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vs 핵폐기물, 일본 원전 재가동의 그림자

2040년까지 20% 목표...핵폐기물 처리 부지 확보는 여전히 난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됐던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2040년까지 원자력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사고 이전 수준인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원자력을 다시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반영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 저장 부지를 확보하는 일입니다. 현재 홋카이도의 스츠와 카모에나이 마을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며, 해당 지역 주민들과 아이누 원주민 사이에서는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사이, 일본의 원전 부활과 핵폐기물 딜레마

일본은 1960년대 원자력 발전을 도입한 이후, 21세기 초까지 이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이 붕괴되면서, 전국의 원자로 54기 전부가 가동을 멈췄고, 현재까지 14기만 재가동된 상태입니다.

이후 일본은 석탄과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습니다. 반면 유럽연합, 미국, 영국 등은 같은 기간 동안 석탄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일본 내에서도 원자력에 대한 지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일본 국민의 16%가 원자력의 즉각 폐지를 원했지만, 2024년에는 그 비율이 5%로 낮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24년 12월 현재 8.5% 수준인 원자력의 전력 생산 비중을 2040년까지 약 20%로 회복하겠다는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에너지 기본계획을 개정하며 기존의 ‘원자력 최소화’ 방침을 삭제하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탈탄소 전력원의 최대 활용’이라는 문구로 대체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 문제입니다. 사용 후 핵연료는 고온·고방사능 상태로 수천 년간 안전하게 격리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지하 깊은 곳에 영구 매립해야 합니다. 현재 일본은 혼슈 북부 아오모리현의 임시 저장 시설에 폐기물을 보관 중이지만, 해당 시설은 최대 50년간만 운영 가능하며 2023년 기준으로 이미 80%가 포화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영구 저장 부지 확보에 나섰지만, 4년간의 조사 단계에 들어간 지역은 홋카이도의 어촌 마을인 스츠와 카모에나이뿐입니다. 두 마을은 토마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1시간 이내 거리에 있으며, 심각한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카모에나이의 일부 주민들은 “폐기물이 안전하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정부 지원금이 어항 보수 등에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스시 요리사 사토 다즈노리는 “원전 근처에 사는 것에 익숙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스츠에서는 의견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전기상점을 운영하는 타나 노리유키는 “정부 지원금으로 간호사 기숙사와 학교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반핵 단체 공동의장인 노부카 미키는 “지하 처분장은 미래 세대와 지역 어업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러한 논쟁은 스츠와 카모에나이 지역뿐 아니라, 과거 홋카이도를 고향으로 삼았던 아이누 원주민 사회에서도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두 마을에는 아이누 공동체가 없지만, 19세기 일본의 점령 이전까지 이 지역은 아이누의 땅이었습니다.

뉴클라이밋 연구소의 쿠라모치 다케시는 “인구 밀집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저장 부지를 일본 내에서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문제가 원자력 확대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이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성과를 얻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자코포 부온지오르노 교수는 “원자력은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간헐적인 전원이 제공하지 못하는 24시간 청정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망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방사성폐기물관리기구(NUMO)의 대변인 가와시마 노부유키도 “원자력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탈탄소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3년 5월, 일본 정부는 원전의 운영 기간을 60년을 넘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후쿠이현의 한 원자로는 가동 후 72년이 되는 2047년까지도 운전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중단됐던 원전 운영이 다시 장기화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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