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인 도요타벤처스가 기후테크와 첨단기술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3억 달러(약 4,15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고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2017년 7월 설립된 도요타벤처스는 일본 완성차 기업 도요타자동차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입니다.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재생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75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했습니다.
17일 그리니엄이 데이터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번 펀드 조성을 통해 도요타벤처스가 모은 자본만 8억 달러(약 1조 1,092억원)에 이릅니다.
도요타벤처스가 이번에 발표한 펀드는 총 2개입니다.
TVCF II(도요타벤처스 클라이밋펀드 II)와 TVFF II(도요타벤처스 프론티어펀드 II)입니다. 각각 1억 5,000만 달러(약 2,079억원) 규모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TVCF II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전문으로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반면 TVFF II는 초기 딥테크 스타트업을 전문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도요타벤처스 “일부 투자자 기후테크 투자 줄일 때, 우린 투자 되레 늘려” 📈
도요타벤처스가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초기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함으로써 해당 감축 또는 적응 기술을 도요타자동차에 끌고 온단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도요타자동차는 자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5년까지 2019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기후테크 시장을 선점한겠단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시관 블룸버그NEF(BNEF)는 CVC가 기후테크 산업 내 투자 흐름을 주도하고 있단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대기업의 풍부한 자본력과 인력 그리고 기술을 기반으로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중장기적 협력 전략을 펼치고 있단 것이 BNEF의 분석입니다.
도요타벤처스 설립자 겸 총괄파트너인 짐 애들러는 “(도요타벤처스의 역할은) 단기적으로 도요타자동차의 모빌리티 부문에 변혁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기술 동향을 이해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파괴적 혁신을 수용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를 줄일 때(스케일백) 우리는 투자를 늘리고 있다(스케일업)”며 “생성형 AI, 민간 우주개발, 탄소포집 등 여러 혁신이 이뤄지는 지금이 바로 도요타가 투자할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도요타벤처스가 투자 단행한 초기 기후테크 스타트업 18곳은? 🤔
이번에 발표된 TVCF II 펀드는 기후대응과 지속가능성에 좀 더 초점을 둘 계획이라고 도요타벤처스는 밝혔습니다.
감축 및 적응 기술개발의 확장성과 사업성 그리고 창업가의 전문지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사측은 덧붙였습니다.
앞서 2021년 발표된 TVCF I 펀드가 온실가스 배출량 등 감축에 초점을 맞춘 것과 대조됩니다.
그렇다면 도요타벤처스가 현재까지 투자한 초기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어떤 곳들일까요?
그리니엄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인한 결과, 도요타벤처스가 현재까지 투자한 초기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모두 18곳입니다.
국가별로는 미국에 소재한 스타트업이 11곳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영국(3곳), 캐나다·호주(각각 2곳) 순이었습니다. 일본 등 아시아에 소재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된 사례는 아직 없었습니다.
분야별로 보면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이 6곳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카본과 모빌리티 분야가 각각 4곳이었습니다. 건축·환경, 기후적응, 식품 분야 스타트업도 각각 1곳씩 있었습니다.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도요타벤처스가 투자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상당수가 뉴욕타임스(NYT)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을 통해 국내외 모두에서 화제를 모았단 점입니다.
예컨대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에어컴퍼니는 대기 중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보드카를 만들어 판매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국 탄소제거 스타트업 브릴리언트플래닛은 북아프리카 모로코 사막 한 가운데에 미세조류 양식장을 만들어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밖에도 어떤 스타트업들이 있을까요?
한국과도 연이 있는 곳을 포함해 총 5곳을 뽑아 봤습니다.
🌲 리빙카본|2024년 봄까지 탄소격리 높인 슈퍼 나무 500만 그루 조성 목표
2019년 설립된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리빙카본이 대표적입니다. 리빙카본은 생명공학 기술을 사용해 탄소격리 효율성을 높인 ‘슈퍼 나무’를 개발했습니다.
자체 실험 결과, 탄소격리 능력을 향상시킨 포플러나무가 기존 보다 최대 27% 더 많은 탄소를 포집한단 것이 사측의 주장입니다.
또 해당 나무가 기존 나무보다 5개월 간 더 1.5배 더 빠르게 성장했다고 리빙카본은 덧붙였습니다.
리빙카본은 작년 2월 미 남부 조지아주에 유전자변형 포플러나무 5,000그루를 조성했습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의 말을 다수 인용해 우려를 전한 바 있습니다.
유전자를 조작한 나무가 기존 나무와 섞일 위험이 있을뿐더러, 기존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단 우려입니다.
이에 대해 리빙카본은 유전자변형 포플러나무는 모두 ‘암나무’로 꽃가루를 생성하지 않는다고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한편, 리사 코카 도요타벤처스 기후펀드 파트너는 리빙카본의 기술이 자연기반해법(NBS)과 유전공학의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리빙카본은 올해 봄까지 최대 500만 그루의 유전자변형 묘목을 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바우|싱가포르서 2번째로 판매 승인받은 배양육 기업
2019년 설립된 호주 푸드테크 스타트업 바우 역시 세간의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사측은 세포 배양육으로 만든 ‘매머드 미트볼’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해당 미트볼은 네널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한 과학 전시관에서 전시됐습니다.
멸종한 매머드 세포의 유전정보에 관한 공개자료를 기반으로 배양육을 만들었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물론 유전정보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남은 공백은 동물 중 매머드에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아프리카코끼리의 유전정보로 보충했습니다.
단, 매머드 미트볼은 배양육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일회성 프로젝트였습니다.
사실 바우는 메추라기 세포 기반 배양육 제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에는 싱가포르 규제당국으로부터 2번째로 판매를 승인받은 배양육 기업이 됐습니다. 사측은 “올해 하반기(10~11월)에 호주 규제당국으로부터도 승인받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 야드스틱|1분 내로 토양 내 탄소격리 검증 위한 장비 개발
토양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는 온실가스 저장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토양의 탄소격리 능력을 향상시킬 것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토양에 얼마만큼의 탄소가 격리될 수 있는지 검증하기가 어렵단 것. 토양 내 탄소격리량을 측정하기 위해선 표본 채취가 필수적인 상황이나, 여기에는 노동력과 시간이 상당 부분 소요됩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껴 설립된 기업이 바로 야드스틱입니다. 2021년 미국에 설립된 야드스틱은 토양에 얼마만큼의 탄소가 저장돼 있는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장치를 땅에 꽂으면, 하단에 부착된 분광계가 토양에 저장된 탄소량을 확인하는 것. 야드스틱은 “시추 후 토양 내 탄소저장량 확인까지 불과 1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개발된 장비는 개념증명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기술에 도요타벤처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시리즈 A 투자에서 도요탸벤처스와 MS 등 투자사는 야드스틱에 1,200만 달러(약 165억원)를 투자했습니다.
해당 투자금을 기반으로 사측은 현재 제품 기술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번봇|산불 예방 및 소화 작업용 원격 로봇 개발
도요타벤처스가 투자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중에서 가장 최근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산불예방 전문 스타트업 번봇입니다. 사측은 시리즈 A에서 총 2,000만 달러(약 277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지난 2일 밝혔습니다.
번봇은 건조 식물들을 처리할 수 있는 원격 제어 차량을 개발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고온건조한 시기에는 건조 식물들이 자연 발화해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에 미 소방당국은 화재 위험이 있는 건조 식물들을 미리 태워 산불을 예방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단, 위험도가 높을뿐더러 작업에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 모두 크단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번봇은 건조 식물을 자동으로 제거할 수 있는 원격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건조 식물 위로 로봇이 지나가며 소각하고, 이후 물을 분사하여 남은 불씨를 꺼드리는 방식입니다. 소각 과정에서 나온 연기는 로봇이 자동으로 흡수함으로써 대기질 악화도 예방합니다.
사측은 기존 사전 소각 작업이 어려웠던 지역에 해당 로봇을 투입할 수 있단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소방관 등 사람인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가파른 언덕 같은 지형이 대표적입니다.
현재 미 캘리포니아 교통국이 해당 로봇을 구입해 사전 소각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실시한단 계획입니다.
🔋 릴렉트리파이|GS그룹 투자 단행…“미래 산업 게임체인저”
한편, 도요타벤처스가 투자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중에서 한국과 연이 있는 기업도 있습니다. 호주 배터리 스타트업 릴렉트리파이의 이야기입니다.
이 기업은 전기자동차 충전 효율을 개선하는 기술을 전문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재사용 시 수명을 약 30% 이상 연장하는 동시에 비용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 GS그룹의 미국 벤처투자사 GS퓨처스가 릴렉트리파이에 2021년 투자한 바 있습니다.
당시 GS퓨처스 등 수십여개 업체가 투자에 참여했고, 투자액 규모는 60억~7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작년 8월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이야말로 미래 산업의 게임체인저”라며 벤처투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바 있습니다. 허 회장은 이어 “벤처투자 단계를 넘어 그간 발굴해 온 벤처 네트워크의 기술을 연결해 미래 시장을 선도할 신사업으로 구체화할 시점”이라며 적극적인 신사업을 주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