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상쇄 크레딧 활용을 통한 기업들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유엔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전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소집한 태스크포스가 작성한 문서 초안을 FT가 확인한 결과, 규제시장 밖에서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한 탄소크레딧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담겼습니다.
정확히는 “정부가 규제하는 제도 바깥의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구매하여 상쇄한 탄소크레딧은 (오염자의) 자체 배출량 감축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문장이 명시됐습니다.
해당 문서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기후대응팀이 소집한 ‘유엔 글로벌 탄소시장 태스크포스’가 작성한 것으로 전했습니다.
기업이 탄소상쇄 크레딧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자체 배출량을 직접 줄이는 방법에 투자해야 한단 것이 유엔의 입장입니다.
지난 몇 년간 VCM에서 탄소상쇄 크레딧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두고 일어난 논란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탄소상쇄 크레딧 활용에 있어 그간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 왔습니다. 일례로 작년에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연설에서 그는 “(검증되지 않은) 모호한 탄소상쇄 크레딧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빅테크·석유 기업 크레딧 구매 ↑…COP29서 발표 예상 🤔
데이터업체 얼라이드오프셋에 의하면, 탄소상쇄 크레딧의 가치는 2023년 9억 달러(약 1조 2,460억원)로 평가됩니다. 2022년 14억 달러(약 1조 9,385억원)와 비교해 크게 떨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로 인해 배출량이 급증한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탄소상쇄 크레딧 구매가 활발합니다.
빅테크 기업 중 구글만이 탄소상쇄 크레딧의 대량 구매를 중단하고 직접 배출량 감축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여기에 엑손모빌·셰브론·로열더치쉘 같은 대형 석유 기업들 역시 탄소상쇄 크레딧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영국 석유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에서 탄소크레딧 구매를 책임지는 제프 슈워츠 부사장은 “탄소금융을 유통하는 통로를 차단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FT에 밝혔습니다.
슈워츠 부사장은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 이사회의 위원이기도 합니다. 그는 “충분한 기후대응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산업계가 (탈탄소화에) 실패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FT가 확인한 문서는 늦어도 오는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릴 제29차 당사국총회(COP29)에서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 유엔은 구체적인 논평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올해 COP29는 지난해 개설이 불발된 국제탄소시장과 관련한 합의를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 역시 “(COP29에서) 파리협정 제6조의 나머지 요소의 합의를 모두 마무리할 것”이라며 “더 나은 탄소시장으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COP29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 역시 국제탄소시장 개설을 올해 기후총회의 주요 의제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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