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의 주인공인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화성에서 탐사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은 사고로 홀로 남겨집니다. 주인공 와트니는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상식량을 먹고, 감자를 재배해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팁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먼 우주에서 인류가 장기간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을까요? 조만간 그 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미래 우주식량 생산 시스템을 놓고 경쟁하는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Deep Space Food Challenge, 이하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의 결선 진출자 11개 팀을 발표했습니다.

NASA와 캐나다우주청(CAS)이 공동 개최한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는 달·화성 그리고 심우주 탐사에 필요한 미래 우주식량 제작을 목표로 지난해 1월 개최됐습니다.

 

‘식량 자급자족·자원 및 폐기물 최소화’ 등 까다로운 조건 내걸어 🚀

로켓에 많은 식량을 싣고 가려면 무게가 증가해 우주선 발사 비용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또 화성만 해도 현재의 기술로 가는데만 5개월 이상이 소요됩니다. 결론적으로 장기 우주 탐사를 위해선 우주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해야한단 것인데요.

문제는 우주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것이 지구에서처럼 수월하지 않단 것입니다. 식물 성장에 필요한 충분한 빛이 없을뿐더러, 물과 같은 자원도 제한돼 있습니다. 작물 재배에 성공해도 영양분이 충분한지 등이 검토돼야 해 아직까지 지속가능한 생산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 미 항공우주청NASA과 캐나다우주청CSA이 공동 개최 중인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는 두 기관이 각각 별도로 참가자를 모집해 대회가 진행 중이다 다만 두 기관이 대회 참가자에게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조건은 동일하다 ©NASA 유튜브 캡처

이 때문에 주최 측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먼저 우주비행사 4명이 재보급을 받지 않고 3년에 걸친 우주 왕복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동안 먹을 식량을 생산해야 합니다.

또 혹독한 환경에서 지구에서 먹는 것과 같은 음식을 직접 생산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되고 버려지는 자원은 모두 최소화돼야 합니다. 맛, 영양가 그리고 안전성도 주요 평가 항목입니다.

대회는 ▲시스템 설계도 평가 ▲설계도를 토대로 만든 식량 생산 장치의 프로토타입(시제품) 및 식량 샘플(표본) 평가 ▲완성된 식량 장치 평가 등 크게 3단계에 걸쳐 진행됩니다.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 결선 진출 11개 팀, 공통점은? 🛰️

NASA와 CSA는 각각 별도로 참가자를 모집해 대회를 진행 중입니다. 캐나다 팀의 경우 아직 2단계 평가가 진행 중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결선 진출 11팀은 NASA가 주관하는 ‘미국 내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 2단계를 통과한 것인데요. 이들 11팀의 공통점은 크게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스마트팜 ▲곰팡이 기반 단백질 등으로 분류됩니다. 이들 결선팀을 일부 살펴본다면.

 

▲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에어컴퍼니가 개발한 에어보드카의 모습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만든 이 보드카는 현재 75Oml 병당 우리돈 약 8만 6000원에 판매 중이다 ©Air Company

1️⃣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우주비행사가 내뿜은 CO2도 활용하자! 👨‍🚀

2017년에 설립된 미국 뉴욕주 소재 기후테크 스타트업 에어컴퍼니(Air Company)도 이번 대회 결선팀에 선정됐습니다. 에어컴퍼니는 대기 중 포집한 이산화탄소(CO2)로 보드카를 만들어 판매해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입니다.

에어컴퍼니는 CO2와 물을 혼합해 보드카를 만듭니다. 먼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는데요. 이후 수소를 포집한 CO2와 함께 ‘탄소 전환 반응기(Carbon Conversion Reactor)’에 넣으면 불순물이 제거된 에탄올이 생성됩니다. 이를 물과 섞으면 에탄올 40%, 물 60% 비율의 보드카가 완성됩니다. 발효 및 제조공정에 필요한 에너지는 모두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는데요. 이렇게 생성된 술을 ‘에어보드카’라 부릅니다.

에어컴퍼니는 이 기술을 우주에도 적용했습니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에서 내뿜는 CO2를 포집해 마찬가지로 전기분해하는 것인데요. 회사 측은 우주선 내에서 생성된 에탄올을 식용효모(Edible yeast)에 공급해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푸드테크 스타트업 인터스텔라랩 직원들을 뒤로 바이오팟이 보인다 바이오팟은 폐쇄 순환 흐름 공정이 적용된 스마트팜이다 ©Interstellar Lab

2️⃣ 스마트팜: 순환성·확장성 모두 갖춘 우주형 농장, 바이오팟 🥬

푸드테크 스타트업 인터스텔라랩(Interstellar Lab)은 폐쇄 순환 흐름 공정이 적용된 자급자족 식량 생산 시스템을 개발해 이번 대회 결선 진출팀에 선정됐습니다.

인터스텔라랩이 제작한 자급자족 식량 시스템은 ‘바이오팟(BioPod)’이라 불립니다. 바이오팟은 폭 6m, 넓이 10m, 높이 7m 크기의 팽창식 돔 형태로 외관은 부드러운 플라스틱 막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내부에는 흙 없이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수경재배 또는 아쿠아포닉스 장치가 설치돼 있습니다.

작물 재배에 사용되는 모든 물은 재활용되며, 비료까지도 인공지능(AI)에 의해 작물별로 맞춤 제공되는데요. 이밖에도 디지털 트윈 등 첨단 기술이 다량으로 접목됐습니다.

 

▲ 프랑스 파리 인근 창고에 건설된 인터스텔라랩의 첫 바이오팟의 모습 해당 시설에서는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등 희귀작물을 재배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Interstellar Lab 페이스북 갈무리

바이오팟은 기존 실내농업에서 키우기 어려운 작물을 재배함으로써 미래 식량 생산에 혁신을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실제로 현재 프랑스 파리 인근 창고에서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와 같이 희귀작물을 재배하는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회사 측은 “바이오팟의 모든 자원이 순환한다”고 설명합니다. 덕분에 기존 스마트팜과 비교해 바이오팟의 물소비량은 98%가량 줄고, 에너지 소비량도 2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인터스텔라랩은 주장했는데요. 바이오팟 인근에 있는 CO2를 포집해 식물 재배에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회사 측은 덧붙였습니다.

인터스텔라랩은 궁극적으로 바이오팟을 달이나 화성에 설치해 자급자족한 식량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부터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우주용 바이오팟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할 바이오팟을 위해 여러 우주기관과 협력도 진행 중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 스웨덴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이코레나는 곰팡이를 활용해 만든 비건 스테이크를 내놓은 바 있다 ©Mycorena

3️⃣ 곰팡이 기반 단백질: 곰팡이·미세조류·미생물이 미래 우주 먹거리 🍖

스웨덴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이코레나(Mycorena)은 국제 결선팀에 선정됐습니다.

이 회사는 곰팡이와 미세조류를 혼합해 대체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순환경제 원칙’을 토대로 설립된 기업답게 최소한의 자원을 사용하고, 적은 양의 폐기물이 나오는데요. 어느 환경에서나 생산 모듈이 빠르게 확장 가능하단 이점이 있습니다.

한편, 핀란드 푸드테크 스타트업 솔라푸드(Solar Foods)도 마찬가지로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 국제 결선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솔라푸드는 세계 최초로 탄소포집 단백질인 ‘솔레인(Solein)’을 개발한 곳입니다. 탄소포집 단백질이란 포집한 CO2로 재배한 미생물로 만든 단백질입니다. 솔라푸드는 해당 단백질이 빵·파스타·대체육 생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단 점을 강조했는데요.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식품청(SFA)이 세계 최초로 솔레인의 판매를 허용한 바 있습니다.

 

▲ NASA의 우주비행사 메건 맥아더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과일을 들고 사진을 찍은 모습 ©NASA

NASA “식량 문제 해결할 혁신 기술 찾을 것…최종 우승자 오는 4월 발표” 📢

이밖에도 ▲인공 광합성을 사용한 식물·곰팡이 기반 식품 생산 ▲식용 버섯 재배를 위한 폐쇄 루프 버섯 재배 시스템 ▲연속 재배 기술을 활용한 불활성화 진균 바이오매스 생산 등을 내건 팀들이 선발됐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발굴된 아이디어는 우주를 포함해 극지방이나 사막 등 혹독한 환경에서 일어날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들 11개 팀은 NASA 시설에 방문해 핵심기술과 식품 샘플을 평가하고 시연에 직접 참여할 예정입니다. 주요 평가 항목은 식품 생산 공정의 수용가성과 용이성이며, 학계·산업계·정부기관 출신의 전문가들이 심사를 맡습니다.

최종 우승자는 오는 4월에 발표될 예정이며, 상금은 각각 15만 달러(약 1억 8,500만 달러)가 수여됩니다. 다만, 미국·캐나다 국적팀이 아닌 경우 상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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