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하베스트·에어로팜 등 수직농장 스타트업 연이어 파산…“VC 투자 전년 동기 대비 91% 급감”

‘수직농장계 테슬라’로 불리던 미국 애그테크 스타트업 앱하베스트(AppHarvest)가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앱하베스트는 텍사스주 남부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지난 24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2017년 설립된 앱하베스트는 미 켄터키주 모어헤드와 베리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농장을 운영 중입니다. 또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와 펜실베이니아주 서머셋에도 대형 수직농장이 있습니다.

트래비스 파먼 앱하베스트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는 “모어헤드·리치몬드·서머셋 등 3개 수직농장을 향후 60일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있다”며 “이 기간 안에 수직농장들은 전부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중 베리아 수직농장은 앱하베스트 유통 협력사 중 한 곳이 375만 달러(약 48억원)를 주고 소유주를 전환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어로팜·칼레라 등 수직농장 스타트업들 잇따라 파산 신청, 이유는? 🥬

수직농장 업계에서 이같은 실패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미국 3대 수직농장 스타트업 중 하나인 에어로팜(AeroFarms) 또한 지난달 12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2004년 설립된 에어로팜은 설립 이래 약 2억 3,900만 달러(약 3,054억원)를 투자받아 ‘수직농장계 애플’이란 별명이 붙은 기업입니다.

 

▲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 있는 에어로팜의 수직농장 모습. ©Aerofarms

데이비드 로젠버그 에어로팜 최고경영자(CEO)는 고문직으로 물러나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회장직에 올라가는 등 경영진도 대거 재조정됐습니다.

또 다른 수직농장 스타트업인 칼레라(Kalera)도 지난 4월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칼레라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직농장을 보유했던 곳입니다. 허나, 지난해 저조한 실적 탓에 미 장외주식시장 나스닥(NASDAQ)에서 상장폐지된 후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결국 채무 불이행으로 파산 신청을 한 것입니다.

앞서 작년 10월과 11월 미 수직농장 스타트업 피프스시즌(Fifth Season)과 네덜란드 글로우팜(Glowfarms) 모두 돌연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프랑스 수직농장 스타트업 아그리쿨(Agricool)도 재정난을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며, 미 아이언옥스(Iron Ox)는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을 해고했습니다.

올해 7월까지 미국에서만 파산 신청을 한 수직농장 스타트업 수는 7개에 달합니다.

이들 수직농장 업계 모두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높은 에너지 및 생산비용을 견디지 못해 잇따라 파산 또는 폐업을 결정한 상태입니다.

 

▲ 2023년 1분기 전 세계 수직농장 기업은 VC로부터 약 968억 원을 투자받았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한 것이다. ©PitchBook 제공, greenium 번역

피치북 “2023년 1분기 수직농장 VC 투자금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 📉

수직농장 산업계 내 투자금도 대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시장조사관 피치북(Pitchbook)에 의하면, 올해 1분기(1~3월) 전 세계 수직농장 업계 벤처캐피털(VC)로부터 총 7,580만 달러(약 968억원)를 투자받았습니다.

피치북은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1%나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체 거래건수도 14건에 불과했습니다.

피치북은 “수직농장 업계가 암울한 길에 직면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과 잇따른 금리 인상 등으로 VC들이 투자를 꺼려한단 것.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주요 은행 및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에 대한 대출 감소 및 철회에 나선 상황입니다.

여기에 기존 수직농장 스타트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수익 개선을 요구받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조명·냉난방 시스템 등 수직농장 시설 시공비와 운영비 모두 많이 드는 상황에서 농산물을 팔아도 수익성을 내기 어렵단 것.

아울러 수직농장 업계는 농장 운영을 위해 인공지능(AI) 등 복잡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있어 인건비도 많이 나가는 상황입니다.

수직농장 스타트업 상당수가 수익 대신 VC 투자금에만 의존하는 생태계도 문제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 농업협동조합은행 코뱅크(CoBank)는 “수직농장 스타트업 상당수가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수직농장 운영비는 낮추고 수익성 향상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습니다.

 

▲ 미국 수직농장 스타트업 아이언옥스는 자체 개발한 AI와 로봇을 활용해 자동화된 수직농장을 운영 중이다. ©Iron Ox

“과대광고·전문 농업인 유치 등 구조적 문제 개선해야 해” 📢

이 때문에 수직농장 업계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단 목소리가 계속 나옵니다.

수직농장 업계의 잇따른 파산에 대해 미 애그테크 전문지 푸드인스티튜트(Food Institute)는 “수직농장의 실패를 자금 고갈로만 돌리는 것은 지나친 변명”이라며 “업계 내 구조적 실패를 분석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푸드인스티튜트는 에너지 등 운영비 상승 외에도 수직농장 업계가 뒤흔들리는 이유를 크게 ①제품 구성 문제 ②과대광고 ③연구개발(R&D) 중독 ④전문 경영진 및 농업인 부족 등을 꼽았습니다.

 

1️⃣ 제품 구성 문제: 기존 저렴한 작물보다 비싼 수직농장 작물 📈

수직농장 제품 구성에 중요한 문제가 있단 것이 푸드인스티튜트의 설명입니다. 일반 작물을 생산하더라도 저렴한 기존 작물과 비교해 경쟁이 쉽지 않을뿐더러, 일부 이국적인 작물 등 틈새시장조차 수요처를 찾지 못했단 것입니다. 게다가 현재 상당수 수직농장는 잎채소를 중심으로 재배합니다.

실제로 2020년 미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시카고·뉴욕의 수직농장에서 재배된 양상추는 미 서부의 일반 농장에서 재배된 양상추와 비교해 생산비가 2배 이상 비쌌습니다. 여기에 고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도 업계에는 큰 타격이었습니다.

 

2️⃣ 과대광고: 지속가능성 거품, 수직농장 업계 가장 큰 위협 🥦

투자자 상당수가 농업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와중에 지속가능한 농업 아이디어에만 매료된 것도 문제입니다. AI 등 첨단기술을 쓰는 수직농장이 경제성과 수익성이 확인된 기존 사업모델을 바꾸는 것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인단 것.

가령 2015년 에어로팜은 5년 이내에 대형 수직농장 25개를 건설할 것이라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미국 내 2개 건설에 그쳤습니다.

수직농장 상당수가 화석연료에서 생산된 전기로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업이 수직농장을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소개한단 것도 문제입니다.

푸드인스티튜트는 “이같은 과대광고는 수직농장 업계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이 실사 등을 통해 철저한 타당성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3️⃣ 연구개발(R&D) 중독: R&D 지출, 회사 총예산 20% 미만 유지 💰

푸드인스티튜트는 신생 수직농장 스타트업 상당수가 안정적인 운영이나 상업적 확장 대신 R&D에만 몰두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습니다.

수익성을 위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와중에 혁신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이 되려 성공을 방해할 수 있단 것.

이에 “R&D 지출은 회사 총예산의 20%를 넘지 않아야 효율적인 확장과 수익 이정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푸드인스티튜트는 제언했습니다.

 

4️⃣ 전문 경영진 및 농업인 부족: 작물 시장경쟁력 강화 위해선 전문가 유치 필수 🚜

수직농장 스타트업 운영에 필수적인 전문 경영진이나 농업인이 없단 것도 문제입니다. 수직농업 업계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농부나 농업경제학자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대개 엔지니어들이 업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운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산 제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생산과정을 설계하다 보니 작물의 시장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단 것이 푸드인스티튜트의 분석입니다.

 

▲ 수직농장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여파를 고려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PitchBook

도전 직면한 수직농장 업계, 앞으로도 계속 흔들릴까? 🤔

수직농장 업계가 앞으로도 계속 흔들릴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인해 농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 국가들이 수직농업에 적극적인 개발 및 투자를 이끌고 있단 점도 좋은 소식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수직농장이 기술 발전 주기 단계에서 ‘환멸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추후 투자자들이 투자 범위를 줄이고 기업 내 합병 과정을 통해 수직농장 업계가 안정화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그린비즈, 산업

자금은 충분…중소·중견기업 녹색전환 위해선 녹색금융 문턱 낮춰야

그린비즈, 산업

기후통상 규제에 韓 수출기업 ‘비상’…2030 로드맵·탈탄소 예산 수립 필요

그린비즈, 정책

한국 중소·중견기업 탈탄소화 지원 정책 시급…“EU·美·日 사례 참고해야”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