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CO₂)가 6년 치밖에 남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이르면 2029년에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호주 멜버른대학교·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SA) 등 공동 연구진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했습니다.

 

1.5℃ 억제 위한 탄소예산이란? 🤔

1.5℃는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합의한 기온 상승 마지노선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제6차 종합보고서(AR6)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하면 3억 5,000만 명의 도시인구가 물부족에 시달립니다.

아울러 극단적인 폭염과 홍수가 더 빈번해질뿐더러, 멸종위기 속도도 가팔라집니다. 일례로 1.5℃ 상승 시 세계 산호초의 약 70%는 멸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PCC는 2021년 제1실무그룹(WGI) 보고서에서 2020년 기준 ‘잔여 탄소배출허용량(이하 탄소예산)’*을 약 4,940억 톤**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탄소예산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배출 허용량입니다.

*RCB·Remaining Carbon Budget

**CO2e: 이산화탄소환산량

 

▲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잔여 탄소배출량 즉 탄소예산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Climate Lab Book

“파리협정 달성 위한 탄소예산, 이르면 6년 안에 모두 소진” 🚨

연구진은 IPCC의 탄소예산이 2020년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탄소예산을 2022년 말 기준으로 최신 업데이트했습니다. 2020년 이후 배출된 온실가스 양과 미래 지구 온난화를 추정하는 최신 모델도 모두 반영했습니다.

올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약 1% 늘어 역대 최대인 약 400억 톤 규모로 예상됩니다. 연구진은 이같은 배출량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단서를 달았습니다.

또 대기 중 햇빛을 반사시켜 지구 평균기온을 낮추는 에어로졸 입자가 줄어든 것도 모델링에 반영됐습니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은 배출량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6년 안에 1.5℃ 이하 유지를 위한 탄소예산이 모두 소진된단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에어로졸: 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자다. 도시·산업시설 배출, 소각, 자동차 등의 인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탄소예산 반토막, 그 이유는?…“탄소배출량 ↑·에어로졸 ↓” 📊

연구 결과, 인류에게 남은 탄소예산도 절반가량 줄어들었습니다.

연구진이 IPCC의 탄소예산을 2022년 말 기준으로 최신화한 결과, 남은 탄소예산은 불과 약 2,470억 톤에 불과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IPCC 발표 직후 불과 2~3년 사이 탄소예산의 절반을 소진했단 뜻입니다. 그만큼 배출량이 많았단 것입니다.

탄소예산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대기오염도 연관이 있습니다. 대기질 개선과 맞물려 에어로졸 입자 배출이 줄어든 것. 연구진은 에어로졸 배출 감소가 1.5℃ 목표 유지를 위한 탄소예산을 약 1,000억 톤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공중보건 측면에서 대기질 개선을 통한 에어로졸 감소는 긍정적이나, 지구온난화 관점에서는 냉각 효과를 유발하던 에어로졸이 점점 없어지면 온난화가 더 가속화된단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더불어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약 2,470억 톤 이내로 억제하더라도 1.5℃ 목표를 유지할 확률은 50%에 불과하다고 연구진은 덧붙였습니다.

기후대응 저지선이자 파리협정 목표 중 하나인 ‘2℃ 억제 목표’를 지키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도 9,400억 톤(달성 확률 66%)에 불과했습니다.

2℃ 목표를 66% 확률로 달성하기 위해선 2070년, 90% 달성하기 위해선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이르러야 합니다.

 

▲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가 발간한 특별보고서를 기반으로 제작된 인포그래픽 ©WWF

“1.5℃ 상승 억제 위해선 탄소중립 2050년 아닌 2034년 달성해야” 🔔

특히, 국제사회가 1.5℃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탄소중립을 2050년이 아니라 2034년까지 달성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발표된 어떤 기후목표보다 빠른 시점입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기후과학·정책 교수인 조에리 로겔지 박사는 1.5℃ 상승을 피할 가장 유망한 길이 사라졌다고 토로했습니다. 로겔지 박사는 IPCC 6차 종합보고서 주저자 중 한명입니다.

이어 그는 “탄소예산의 남은 양은 인류가 마주한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준다”며 국제사회에 기후대응을 촉구했습니다.

같은대학 기후학자인 로밴 램볼 박사 또한 “1.5℃ 임계점을 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1.5℃ 상승을 막기 위해선 2032년 중반까지 5,000억 톤의 탄소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1.6℃나 1.7℃ 제한, 2℃ 상승보다 훨씬 희망적…기후대응 더 빨라져야” 🌎

연구 저자 중 한 명인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의 크리스토퍼 스미스 박사도 “각국 정부는 강한 정책으로 배출량을 통제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현재 어느 국가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스미스 박사는 “(금번 탄소예산 발표가) 기후변화를 해결할 시간이 불과 6년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6℃나 1.7℃로 제한할 수 있다면 2℃ 상승하는 것보다 훨씬 희망적이기에 기후대응을 멈춰선 안 된다”고 피력했습니다.

한편, 연구진은 탄소예산 계산에 불확실성이 수반된단 점을 덧붙였습니다. 수정 데이터와 모델링에 따라 달라 탄소예산이 달라진단 것.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세계 탄소배출량이 빠르면 올해 정점에 다다른 후 내년부터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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