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은 주요 쟁점 사항이었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조성에 극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개도국들에게 선진국들이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제안됐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2020년까지 선진국이 약속한 연간 1,000억 달러(약 132조원) 규모의 기후재원과는 별개의 재원입니다.

지난 8일(현지시각)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따르면, 손실과 피해 기금 논의를 위한 준비위원회(transitional committee)의 첫 회의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이집트 남부 도시 룩소르(테베)에서 열립니다.

준비위원회는 손실과 피해 기금의 지원체계 및 상세 운영방안에 대해 논의합니다. 준비위가 논의한 기금 세부 운영계획안은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발표됩니다.

COP27에서 결정된 논의에 의하면, 준비위는 올해 3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최소 2번 이상 회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준비위원회 24명 중 22석 채워져…“공석 있어도 3월 회의 그대로 진행” 🌐

손실과 피해 기금을 논의할 준비위는 개도국 대표 14명·선진국 대표 10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됩니다.

개도국의 경우 지리적 대표성에 따라 위원 수가 배분됐습니다. ▲아프리카 지역 3명 ▲아시아·태평양 지역 3명 ▲남미 및 카리브해 지역 3명 ▲도서국 2명 ▲최빈국(LDC) 1명 ▲앞서 설명한 범주에 포함되지 않은 개도국 1명 등입니다. COP28 의장국인 UAE는 아태지역에 포함됐습니다. 한나 알하시미 UAE 기후특사가 준비위에 위원으로 참여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노르웨이·미국·프랑스·호주·핀란드·캐나다·영국·아일랜드·덴마크·일본 출신 대표들로 구성됐습니다.

 

▲ 2월 17일 기준 손실과 기금 준비위원회 24명 중 22명이 선출됐다 ©greenium

아태 지역을 대표해야 할 개도국 대표 2명은 아직 선출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UNFCCC는 이들 자리가 공석이더라도 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준비위 구성은 지난해 12월 15일까지 끝나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준비위 중 10명만 선출돼 우려가 나왔습니다.

국제기후행동네트워크의 하르지트 싱 국제정치전략 책임자는 “준비위 설립이 지연되면 이미 기후문제 영향에 직면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추진력이 정체될 염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UNFCCC는 오는 첫 회의 전까지 공석을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생물다양성 및 산림 손실 빙하 후퇴 등은 서서히 시작되는 현상이며 폭염홍수허리케인 등은 기상이변으로 본다 ©UNFCCC

COP27서 손실과 피해 재원 약속한 8개국…“스코틀랜드만 예산 집행 중” 💰

지난해 COP27에서 합의된 기금과 별개로 기후취약국을 위한 손실과 피해 재원을 약속한 국가들도 있습니다. COP27 정상회의에서 손실과 피해 재원을 약속한 국가는 총 8개국입니다.

▲벨기에(250만 유로) ▲오스트리아(2025년까지 5,200만 유로) ▲뉴질랜드(2025년까지 1,200만 달러) ▲독일(1억 7,000만 유로) ▲덴마크(1억 덴마크 크라운) ▲아일랜드(1,040만 달러) ▲캐나다(620만 달러) ▲영국 스코틀랜드(500만 파운드) 등입니다.

이중 주목해야 할 곳은 스코틀랜드입니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지원을 위해 200만 파운드(약 31억원) 규모의 재원을 내놓았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이듬해 COP27에서 500만 파운드(약 78억원)을 또 약속한 것.

스코틀랜드는 실제로 손실과 피해 재원을 집행 중입니다. COP26에서 약속한 손실과 피해 재원 중 약 4분의 1은 동아프리카 말라위에 사용됐습니다. 말라위 정부는 해당 재원을 열대성 저기압으로 파손된 제방과 학교를 재건하는 데 사용 중입니다.

라자루스 차크웨라 말라위 대통령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재원은) 말라위 사람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합니다. 차크웨라 대통령은 이어 스코틀랜드가 하고 있는 일을 다른 선진국들도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지난해 1월 동아프리카 말라위에서는 열대성저기압 아나로 인해 심각한 홍수가 발생했다 ©UNICEF Malawi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COP27에서 약속한 500만 파운드 규모의 손실과 피해 재원이 올해 4월부터 집행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들 지원이 양동이에 물 한방울 떨어뜨리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030년까지 개도국에게 필요한 손실과 피해 비용은 최대 5,800억 달러(약 766조원)로 추산됩니다. 또 2050년에는 연간 1조, 8000억 달러(약 2,377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스페인 ‘바스크 기후변화센터(BC3)’는 개도국이 이상기후로 인해 2030년까지 5,8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국제 재난 데이터베이스(DB)인 EM-DAT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에만 79개국에서 최소 187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해 400억 달러(약 52조원) 이상의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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