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브레이크스루에너지) 펀드 출범 이후 우리는 정말 놀라운 길을 걸어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브레이크스루에너지(Breakthrough Energy)’ 그룹의 공동설립자인 빌 게이츠제1회 브레이크스루에너지 총회에서 밝힌 말입니다. 총회는 지난 17일(현지시각)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개최됐습니다.

앞서 게이츠는 기후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브레이크스루에너지 그룹을 설립했습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공식 출범했는데요.

크게 ▲혁신 투자 ▲혁신 확장 ▲정책 솔루션 등 3가지 목표에 맞춰 총 25억 달러(약 3조 5,500억원) 규모의 기후펀드 2개를 운영 중입니다.

이번 총회에는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DOE) 장관도 참석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주최 측은 과학자, 기업가, 정치인 등 700여명이 총회에 참석했다고 밝혔습니다.

 

▲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제1회 브레이크스루에너지 총회가 개최됐다. ©Amy Harder, 트위터

빌 게이츠, “7년간 여러 기후테크 기술 진척 보여줘” 🧪

브레이크스루에너지 그룹 산하 벤처캐피털(VC)인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사람 및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라고 총회에서 밝혔습니다.

2016년 설립된 BEV는 에너지, 농업, 폐기물 등 기후대응에 혁신적인 기술을 갖춘 곳에 주로 투자해왔습니다. 설립 당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인 마윈(馬雲), 블룸버그통신 창업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등이 기금 조성에 참여했는데요.

BEV는 10억 달러(약 1조 4,250억원) 규모의 기후펀드를 운영 중이며, 현재까지 10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이츠는 총회에서 BEV 출범 당시에만 해도 투자할 만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찾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게이츠는 이어 “지난 7년간 기후 분야가 맞이한 몇 가지 어려운 기술적 도전들에 진척이 있었단 점에 놀랐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투자 붐이 일어나고 있고, 태양광 패널 및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 19일(현지시각)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1회 브레이크스루에너지 총회에서 에릭 툰 BEV 이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Breakthrough Energy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향후 기후적응 솔루션에도 투자할 계획” 💰

아울러 BEV는 기후적응 솔루션을 구축하는 기업들로 향후 투자 대상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EV 기술책임자이자 투자위원회 이사인 에릭 툰은 총회에서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을) 충분히 빨리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버락 오바자 전 미국 대통령의 과학고문을 지낸 존 홀렌드 하버드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우리는 기본적으로 감축(Mitigation), 적응(Adaptation), 고통(Suffering)이란 세 가지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툰 이사는 그러면서 “감축은 충분히 빨리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해야할 일이고, 고통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기후)적응을 해야 한다”고 툰 이사는 역설했는데요.

그는 “BEV의 핵심 투자는 계속 ‘감축’ 부문을 유지할 계획”이나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적응’ 부문에도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EV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업을 물색 중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툰 이사는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적응 솔루션의 예시로 기후탄력적인 항만 기반시설(인프라)을 소개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빈번해짐에 따라 항구를 보다 기후탄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툰 이사는 강조했는데요. 그는 글로벌 공급망 상당수가 해운을 통해 운영된단 점을 언급하며 “(기후변화에 대비해) 강풍에도 견디는 타워크레인, 이상기후 감지 시스템 구축 등과 같은 항만 인프라 시설 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카마이클 로버츠 BEV 투자위원장은 “시스템은 무엇이든 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에는 적응 계획이 포함돼야 하며, 그 방법 중 하나는 시스템을 기후탄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제1회 브레이크스루에너지 총회에 참석한 빌 게이츠가 에이미 하더 사이퍼(Cipher) 편집장과 대담을 나누는 모습 ©Bill Gates, Facebook

UNFCCC, “이대로 가면 세기말엔 지구 온도 2.5℃ 상승” 🌡️

게이츠는 기후변화를 “인류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도전”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이어 각국이 파리협정에 따라 단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매우 우울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기후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UNFCCC는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지구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평균 2.1°C에서 2.9°C 정도 기온이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UNFCCC는 “이는 2015년 파리협정의 목표치인 1.5°C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고 꼬집었는데요. 보고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0년 수준보다 10.6%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게이츠는 혁신을 통해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가 제조업에서 나오는 점을 언급하며, 비용경쟁력을 갖춘 청정기술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게이츠는 이어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가능한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빌 게이츠, 기후문제 해결 위해선 ‘녹색 프리미엄’ 없애야

 

▲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비제이 바이테스워런이 BEV 총회 사회를 맡고 있다. 왼쪽부터 바이테스워런, 제니퍼 그랜홈 DOE 장관,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겸 CEO, 보스턴컨설팅그룹의 크리스토프 슈바이저 CEO. ©Cipher

블랙록 CEO, “기후솔루션에 더 많은 재원 집중돼야 해” 💸

세계최대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 또한 기후테크 등 솔루션에 더 많은 재원이 집중돼야 함을 피력했습니다. 특히,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개발도상국 내 재생에너지 전환을 도와야 한다고 핑크 CEO는 강조했습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해 케리 특사는 기후대응에 대해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경제적 변화일뿐더러, 아마도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일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랜홈 미 에너지부(DOE) 장관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법(CHIPS) 등을 미국 경제를 부양할 “게임체인저”로 소개했습니다. 그랜홈 장관은 또 미국 내 대형 직접공기포집(DAC) 플랜트, 스마트그리드 및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구축을 위해 에너지부가 “금융권과의 다리 역할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기후대응과 관련해 기업들이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총회에서 “(MS) 계산에 따르면 세계 3,470개 기업이 기후약속에 서명했다”며 “문제는 많은 회사가 실질적으로 기후문제에 대응할 능력이 없단 점이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스미스 사장은 “(실질적인 기후대응을 위해선 온실가스를) 계산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약속한 변화를 주도할 시스템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