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배터리 업계가 전기자동차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습니다. 작년 11월 출범한 민관 연합체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제안한 것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구축 방안(이하 업계안)’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지난 14일 밝혔습니다.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현대자동차그룹, 재제조·재사용·재활용기업 등 24개 배터리 유관기업이 참여한 민관 연합체입니다.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계속됨에 따라 배터리 핵심광물 확보를 목표로 출범했습니다.
*사용후 배터리: 폐배터리를 지칭하는 용어. 업계에서는 전기차에서 배출되는 배터리는 재차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폐기물로 상정하는 ‘폐배터리’ 대신 ‘사용후 배터리’란 용어 사용을 권장한다.
핵심광물 공급망 대응 위해 ‘배터리 순환경제’ 구축 🔋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그간 민간 주도의 통합관리체계 논의를 이끌어 왔고, 출범 약 1년만에 업계 단일안이 제출됐습니다. 제출된 업계안과 법률안은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 및 추진될 예정입니다.
이번 업계안의 목표와 원칙에는 배터리 재활용 극대화를 통해 핵심광물을 확보하고,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 위험에 대응한단 내용이 재차 강조됐습니다.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에 의하면, 사용후 배터리 규모는 2030년 세계 1,300만 개로 추정됩니다. 같은기간 우리나라의 사용후 배터리 42만 개로 전망됩니다.
국내 사용후 배터리를 모두 재활용할 시 전기차 17만 대 분량의 핵심광물을 확보할 수 있단 것이 배터리 얼라이언스의 설명입니다.
허나 “사용후 배터리를 단순 폐기물로 바라보고 관리”했기 때문에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사용후 배터리 산업은 다소 늦은 상황이란 것이 업계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이에 정부는 배터리 얼라이언스 출범 당시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등에 대한 업계안을 건의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업계안을 기반으로 정부안을 확정해 법제화를 검토한단 것.
배터리 얼라이언스 제안한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핵심 5가지는? 🤔
이후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11차례의 회의를 거쳐 업계안을 정리했습니다. 핵심은 크게 5가지로 꼽힙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사용후 배터리’ 개념 재정립 📝
업계안에서 가장 먼저 제시된 것은 사용후 배터리의 개념 재정립입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사용후 배터리는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되며 그에 따른 규정을 적용받습니다.
단, 오는 2024년부터 시행되는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에서 사용후 배터리는 순환자원으로 지정돼 각종 페기물 규제에서 면제됩니다.
업계안은 사용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전기자동차로부터 분리돼 재제조, 재사용 또는 재활용의 대상’으로 새롭게 정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재제조, 재사용 등 사용후 배터리 산업이 폐기물 규제 적용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단 설명입니다.
2️⃣ 민간 중심 거래체계 구축 🤝
업계안은 통합관리체계의 핵심으로 ‘민간의 자유로운 거래’를 꼽았습니다.
2021년 이전 판매된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반납 의무가 부여됐습니다. 환경부 산하 ‘미래폐자원거점수거센터’에서 폐배터리가 수거·보관·유통되고, 이를 민간에서 매입해 재제조·재사용·재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업계안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단일 거래시스템 대신 다양한 민간 거래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경우 사용후 배터리 운송·보관 서비스, 성능평가 서비스, 리스형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3️⃣ 시장거래 규칙 마련 ⚖️
아울러 시장의 공정성, 효율성 담보를 위한 시장규칙 마련이 필요하단 점에는 찬성했습니다. 업계안에는 사용후 배터리 거래시스템은 민간이 운영하되, 정부가 관리하는 방식이 담겼습니다. 증권시장에서 증권사가 운영하되, 한국거래소가 관리감독하는 방식입니다.
사용후 배터리 관리의 안전성과 신뢰성 향상을 위해 취득·판매·활용 등 단계별 사업자가 갖춰야 할 최소 요구사항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 모든 거래 결과는 정부 시스템에 기록됩니다.
사업자 등록 심의 및 관리, 분쟁 조정 등을 위한 독립적인 위원회 설치·운영도 제안됐습니다.
👉 사용후 배터리의 순환방식 3가지, 재제조·재사용·재활용이란?
4️⃣ 배터리 여권 도입 🎫
시장·산업 활성화, 공급망 강화, 배터리 성능 향상과 기술 개발을 위한 ‘배터리 전주기 통합이력관리시스템’ 도입도 강조됐습니다. 가칭 배터리 여권입니다. 유럽연합(EU)이 2026년 도입을 발표하며 관련 제도의 중요성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배터리 여권에는 ▲신품 배터리에 대한 일반 정보 ▲배터리 사용중 정보 ▲사용후 배터리 취득 정보 ▲사용후 배터리 거래 정보 ▲재제조·재사용·재활용 정보 등 배터리 전주기에 대한 정보가 담길 예정입니다.
5️⃣ 재생원료 사용의무 도입 ♻️
신품 배터리 제조시 재활용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내용의 ‘재생원료 사용의무제’ 마련도 제시됐습니다.
이는 EU, 미국 등 주요국이 배터리의 환경 영향을 낮추기 위해 사용후 배터리의 재활용 강화 정책을 도입한데 따른 것입니다.
EU는 지난 6월 배터리법을 통해 2031년부터 재활용 핵심광물 사용을 의무화했습니다. 앞서 미국은 2022년 발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전기차 인센티브 요건으로 북미 핵심광물 재활용을 포함했습니다.
다만, 시행 시점이나 이행·검증 방안 등 세부사항은 주요국 정책 추진 동향을 참고해 추후 확정해야 한단 제언이 전제로 달렸습니다.
다부처 복합규제 해소 위해 법 제정 촉구 📜
한편,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사용후 배터리 관련 사업은 폐기물관리법, 자원순환법, 자동차관리법 등 여러 부처에서 복합규제를 받고 있어 조기 사업화에도 애로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신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며 가칭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업계안과 함께 제출했습니다.
폐기물 관련 규제를 제거하고, 사용후 배터리의 ▲목적 ▲정의 ▲거래 ▲이력관리시스템 ▲사업자 ▲정부지원 등을 통합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입니다.
법률안에는 사용후 배터리 개념 재정립, 시장 거래 원칙 등 앞서 업계안에 언급된 내용에 더불어 정부 지원과 안전관리 체계 등이 포함됐습니다.
업계안 전달식에서 장영진 산자부 1차관은 “이번 업계(안)은 민간 주도로 만들어져 현장의 목소리와 시장 상황을 생생히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업계안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관계 부처와 국회 논의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법률안의 조속한 입법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기존 폐차업체들은 정부와 배터리 업계의 방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습니다. 주요 핵심 사안에서 재활용 주체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단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업계안 전달식이 이뤄진 같은날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는 업계안에 대해 “주요 핵심 사안에 대해 각 재활용 주체 간 합의가 되지 않은 안”이라며 “재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