU는 핵심원자재의 최소 10%를 역내에서 생산해야 합니다. 현재 EU 역내에서 생산되는 핵심원자재는 3%에 머물고 있습니다.

또 핵심원자재의 최소 40%를 역내에서 가공, 즉 정련·처리하겠다는 내용도 언급됐습니다. 무엇보다 핵심원자재 가운데 제3국에서 들여온 제품을 65% 이상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항목도 담겼습니다.

또 핵심원자재의 역내 재활용 비율을 최소 15%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도 초안에 명시됐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EU 27개 회원국 광산에서 추출되는 핵심광물의 비율은 극히 적습니다.

이에 전기차 폐배터리 등에서 리튬·코발트 등 핵심광물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녹색 전환에 대응하겠단 것이 EU의 설명입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부집행위원장은 “자원의 재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EU 내 공급망을 유지하는 한편 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초안에는 기업규제도 명시됐습니다. EU는 ‘특정 대기업’에 핵심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모니터링 및 감사 등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고 초안에 명시했습니다.

대상은 500명 이상근로자, 연간 매출 1억 5,000만 유로(약 2,091억원)인 기업입니다. 폴란드와 헝가리 등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공개한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에는 역내 핵심원자재 생산·가공·재활용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외협력을 통한 공급망 다각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EC 제공, greenium 편집

EU 역내 자원 탐사 지원·핵심원자재클럽 결성 등도 CRMA 초안에 담겨 🤝

더불어 초안에는 핵심원자재 프로젝트에 대한 행정 부담을 줄이고 허가 절차를 간소화한단 내용도 담겼습니다. 가령 역내 핵심광물 추출을 위한 프로젝트의 경우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신청 기간도 단축됩니다.

이를 위해 EU 27개 회원국은 자국의 자원 매장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지질학적 자원 탐사 프로그램을 수행합니다.

핵심원자재 공급망 연구 및 기술 역량을 위한 투자도 강화됩니다. EU 집행위는 역내 핵심원자재 성장을 위해서는 최대 200억 유로(약 27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해당 자금 조달을 위해 민간 투자를 최대한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핵심원자재에 관한 대규모 기술 협력 파트너십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 ‘원자재 아카데미(Raw Materials Academy)’를 설치해 공급망 관련 인력 기술 역량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 사업을 통해 대외 협력국의 광물 채굴 및 가공 그리고 기술인력 양성 등을 지원한단 내용도 언급됐습니다.

EU는 유사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핵심원자재클럽(Critical Raw Materials Club)’을 구성해 공급망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지난 2월 EU는 미국과 핵심원자재클럽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글로벌 게이트웨이: EU가 추진 중인 400조 원 상당의 개발도상국 투자 프로젝트다. EU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환경 보호·보건 안보·공급망 안정 등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상당수는 기후·에너지·보건·디지털화·교통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지난 10일(현지시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은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오)에서 회담을 가졌다. 이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플레감축법(IRA)으로 촉발된 EU-미국 양국간 균열을 봉합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핵심원자재클럽’ 결성을 제안했다. ©Ursula von der Leyen, 트위터

한편, 초안에는 핵심원자재 확보를 위해 순환경제를 활성화한단 내용도 담겼습니다.

각 회원국은 핵심원자재가 풍부한 폐기물의 수집 방법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재활용을 확대해야 합니다. 전기차 모터의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영구자석의 경우 재활용 비율 및 재활용 가능 역량에 관한 정보공개 요건이 초안에 별도 조항으로 담겼습니다.

EU 집행위는 향후 핵심원자재 재활용 확대를 위해 폐기물 관련 규정 개편도 예고했습니다. 이와 함께 핵심원자재 재활용 가능성 강화를 위해 제품별 에코디자인 요건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EU 집행위는 밝혔습니다.

 

CRMA 초안, 3자 간 협의 후 확정 예정…“EU 내에서 갈등도 확인돼” 🌲

CRMA 초안에는 구체적인 정보공개 의무조항 비율 등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향후 세부 이행 방안은 유럽의회에서 논의될 전망입니다. 초안은 EU 집행위와 유럽의회, EU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 간 3자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법 제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17일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달리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조항이나 현지조달 요구 조건 등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 핵심원자재법 놓고 딜레마에 빠진 EU 🥊
EU 역내 주요 핵심광물 채굴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CRMA를 놓고 EU 안에서 갈등이 촉발됐다고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가 보도했습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CRMA 초안에는 EU 역내 핵심원자재 생산 비율을 현행 3%에서 10%로 올렸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EU 회원국 곳곳에서 광물 채굴이 이뤄져야 한단 것. 광물 채굴로 인해 수질·토양오염 및 생물다양성 손실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입니다. 이같은 갈등이 포르투갈·독일·스웨덴·스페인 등 EU 전역에서 나타다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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