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대란으로 인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식량불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은 ‘2022년 근동 및 북아프리카 식량안보 및 영양에 대한 지역 개요’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해당 보고서는 세계식량계획(WFP)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6곳이 공동으로 작성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MENA 지역에서만 5,390만 명이 심각한 식량불안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는 일상적으로 식량이 부족해 굶주림에 시달리는 단계를 뜻합니다. 수치 자체는 2010년 이후 55% 이상 증가한 것이며, 전년 대비 500만여명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가격 폭등 등의 여파로 해당 지역의 식량불안이 더 커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한 6개 국제기구는 아랍 지역의 경우 2030년까지 기아를 종식한다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습니다.

 

“식량불안에 수직농장 주목한 중동·북아프리카 국가” 🥬

사막 기후 특성상 MENA 지역 국가 상당수는 식량 수입의존도가 높습니다.

공급망 대란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국가는 이집트입니다. 올해 2월 이집트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약 32%. 특히, 먹거리 물가가 2~3배 이상 가파르게 치솟은 상황입니다.

2022년 기준 아랍에미리트(UAE)는 전체 식량의 90%를 수입했습니다. 같은기간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식량의 80%를 수입했습니다.

이 지역 국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식량안보 향상에 적극적이었는데, 공급망 대란으로 인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됐습니다.

식량안보 향상을 위한 해결책으로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등 MENA 지역 국가들은 수직농장(Vertical Farm·버티컬팜)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UAE와 사우디가 가장 적극적입니다. 이들 국가는 농산물 구매력을 갖춘 덕에 인접 국가보다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부통령 겸 총리(두바이 통치자)가 ‘부스타니카’ 수직농장에 방문한 모습. 해당 시설을 방문한 알막툼 총리는 “UAE는 식량생산과 공급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기술과 인력에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rop One

UAE 해외 농업기술 적극 유치 중…“에어로팜 등 해외 기업들 영입해” 🚜

UAE의 경우 자국 내 식량생산 체계를 구축해 2051년까지 세계식량안보지수(GFSI) 1위 달성을 목표로 하는 ‘국가식량안보전략 2051’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UAE는 식량자급력 제고를 위해 물과 토지 사용량이 최소인 수경재배와 스마트 온실 등에 관심이 높습니다.

UAE는 수직농장 등 해외 농업기술 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1억 5,000만 달러(약 1,960억원)를 투자하고 여러 이니셔티브를 발족했습니다. 그덕에 여러 해외 기업들이 앞다퉈 UAE에 별도 법인이나 수직농장을 건설 중입니다.

작년 7월 UAE 국영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은 미국 수직농장 기업 크롭원(Crop One)과 협력해 두바이에 수직농장을 열었습니다. 이를 위해 4,000만 달러(약 522억원) 이상 투자됐습니다.

아랍어로 ‘과수원’을 뜻하는 ‘부스타니카(Bustanica)’란 이름이 붙은 이 수직농장은 일일 3,000kg 상당의 채소 생산이 가능하며, 연간 생산량이 1,000톤에 달합니다. 시설 관리 측은 물을 재활용하는 덕에 노지농업 대비 물소비량을 95%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미국 수직농장 기업 에어로팜의 연구개발(R&D) 전용 수직농장이 지난 2월 15일(현지시각) UAE 무사파 공업지역에서 문을 열었다. ©Aerofarms

올해 2월 UAE 수도 아부다비 인근 무사파 공업지역에 또다른 수직농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에오로팜 AgX(AeroFarms AgX)’란 이름이 붙은 이 수직농장의 규모는 6만 5,000평방피트(약 6,039㎡).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유명 수직농장 기업 에어로팜(AeroFarms)과의 협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시설은 연구 목적으로 설계됐단 점에서 다른 수직농장과 차이가 있습니다. 수직농장에서 나온 모든 작물은 과학자들에게 보내집니다. 이후 해당 작물을 토대로 과학자들은 사막 환경에서 화학 및 무농약 작물을 생산하는 법을 연구합니다.

한편, 지난 3월 아부다비 국영 개발지주회사(ADQ)는 스마트농업 기술을 실험하기 위한 ‘제로 프로젝트(Zero Project)’를 발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1,000㎡ 규모의 창고를 우선 신축하며, 추후 200만 헥타르(ha) 규모의 수직농장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일명 ‘애그테크 파크(AgTech Park)’란 이름이 붙은 이 농장은 UAE 총소비량의 6%에 해당하는 채소류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ADQ는 밝혔습니다.

 

▲ 핀란드 스마트팜 스타트업 ‘아이팜’은 UAE·사우디·카타르 등 MENA 지역에 수직농장을 건설 중이다. ©iFarm

농산물 수출국 꿈꾸는 사우디…“수직농장 사업 위한 최적의 장소, MENA” 🥕

사우디 또한 해외 수직농장 기업 유치에 적극적입니다.

사우디는 ‘비전 2030(Vision 2030)’이란 목표를 통해 식량안보 달성은 물론 농산물 수출국으로의 변화를 모색 중이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왕실 일원이 설립한 KBW벤처스(KBW Ventures)는 미국 애그테크 기업 원포인트원(OnePointOne)에 투자했습니다.

작년 12월 사우디 현지 애그테크 기업(AgTech) 기업 모우레크(Mowreq)는 사우디 전역의 실내 수직농장을 건설하기 위해 대만 기업과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지난 2월 사우디 공공투자기금(AIF)은 역내 수직농장 건설을 위해 에어로팜과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PIF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근에 첫 수직농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해당 농장의 연간 생산량은 1,100톤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에어로팜은 UAE·사우디에 이어 카타르와도 수직농장 건설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회사 공동창립자이자 마케팅 담당자인 마크 오시마는 “수직농장은 식량안보와 식량주권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추후 MENA 지역에서 여러 시설을 더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핀란드 스마트팜 기업 아이팜(iFarm) 또한 사우디를 포함한 MENA 3개국에 수직농장을 건설 중입니다. 회사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막스 치조프는 “두바이에만 20~30개의 수직농장이 있는 것 같다”며 “MENA 지역이 수직농장 사업을 위한 세계 최고의 장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초기 막대한 투자 및 건설비용과 높은 전기소비량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치조프 CEO는 덧붙였습니다.

 

▲ 국내 기업 ‘엔씽(n.thing)’이 개발한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은 UAE 등에 판매된 바 있다. ©엔씽

중동 수직농장 바람에 농식품부도 협력 모색 중 🤝

한국 기업이 만드는 수직농장도 MENA 지역 진출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스마트팜 컨소시엄이 쿠웨이트에서 535만 달러(약 7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시설은 1,000㎡ 규모로 하루에 잎채소 500kg를 생산합니다.

농심의 경우 오만에 20만 달러(약 2억 7,000만원) 규모의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을 수출한 바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형 수직농장 등 스마트팜 수출액은 전년 대비 70% 늘어난 1억 7,000만 달러(약 2,221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농식품부는 UAE·사우디·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농업 연구개발(R&D) 협력 등을 통해 사막형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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