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 및 증시 악화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스타트업 투자가 여전히 위축된 모양새입니다. 그 가운데 기후테크 부문은 다른 부문보다 투자가 비교적 안정적이란 분석을 담은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발표한 ‘기후테크의 미래(The Future of Climate Tech)’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SVB는 2021년부터 기후테크 산업 미래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상황 속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주요국의 보조금 정책 덕에 기후테크 산업에 재원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덕에 기후테크가 과거보다 더 다양화됐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사업이 각광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 속 핵심내용이 무엇인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 잠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한 것 아니었어? 🤔
자산 규모로는 미국에서 16번째 규모인 SVB, 기후테크 및 지속가능성 관련 초기 스타트업 1,550여개에 투자한 은행입니다. 그런데 지난 3월 SVB가 돌연 파산을 신청함에 은행권에 위기감이 몰아닥쳤습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기후테크 산업’이 위기에 맞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는데요. 지난 5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중소은행인 ‘퍼스트시티즌스 뱅크셰어스’가 파산한 SVB의 모든 자산 및 대출을 인수했습니다.

 

▲ 2022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미국 내 VC는 테크 기업에 59건을 투자한 반면, 같은기간 기후테크 기업에게는 79건의 VC 투자가 이뤄졌다. ©SVB 제공, greenium 번역

경기침체로 스타트업계 투자 혹한기 장기화…“기후테크도 피하진 못해” 💸

벤처캐피털(VC)들이 지갑을 닫으며 스타트업계 투자 혹한기가 장기화되는 상황.

기후테크 산업도 투자 혹한기 여파를 완전히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2023년 1분기(Q1)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SVB에 따르면, 미국 내 기후테크 산업의 VC 자금 조달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습니다.

창업 초기인 시드 단계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자 수는 전년 동기대비 37% 감소했습니다. 같은기간 다른 산업군에서의 시드 단계 투자자 수는 51% 감소했습니다.

이 때문에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은 투자받을 기회가 열려 있단 것이 SVB의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기후테크에 대한 VC 투자가 2022년 초 이후 21% 둔화된 반면, 같은기간 다른 기술 부문 VC 투자는 41%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댄 발디 SVB 기후테크 및 지속가능성 시장 관리자는 “시장 및 경제문제가 단기간 이어질 수 있으나 기후테크는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후테크 산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기후테크 산업 내에서도 VC 투자가 갈린 것이 확인됐습니다. 보고서는 “2022년에는 에너지와 전력 부문을 제외한 (모빌리티·물류·자원순환 등) 다른 기후테크에 대한 투자가 둔화됐다”고 전했습니다.

가령 대체육 등 대체단백질의 경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지난해 VC 투자 및 소비심리 모두 위축됐습니다.

 

▲ 미국 민간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류한 IRA 내 기후테크 산업별 지원 비율. ©SVB 제공, greenium 번역

美 IRA 덕에 ‘안전장치’ 마련…“에너지부, 대출 프로그램 주목해야 해” 🔒

보고서는 “여러 기후테크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기술과 함께 기후테크 스타트업들도 점차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시드 단계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줄었습니다. 반면, 후기 성장단계(시리즈 C 이상)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유치한 거래 건수는 기후테크 산업 내 VC 투자의 44%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2019년 35%에서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는 후기 단계에 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에 투자자들이 거는 기대가 큰 것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습니다.

한편,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받을 수 있는 투자 재원 자체는 늘어났습니다. 이는 에너지안보 및 기후대응을 골자로 한 미국 IRA 덕분입니다.

 

▲ 자동화 공장에서 테슬라 전기차 모델S가 생산되는 모습. ©Steve Jurvetson, Tesla Autobots

IRA는 에너지안보 및 기후대응에 향후 10년간 3,690억 달러(약 482조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는 IRA에 배정된 전체 금액의 80%에 달합니다.

보고서는 “(기후테크 산업에) 막대한 정부 재원이 쏠렸다”며 “이는 ‘백스톱(안전장치)’을 제공하는 동시에 녹색 기반시설 및 청정에너지의 배치를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불확실성이 높은 기후테크 산업의 초기수요를 견인할 수 있도록 미 정부가 지원했단 것.

보고서는 그중에서도 미 에너지부(DOE)가 기후테크 산업 견인에 적극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IRA 덕에 에너지부 산하 대출프로그램부서(Loan Programs Office)는 향후 10년간 4,000억 달러(약 524조원) 규모의 대출 권한을 갖게 됐습니다. SVB는 이 대출 프로그램이 기후테크 산업 규모를 더 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일례로 2010년 테슬라(Tesla)는 에너지부로부터 4억 6,5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4,590억 원)를 지원받아 전기차 모델S 및 제조공장 건설에 사용했습니다. 테슬라가 오늘날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대출 덕이라고 SVB는 평가했습니다.

 

▲ SVB는 보고서에서 기후테크 내 30개 기술의 성숙도를 나타낸 ‘하이프 커브’를 시각화해 제공했다. ©SVB 제공, greenium 번역

기후테크 산업, 기술별 어느 단계까지 왔나? ⚗️

한편, SVB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테크 산업 내 30개 기술의 ‘하이프 커브(Hype Curve)’를 제공했습니다. 하이프 커브는 기술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주기입니다. 미국 정보기술 연구 자문회사인 가트너(Gartner)가 개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기술의 발전 주기는 크게 ①기술 촉발기 ②기대 정점기 ③환멸 단계 ④계몽 단계 ⑤생산성 안정 단계 순으로 진행됩니다.

기술이 처음 촉발돼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기대의 정점에 이르는 것. 파력 및 조력발전·소형모듈원전(SMR)·핵융합·직접공기포집(DAC) 등이 이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후 상용화된 제품이나 가치도 증명되지 못해 다수의 실패 사례가 나오며 환멸 단계에 머무르는 것. 수직농장·수소전기차·폐기물 연료화 등의 기술이 현재 이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계를 넘으면 기술이 안정기에 접어들며 꾸준히 성장한단 것. 해상풍력·전기자동차·육상풍력·태양광 패널 등이 대표적 사례로 언급됐습니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태양광 설치 비용은 80% 하락하고 풍력터빈 효율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여러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기술들도 적절한 투자와 기술개발만 있다면 생산성 안정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미국 내 AI 기후테크 스타트업 수는 2018년 225개에서 2023년 490개로 증가했다. ©SVB 제공, greenium 번역

美 AI 기후테크 스타트업 2018년 225개 → 2023년 490개 📈

또한, 보고서는 AI가 기후테크 산업에서 떠오르는 기술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일례로 재생에너지 스타트업인 앙상블에너지(Ensemble Energy)는 풍력터빈에 대한 유지보수 예측을 수행하는 AI를 개발했습니다. 이 기업은 해당 AI를 활용해 풍력터빈 유지보를 효율화하고, 이윤도 크게 높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VB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미국 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수는 2018년 225개에서 2023년 490개로 늘어났습니다.

SVB는 “과거 청정에너지 붐이 하드웨어에 머물러 있었다”며 “오늘날의 기후테크는 AI나 소프트웨어 등 과거보다 훨씬 더 다양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SVB는 히트펌프와 그린수소 성장세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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