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아이폰을 공개한 애플. 이후 매년 혁신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적용한 아이폰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일(현지시각) 공개된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 15’ 시리즈는 조금 달랐습니다. 여타 기능적 변화보다도 USB-C 단자가 적용됐다는 점이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

유럽연합(EU)이 전자폐기물 감축을 위해 오는 2024년 전까지 휴대형 전자기기의 충전 규격 통일을 강제하는 법안을 채택한 지 1년여만입니다.

같은날 애플은 ‘애플워치9’ 등을 비롯한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습니다.

이번 애플 신제품에서 자원순환이 고려된 변화는 비단 USB-C 단자만은 아닙니다. 그리니엄이 애플의 신제품 속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9년만에 USB-C 전환한 애플…“변화의 바람 부나” 💨

이전부터 애플은 폐쇄적인 전략으로 인해 전자폐기물 감축에 무관심한 기업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일례로 애플은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수리권법 제정을 막기 위해 오랜 기간 로비활동을 펼친 바 있습니다.

소비자가 별도의 충전기를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애플만의 충전단자인 ‘라이트닝 단자’도 대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15년 삼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자기기 기업들이 USB-C 단자를 표준으로 채택한 반면, 애플은 라이트닝 단자를 고집했습니다. 이후 아이패드와 맥북 등의 일부 기기에 USB-C 단자를 적용한 전례는 있으나, 아이폰에는 라이트닝 단자를 표준으로 고집해 왔습니다.

그러던 애플이 9년 만에 USB-C 단자로 전환한 이유. 바로 EU의 ‘전자기기 충전 규격 통일에 관한 법안’ 때문입니다.

EU는 애플의 독자적인 충전단자로 인한 전자폐기물 발생을 지적합니다. 일반 충전기로 전환함으로써 유럽에서만 연간 1만 1,000톤의 전자폐기물을 방지할 것으로 EU 집행위는 추산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해당 법안이 유럽의회를 통과하자 애플은 EU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 애플은 이번 애플워치 밴드와 아이폰 15 케이스 등에 쓰이던 동물가죽 소재를 제거하고 대체가죽인 파인우븐 원단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Apple

9년이나 지각한 USB-C 전환, 성분 불명 대체가죽은 아쉬워 🤔

애플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늦장대응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USB-C 단자의 경우, EU의 관련 법안 통과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단 평가를 받습니다.

애플이 이번 신제품에서 동물가죽을 대체한 신소재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옵니다.

애플은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 아이폰 케이스를 시작으로 모든 애플 신제품에서 더는 동물가죽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회사 환경·정책·사회 이니셔티브 담당 부사장인 리사 잭슨은 가죽은 널리 사용되는 소재이나 “애플의 탄소배출량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 대신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대체가죽, 일명 ‘파인우븐(FineWoven)’ 원단이 사용됩니다.

파인우븐 원단은 68%가 사용후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 애플은 파인우브 원단은 기존 가죽에 비해 “상당히 낮은 배출량”이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파인우븐 소재가 구체적으로 어떤 재료로 만들어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대체가죽 소재에 대한 투명성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속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재활용 소재 68%, 탄소저감 이외에도 플라스틱 사용·생분해성 등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

 

▲ 애플이 폐전자기기의 금속을 회수하기 위해 개발한 재활용 로봇 데이지 ©Apple

대체가죽·재활용 금속까지…재활용 로봇도 운영 중 🤖

한편, 애플은 이번 신제품 제작에 알루미늄·금·주석·구리·텅스텐·코발트 등 재활용 금속을 사용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일례로 이번에 공개된 애플워치9의 경우 시계 케이스가 100%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생산됐습니다.

애플은 이전부터 전자폐기물에서 금속을 재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2016년 최초의 유인(有人) 재활용 로봇 ‘리암(Liam)’을 선보였습니다.

현재는 수백만 대의 재활용 로봇 ‘데이지(Daisy)’를 활용해 재활용 금속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데이지 로봇은 시간당 200개의 아이폰을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활용·재생에너지로 탄소 75%↓…“고품질 탄소제거크레딧도 활용” 🌤️

애플은 재활용 소재 활용과 함께 재생에너지 사용, 항공운송 저감 등의 노력으로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대폭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애플워치9의 경우, ‘애플 최초의 탄소중립 제품’이라는 것이 애플의 설명입니다.

애플은 ▲100% 재생에너지 ▲제품 무게의 30%가량 재활용·재사용 가능 소재 활용 ▲운송 구간 50% 내 비항공 운송 등을 통해 기존 대비 75%까지 탄소배출을 감축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제품의 주요 배출원인 전력·소재·운송 부문에서 배출량을 최대한 감축한 뒤, 기존 방식으로는 저감이 어려운 잔여배출량은 탄소크레딧을 구입해 상쇄한 방식입니다.

이밖에도 애플은 ‘탄소제거 복원 기금(Restore Fund)’ 등을 통해 자연 기반 탄소프로젝트를 지원하고, 고품질의 탄소제거크레딧을 사용하고 있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 EU는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배터리 재활용 용이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유럽의회 그리니엄 번역

애플의 다음 과제, ‘탈부착 배터리의 귀환’ 될까?🔋

전자폐기물 감축을 위한 과제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바로 배터리 교체입니다.

유럽의회는 전자폐기물 감축을 위해 충전단자 통일에 이어, 지난 6월 배터리 탈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일명 배터리법(Batteries Regulation)입니다. 구체적으로 ▲휴대용 기기 배터리 내 탄소발자국 표기 ▲배터리여권 의무화 ▲휴대용 기기의 배터리를 쉽게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단 내용이 담겼습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생산기업은 즉각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막대한 개발 비용 및 방수·방진의 어려움, 수리 시 안전사고 등이 우려된단 것이 이들 업계의 입장입니다.

특히, 업계는 애플의 대응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당시 스마트폰의 트렌드가 탈착형에서 일체형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2007년 첫 아이폰 공개 당시부터 일체형 배터리를 고수해왔습니다.

EU의 배터리법이 2027년 초 시행으로 예고됨에 따라, 애플이 ‘손쉬운 배터리 교체’란 과제를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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