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무는 정말 갈색일까요? 일반적인 상식에 이같은 의문을 제기한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산림 부산물을 사용해 10가지 색상의 크레용을 공개한 디자인 ‘스튜디오 플레이풀’입니다.
스튜디오가 개발한 ‘포레스트 크레용’은 산림 부산물과 쌀을 이용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노란색부터 갈색, 빨간색, 푸른색 등 다양한 색상을 띠고 있습니다. 모든 색상은 삼나무·검양옻나무·목력나무 등 일본에서 흔한 수종(樹種)의 부산물에서 추출됐습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숲 관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싶었다고 스튜디오는 말합니다.
산림 부산물 크레용, 2021년 日 임야청 프로젝트로 추진 🖍️
스튜디오가 산림 부산물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2021년 일본 임야청의 ‘우드체인지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입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해 산림 부산물의 활용처를 찾는 것입니다.
일본은 한국처럼 국토의 3분의 2가량이 산림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대부분이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식재된 인공림입니다. 건강한 숲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손길이 필요합니다. 조림-활용-재조림의 순환을 추구한단 점에서 ‘산림 순환경영’이라 일컫습니다.
이 가운데 임야청은 최근 산림 순환경영이 부실해지고 있단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저렴한 수입 목재가 증가하면서 자국 내 벌채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산림 관리가 소홀해질 시 산불·산사태의 원인이 될 수 있단 것. 죽은 나무나 가지 등이 대기 중에서 부패할 경우엔 강력한 온실가스(GHG)인 메탄(CH4)이 발생합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자국의 풍부한 산림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아이디어 공모에 나선 것입니다. 건축 등 기존 사용처를 넘어 산림 부산물의 활용 폭을 넓히는 것이 공모전의 핵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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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만든 크레용…“나무는 모두 ‘갈색’ 상식 깨” 🎨
처음부터 스튜디오가 크레용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실험이 선행됐습니다. 디자이너들은 나무 조각을 삶아 먹거나, 냉동해서 먹어봤습니다. 톱밥으로 파운드케이크나 카레도 만들었습니다. 스튜디오 측은 식품 활용을 포기한 뒤에는 나무 전자회로에도 도전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스튜디오는 가장 단순한 형태에 도달합니다. 나무를 갈아서 고운 가루로 만든 것. 가루를 목재 왁스와 섞어 굳히면 크레용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나무들이 품종과 성장 과정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띤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예컨데 목련나무는 연두색, 곰팡이가 핀 목련나무는 청록색을 띠는 식입니다.
나무는 일본 기후현의 삼림도시인 히다시 목재장에서 조달됩니다.
스튜디오는 “나무 자체의 색상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놀라운 팔레트를 제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작품에서 제품으로”…100% 목재 안료 고집 🪵
포레스트 크레용은 2021년 프로토타입(시제품)이 공개된 이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같은해 디자인 전문매체 디진으로부터 ‘올해의 제품 디자인과’ 대중 ‘인기상’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이후 일본 도쿄, 영국 런던,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등에서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스튜디오는 다음 단계를 위한 도전,즉 상용화에 나섭니다.
“프로젝트를 진정으로 완성하려면 다른 사람들도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스튜디오는 설명했습니다.
많은 스튜디오와 디자이너들이 시제품 이후 상용화의 벽을 넘는데 실패합니다. 상용화를 위해 기획의도나 혁신성을 타협하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나 스튜디오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개발 이듬해인 2022년 상용화에 성공합니다。
먼저 ‘목재만으로 색을 만든다’는 기획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목재 왁스는 쌀 왁스와 오일로 대체됐습니다.
이는 일본 주문형 문구 생산업체 토이치분구와 온라인 공예 판매업체 페리시모와의 협력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협력사의 수십 년간의 제조 경험 덕분에 상업화에 맞게 미세한 조정이 가능했다는 것이 스튜디오의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