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늘어난 열대야…韓 10년새 6.1일 ↑

인천 14.3일 > 울산 13.3일 > 부산 11.5일 > 서울 9.8일 순

최근 10년 사이 한국의 열대야가 연간 6일 이상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열대야가 30일 이상 늘어난 곳도 있었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기후과학 연구 단체인 미국 클라이밋센트럴이 8일 공개한 ‘기후 변화로 건강을 위협하는 열대야가 전 세계에서 늘고 있다’란 보고서에 담긴 연구입니다. 해당 연구는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베이조스 지구 기금’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습니다.

연구팀은 최근 10년간(2014~2023년) 여름철(남반구 12~2월, 북반구 6~8월) 야간 기온을 조사했습니다. 202개 국가, 994개 도시의 10년치 데이터가 수집됐습니다. 이어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가정한 기후모델 추정치와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한국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열대야 현상이 10년 사이 6.1일 더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총 15개 도시가 조사에 포함됐습니다.

서울과 6대 광역시 중에는 인천이 열대야가 지난 10년 사이 14.3일로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어 울산(13.4일), 부산(11.5일), 서울(9.8일) 순이었습니다. 대전(8.9일), 대구(8.3일), 광주(6.3일) 역시 열대야가 늘었습니다.

 

 

“대도시일수록 열대야 증가일수 ↑…기후변화 영향” 🏙️

도시의 열대야 증가일수가 늘어난 이유는 열섬현상 때문입니다. 이는 도시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동아시아의 경우 대만의 열대야가 14.6일 늘었습니다. 일본은 7.7일, 중국은 4.7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 국가 단위 관측에서는 여러 관측 지점의 기온 평균치를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대만 타이페이(36.3일), 일본 도쿄(26.7일), 중국 베이징(12.8일) 등 동아시아 대도시 모두 열대야 증가일수가 국가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싱가포르·브루나이·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열대야가 30일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동·아프리카·카리브해 일대 국가들 역시도 열대야가 최소 20일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도 북동부 아삼주에 소재한 인구 80만여명의 구와하티는 10년 사이 열대야 증가일수가 85.9일로 가장 컸습니다.

열대야가 연간 2주 이상 늘어난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최소 24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 지난 10년 사이 밤 기온이 25℃ 이상 유지한 지역을 시각화한 지도. 색깔이 짙어질수록 열대야 일수가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Climate Central

열대야 늘수록 냉방수요 급증…수면질 저하 등 건강 ↓ 🤔

야간의 기온이 높으면 낮 동안 체내에 축적된 열을 식히기 어렵습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뇌졸중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클라이밋센트럴은 열대야가 수면의 질을 저하할뿐더러, 어린이 두뇌 발달과 학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열대야가 길어질수록 그만큼 냉방수요가 늘었단 뜻입니다. 전력수요 역시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8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일일 최대 전력수요는 90GW(기가와트)를 넘었습니다. 지난 5일 오후 5시에는 역대 여름철 최대인 93.8GW의 전력수요를 기록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 역시 냉방수요와 데이터센터로 인해 2024년과 2025년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셸 영 클라이밋센트럴 연구원은 “이 연구는 열대야와 그로 인한 수면 부족 및 건강 피해 등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올해가 가장 더운 해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화석연료의 연소를 멈추고 지구 기온이 더 이상 오르지 않도록 숲을 보호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기후연구기관 버클리 어스는 올해 6월이 1850년 이래 가장 더웠던 6월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또한 1940년 기상 관측 이래 지구 표면 평균온도 기록이 2차례나 경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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