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부 앨버타주에서 시작된 산불이 북미 동부까지 번진 상황입니다. 지난 2일(현지시각) 기준 캐나다 소방당국에 의하면, 캐나다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880만㏊(헥타르)에 이릅니다.

그런데 최근 역대 최악의 산불로 인해 캐나다 내 탄소상쇄 프로젝트 일부가 훼손됐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에 산림기반 탄소상쇄크레딧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최악의 캐나다 산불’에 탄소상쇄 프로젝트 내 축구장 140개 면적 훼손돼 🔥

산림 벌채를 막음으로써 발생하는 온실가스(GHG) 감축량을 탄소크레딧으로 만든 산림 기반 탄소상쇄크레딧. 저렴한 가격과 대규모 공급량에 그간 세계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주류를 이뤘습니다.

문제는 산불, 가뭄 등이 빈번해짐에 따라 산림이 훼손되는 경우가 커지고 있단 것. 이들 산림이 훼손되면 탄소제거 실적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3일(현지시각)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소방당국은 자국 내 탄소상쇄 프로젝트인 ‘빅코스트 포레스트 클라이밋 이니셔티브(BigCoast Forest Climate Initiative)’가 화재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 7월 5일 기준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산불 상황. 파란색 별 표식은 ‘빅코스트 포레스트 클라이밋 이니셔티브’의 탄소상쇄 프로젝트 산림 지역을 나타낸다. ©Province of British Columbia 지도 제공, greenium 편집

2018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모자이크 산림 관리사(Mosaic Forest Management·이하 모자이크)’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연안 지역 내 사유지 4만㏊에서 산림 벌채를 중단하고 향후 30년간 산림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산림보호 기간 중 온실가스 감축량이 측정되고 이는 곧 탄소상쇄크레딧으로 판매됩니다. 2021년 기준 140만 개의 탄소상쇄크레딧이 발행됐습니다.

도메니코 이아니디나르도 모자이크 부사장은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의 4만㏊ 중 100㏊가 이번 화재와 관련됐다”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0.25%에 불과하지만, 축구장 140개에 맞먹는 면적입니다. 이번 산불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모자이크 측은 탄소상쇄 프로젝트 등록기관인 베라(Verra)의 지침에 따라 산불로 인한 피해를 30일 이내에 보고하고, 자세한 영향을 설명한 손실 보고서를 최대 2년 이내 제출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베르너 쿠르츠 캐나다 천연자원부 선임 연구원은 이번 훼손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대 3만 2,250톤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북미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발생한 화마가 숲을 덮친 모습. ©BC Wildfire Service, 트위터

“우리는 지금 불타고 있는 산림의 상쇄크레딧을 구매했다.”

엘리자베스 윌모트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산불로 인한 탄소상쇄 프로젝트의 훼손은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르고 가뭄이 증가함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산불 발생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는 곧 산림 기반 탄소상쇄 프로젝트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경고합니다.

엘리자베스 윌모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도 산불로 인해 탄소상쇄 프로젝트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윌모트 CSO는 MS의 탄소프로그램 책임자를 맡고 있었습니다.

2021년 8월 비영리단체 카본180(Carbon 180)이 주최한 행사에 패널로 참석한 윌모트 CSO는 “우리는 지금 불타고 있는 산림의 상쇄크레딧을 구매했다”고 밝혔습니다. 그해는 미국 워싱턴주와 오리건주에 대형산불이 발생했던 시점이었습니다.

해당 지역에는 MS와 영국 정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상쇄크레딧을 구매한 프로젝트가 위치했습니다. MS는 24만 개, BP는 1,300만 개 이상의 상쇄크레딧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불 대비책 없진 않아” 산림 프로젝트보험, 산불 예치계정 🏦

물론 산림 기반 탄소상쇄 프로젝트도 대비책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른바 ‘산림 예치계정(Buffer pool)’입니다.

산림 예치계정이란 화재와 가뭄, 병충해 등의 위험을 대비해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상쇄크레딧의 10~20%를 별도의 몫으로 떼어둔 것을 말합니다. 재난이 발생해 산림이 훼손됐을 경우, 해당 탄소크레딧과 동일한 양을 예치계정에서 제거합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서도 산림 분야 감축사업 시 위험도를 고려해 인증 실적의 일부를 예치계정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예치금은 최대 30% 이내입니다. 이때 산불과 병충해, 침수 피해 등은 사회적 위험도로 고려됩니다.

손실에 대비해 사전에 자산을 비축하고, 손실이 일어나면 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보험의 성격을 띱니다. 앞서 캐나다 산불로 훼손된 ‘빅코스트 포레스트 클라이밋 이니셔티브’도 상쇄크레딧 발행량의 15.5%를 예치계정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모자이크 측은 밝혔습니다.

 

▲ 미 비영리단체 카본플랜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동안 캘리포니아의 산림 기반 탄소상쇄 프로젝트 6개에서 산불로 인해 훼손된 상쇄크레딧이 최대 680만 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CarbonPlan

급증하는 산불에 “2020년 산불 4번이면 예치계정 모두 소모” 📛

문제는 산불이 급증함에 따라 예치계정이 조기에 모두 소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글로벌 산림 모니터링 플랫폼 글로벌포레스트워치(GFW)는 지난 20년 동안 산림 연소율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한해 산불로 소실된 나무는 1분당 16그루에 달합니다.

같은해 미 비영리단체 카본플랜(Carbon plan)는 산불 급증에 따른 산림 기반 탄소상쇄 프로젝트 내 예치계정 조기 소진을 경고했습니다.

카본플랜에 따르면, 최근 7년간(2015~2021년) 캘리포니아주 산림 기반 탄소상쇄 프로젝트 6개에서 산불로 훼손된 상쇄크레딧은 570~680만 톤에 달합니다.

이는 100년의 프로젝트 기간 중 예치계정으로 마련한 상쇄크레딧 600만 톤의 약 95~114%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즉, 10년도 안 돼 예치계정의 최소 95%가 소모된 것.

대니 컬렌워드 카본플랜 정책책임자는 “2020년 (캘리포니아) 산불 시즌과 같은 화재가 4년마다 발생한다면 예치계정을 쓸어버릴 수 있다”며 예치계정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캐나다의 또 다른 탄소상쇄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솔리포어(Solifor)의 최고경영자 (CEO)인 안드레 그라벨 또한 “(산림) 화재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캐나다 산불은)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유럽들소보호센터는 산불 피해가 잦은 스페인에서 유럽 들소를 복원해 산불 위험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Ruud Maaskant

탄소프로젝트, 산불 위험 피하려면? “생물다양성 회복 필요해!” 🦜

그렇다면 산불 피해에 대비할 방법은 없을까요?

산불로 인한 탄소상쇄크레딧 손실을 직접 경험한 MS는 2022년 ‘MS 탄소 제거’ 보고서에서 “재조림 프로젝트의 건전한 생태학적 설계”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에 영국 큐 왕립식물원을 포함한 국제 과학자그룹이 만든 ‘숲 복원을 위한 10가지 황금률’을 프로그램에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MS는 설명했습니다.

여기에는 ▲보호 우선 ▲지역 주민과의 혜택 공유 ▲토종 숲 복원 ▲자연림 재생 우선 ▲생물다양성 극대화 ▲기후탄력적 종자 우선 ▲사전교육 ▲소규모 실험 사전 시행 ▲수익창출 등이 포함됩니다.

야생동물을 포함해 생물다양성을 회복시키는 ‘재야생화(Rewilding)’를 산림 복원에 포함하는 것도 산불 방지를 막는 대안 중 하나입니다.

초식 동물 복원을 통해 산림의 밀식을 방지하고 산불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 1960년대 누 개체수 복원으로 산불을 방지해 44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격리하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실제로 연간 10만㏊의 산불 피해를 입는 스페인에선 유럽들소보호센터(EBCC)가 멸종한 유럽 들소를 복원해 산불 위험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시행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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