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분야 범정부 행사인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가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됐습니다.

정부 부처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기후·에너지 관련 행사가 통합돼 개최된 이번 박람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11개 중앙 부처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14개 관계기관이 박람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밖에도 국내외 주요 기업 500여개와 주요국 정부·국제기구 인사 등 2만 8,0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박람회는 탄소중립 관련 산업계의 대응 방안 공유 및 국제적 협력에서의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정부는 기후산업 생태계를 선도함으로써 신(新)성장동력을 도모하는 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박람회는 ▲개막식 ▲콘퍼런스(비즈니스·도시·리더스서밋) ▲전시회 ▲연계행사 ▲폐막식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렇다면 박람회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그리니엄이 직접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BCG코리아 “기후대응, 개별 기업 접근 넘어 업종별 공동 대응 접근 필요” 🚨

박람회 개막식인 지난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과학기술의 도전과제를 논의하는 ‘제2차 기후미래포럼’을 개최했습니다. 포럼에는 세계 각국의 산·학·연 전문가가 직접 참석해 주요국과 산업계의 기후대응 현황과 전망을 공유했습니다.

이날 포럼에서는 각 기업 단위별 기후대응 접근을 넘어 업종별 공동 대응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의 최인진 시니어 MD파트너는 ‘탄소중립 글로벌 동향에 대한 한국 산업계의 전략’ 주제 발표에서 이같은 제언을 내놓았습니다.

최 파트너는 “기후대응은 원가절감이나 기술대응 등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서 오는 이익이 더 크다”며 “개별 기업 단위의 접근보다는 업종 단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업종별로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기술이 비교적 공통됐고, 개별 기업이 각각의 기술을 투자해 찾기에는 투자효율성과 연구개발(R&D) 속도가 모두 낮단 것이 최 파트너의 설명입니다.

 

▲ 제2회 기후미래포럼에 주요 연사로 참여한 최인진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 시니어 MD파트너의 모습 ©greenium

그러면서 독일과 일본 내 철강 산업이 연합해 만든 ‘녹색철강 이니셔티브’를 주요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독일 최대 철강 기업 티센크루프(Thyssenkrupp)는 2045년까지 기후중립 달성을 목표로 주요 업체들과 연대한 이니셔티브를 출범했습니다. 이는 철강 생산 시 그린수소 생산 등을 공급받기 위해서입니다.

일본의 경우 일본제철, 고베제강, 스미모토금속공업, JFE스틸 등이 도쿄대 및 규슈대학 등과 공동으로 ‘페로 코크스’ 기술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이 기술은 철강 원료인 선철을 만드는 속도를 높여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이산화탄소(CO2) 배출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20년 우리나라 포스코 또한 주요 철강사에게 이니셔티브 추진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당시 수소시대 도래에 대응해 철강사 간 탄소저감 기술 협업과 정보 공유를 골자로 하는 ‘그린스틸 이니셔티브(Green Steel Initiative)’ 추진을 제안했습니다. 다만, 이 제안이 현실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최 파트너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했다”며 “(미래 기후대응은) 협력의 장이다”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 미국 국무부와 세계경제포럼의 주도로 2021년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설립된 세계선도연합은 탄소배출량 감축이 어려운 8개 분야의 탈탄소화를 목표로 한다 ©WEF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 “한국, FMC 협력체 참여 요청받아” 📢

2021년 11월, 미국 국무부와 세계경제포럼(WEF)가 출범한 ‘세계선도연합(FMC·First Movers Coalition)’도 업종별 기후대응 공동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주도해 만든 FMC.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30%를 차지하나, 배출량 감축이 쉽지 않은 알루미늄·항공·화학·콘크리트·해운 분야 탈탄소화를 위해 신(新)기술을 구매하기로 약속한 민관 합작 단체입니다.

여기에 탄소제거(CDR)이 기술이 추가됨에 따라 8개 분야에서 82개 기업 및 연구소 등이 참여 중입니다.

FMC는 수요가 가진 힘을 최대한 활용해 산업 내 탈탄소화를 가속하는데 집중합니다. 대기업들이 신기술 및 신제품 구매를 약속하면, 이를 개발·생산하는 기업도 주목받는단 것.

구글 모기업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 그리고 세일즈포스 등 주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상당수도 FMC에 속해 있습니다. 이들 3사는 작년 5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 대기 중 탄소제거 기술에 5억 달러(약 6,300억원)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은 포럼에 참석해 “한국이 FMC 협력체에 참여를 요청받고 있다”며 “한국도 (미국과) 동등한 동맹 차원에서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최 파트너는 “(FMC는) 기후변화 관련 기술을 공동 구매하는 프로그램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기후테크 시장은 결코 정부의 정책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최 파트너는 피력했습니다. 최 파트너는 “여전히 마중물이 필요하다”며 “탄소배출로 인한 비용을 패널티(처벌)로 보지 말고 코스트(이익을 위한 비용)로 봐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대응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기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최 파트너는 설명했습니다.

 

▲ 제2회 기후미래포럼에 참석한 관람객들의 모습 ©사단법인 우리들의 미래

탄소중립 핵심 기술 ‘청정수소·CCUS’…”소재효율성 개선도 핵심” 🧪

이밖에도 포럼에는 ▲마크 루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프로그램 매니저 ▲요하임 티에리 안데르스 바스프(BASF) 코리아 상무 ▲스위 칭 탄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주요 연사로 참여했습니다.

NREL의 루스 매니저는 에너지전력망과 청정수소 생산단가 절감을 위한 제조기술 등 미국 에너지 분야 최신 기술개발 현황을 소개했습니다. 루스 매너지는 재생에너지 전력망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택지로 수소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하고 저장할 것인지는 수소를 보면 알 수 있다”며 “(NREL에서) 수소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루스 매니저는 통합된 전력망과 분자화학기술의 중요성과 함께 소재의 순환성 등 3가지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루스 매니저는 “풍력터빈 등 여러 소재를 어떻게 순환시킬지 고민하고 있다”며 “에너지 시스템에서 물자 등 소재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데스르 상무는 세계적인 화학기업인 BASF에서 고분자 전해질막(PEM) 수전해기술 개발 및 북해 내 대규모 CCS(탄소포집·저장) 프로젝트 등 산업계 내 기술혁신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안데스르 상무 또한 “감축이 힘든 부분은 CCUS(탄소포집·활용·저장)나 CCS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선) 업계 차원에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스위 칭 탄 교수는 대기 중 수증기 포집기술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기후적응 기술혁신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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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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