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대표적인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Northvolt)가 지난 12일(현지 시각) 스웨덴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이는 스웨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업 파산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한때 유럽 배터리 산업의 미래로 주목받았던 노스볼트는 자금 부족으로 인해 더 이상 운영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노스볼트는 2024년 11월 미국에서 챕터 11 파산 보호를 신청하며 신규 투자 유치 및 재정 안정화를 시도했으나, 최종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노스볼트의 공식 성명에 따르면 “제한된 시간과 재정 자원으로 인해 회사의 미래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파산 신청에는 노스볼트 AB, 노스볼트 Ett AB, 노스볼트 랩스 AB, 노스볼트 리볼트 AB, 노스볼트 시스템즈 AB 등 주요 법인이 포함되었으며, 독일과 북미 법인은 각국에서 파산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스웨덴 법원이 임명한 파산관리인이 노스볼트의 자산과 사업 매각을 담당하게 됩니다. 스웨덴 에너지 장관 에바 부시(Ebba Busch)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아 스웨덴 내 배터리 생산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노스볼트는 전 테슬라 임원 출신 피터 칼슨(Peter Carlsson)이 2016년 설립한 기업으로, 폭스바겐과 BMW 등 유럽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로부터 550억 달러(약 80조 원) 규모의 계약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파산으로 유럽 배터리 산업의 자립성과 기술 주권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생산 차질과 자금난, 노스볼트의 몰락 과정 📉
노스볼트의 파산은 단순한 기업 실패를 넘어 유럽 배터리 산업의 기술 주권과 경쟁력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노스볼트는 유럽 내 배터리 생산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25% 달성을 목표로 했습니다. 특히,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배터리 산업을 구축하려는 유럽연합(EU)의 전략적 핵심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생산 차질과 운영상의 문제, 그리고 자금 조달 실패가 연이어 겹치면서 노스볼트의 야심 찬 계획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노스볼트의 주요 생산 공장인 노스볼트 Ett(Northvolt Ett)는 설립 당시부터 연간 16GWh 생산을 목표로 했으나, 2022년 9월 2023년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후 2024년으로 목표를 연기했지만, 2023년 9개월 동안 계획된 생산량(16GWh)의 0.5% 미만인 79.8MWh만 생산하는 데 그쳤습니다.
노스볼트의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2023년 9개월간 손실 규모는 전년 동기 11억 크로나(약 1,583억 원)에서 110억 크로나(약 1조 5,833억 원)로 10배 증가하였고, 2024년 상반기에는 12억 달러(약 1조 7,458억 원) 신규 투자 유치도 실패했습니다. 또한 6월에는 BMW가 20억 유로(약 3조 1,634억 원) 규모의 배터리 주문을 취소하였습니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 노스볼트는 1,500명(전체 인력의 약 25%)을 감축하고 여러 공장을 폐쇄 또는 매각하는 등 긴급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결국 2025년을 넘기기 위한 3억 달러(약 4,365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노스볼트는 유럽이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에서 독립하기 위한 핵심 기업이었지만, 현실적인 경쟁력 확보에는 실패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 원자재 및 생산 공정을 장악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에서도 노스볼트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노스볼트는 여러 공장을 동시에 건설하며 생산 역량을 확장하려 했으나, 오히려 재정적 부담만 가중시켰습니다. 또한, 주요 공급업체 중 2곳이 중국 기업이었으며, 일부 기계 장비도 중국산을 사용해 품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노스볼트는 빠른 성장 과정에서 월 100~150명의 직원을 채용했지만, 조직 내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많은 직원들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했다고 전해집니다.
이처럼 생산 차질, 자금난, 공급망 불안, 인력 관리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노스볼트는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노스볼트 파산이 남긴 질문: 유럽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
노스볼트의 몰락은 단순한 기업 실패가 아닙니다. 유럽이 자체적인 배터리 산업을 키우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자국 내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주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노스볼트의 실패는 유럽 배터리 산업의 자립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보여줍니다.
EU 의원 파스칼 캉팽(Pascal Canfin)은 “우리는 몇 년 전 태양광 패널 산업에서 중국에 패배했다. 배터리 산업까지 포기하는 것은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유럽 정부가 산업 보호를 위해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스웨덴 정부는 직접적인 구제금융 지원을 거부했으나, 향후 배터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