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로 만든 음료수병이 있다면 어떨까요?
스웨덴 디자인 스튜디오 투모로우머신(Tomorrow Machine)이 감자를 이용해 만든 음료수병 ‘곤 쉘(Gone Shells)’의 시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 시제품은 유럽 최대 과일주스 생산 기업인 ‘에크스 그라니니그룹(Eckes-Granini Group)’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이 용기는 감자 전분이 주원료입니다. 용기 내부와 외부에는 바이오기반의 방수 장벽이 코팅된 덕에 액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사진 속 초록색 병뚜껑 또한 감자 전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병을 버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감자나 오렌지껍질을 벗겨내듯이 나선형으로 병의 껍질을 벗기면 됩니다. 이 경우 용기 안에 있던 방수 장벽이 무너져 재료가 생분해되기 시작합니다.
가정에서 퇴비로 쓸 수 있을뿐더러, 물에 넣으면 서서히 녹아 완전히 사라집니다. 물론 주원료가 감자인 덕에 병을 먹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투모로우머신 설립자이자 산업디자이너인 안나 글란센은 “(곤 쉘은) 병을 벗기거나 다른 방식으로 해체해 분해 과정을 활성화시키지 않는 한 기존 플라스틱병과 유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튜디오 측은 병의 생분해성을 높이기 위해 산소에 반응하는 액체 및 오일을 혼합했는데요. 병에 음료를 담아 유통이 가능할 정도의 경도를 갖추기 위해 압출 및 열성형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스튜디오 측은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재료 등은 기밀사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병의 또다른 장점 중 하나는 기존 플라스틱병 생산 장비에서 제조할 수 있단 것입니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이 시제품은 음료 등 내용물을 플라스틱처럼 오래 보관하지 못합니다. 또 음료 브랜드명·영양성분표시 등이 수작업으로 표시됐습니다.
이에 대해 스튜디오 측은 향후 연구를 거듭해 음료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시간을 한층 늘릴 예정입니다. 앞서 언급한 과일주스 생산기업 ‘에크스 그라니니그룹’ 이외에도 **스웨덴 바이오이노베이션(Bio Innovation)**이 프로젝트를 지원 중입니다.
바이오노베이션은 바이오경제 및 바이오소재 활성화를 목표로 시작된 이니셔티브입니다. 스튜디오 측은 바이오이노베이션으로부터 약 430만 크로나(한화 약 5억 3,100만원)를 지원받아 상용화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투모로우머신은 이전에도 생분해성 용기들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2014년 해초로 만들어 분해가 가능한 스무디컵, 설탕으로 만들어 물에 닿는 순간 분해되는 용기를 만들었습니다. ‘This Too Shall Pass(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제목이 붙은 프로젝트였는데요.
글란센은 “(이전에도) 일련의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높은 재료 비용과 복잡한 생산 방법으로 인해 실제 포장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스튜디오 측은 이때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곤 쉘을 내놓은 것.
스튜디오 측은 기존 제조 기술과 저렴한 원료를 사용해 실제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또 지속가능한 식품 포장 설계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확산시키는고 싶다고 덧붙였는데요.
글란센은 “플라스틱병이 오랫동안 지구 환경을 괴롭혔으나,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플라스틱의 편의성을 대체할 제품도 딱히 없었다”며 “내용물을 오래 보관하는 수명이 긴 친환경 용기는 이미 개발됐으나, 물에 100% 녹는 곤 쉘은 재활용이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진정한 친환경 용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