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IPCC가 강조한 기후대응 기술 DAC”…한국, 주요국 대비 10년 뒤쳐져

“DAC 기술 구매할 시장 및 국제표준 형성돼야”

“DAC(직접공기포집)는 논란이 많은 기술이다. 그럼에도 어떤 가능성이 있을지 그리고 그 기술이 열어갈 미래를 상상하며 금융과 정책적 지원이 생산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

지난 20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위한 DAC의 역할’ 세미나에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가 남긴 말입니다.

이 행사는 임팩트투자사인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후원해 개최됐습니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열린 이번 행사에는 약 360명이 참석했습니다.

DAC는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CO²)를 직접 포집해 농도를 감소시키는 기술입니다. 즉, 탄소네거티브가 가능한 것.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DAC 원천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관련 정부의 지원과 규제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편집자주]

 

DAC 시설, 전 세계 18개 가동 중…“주요 정부·기업들 DAC 기술 투자 ↑”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인 1.5°C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선 DAC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27개 DAC 시설이 운영 또는 건설 중입니다.

이중 18개 시설이 아이슬란드·미국·캐나다 등에서 가동 중입니다.

IEA는 2030년 무렵 DAC를 통해 CO² 약 6,900만 톤이 포집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DAC 기술 개발에 선두 주자인 3대 기업은 ▲캐나다 카본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 ▲미국 글로벌서모스탯(Global Thermostat) ▲스위스 클라임웍스(Climeworks) 등입니다. 이중 클라임웍스는 아이슬란드에서 세계 최대 DAC 시설인 ‘오르카(Orca)’를 운영 중입니다.

 

▲ 미국 4개 지역에 DAC 허브를 구축하는 프로그램에 미 에너지부는 35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Dianna Mick McDougall

세계 각국 정부도 DAC 기술 개발 및 지원에 나선 상황입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따라 탄소포집 시설에 세액공제를 제공할뿐더러, 역내 4개 지역에 DAC 허브를 구축 중입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예산 118억 달러(약 15조 4,600억원)을 10개년 DAC 연구 프로그램에 투입했습니다. 일본 또한 산업성 산하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에서 10개 이상의 DAC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민관 차원의 DAC 관련 협력 및 이니셔티브도 활발합니다.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는 DAC를 4대 우선기술로 선정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CO² 10억 톤을 먼저 포집한 팀에게 1억 달러(약 1,300억원)의 상금을 내건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XPRIZE Carbon Removal)’ 대회를 진행 중입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캡처6(Capture 6)의 박형건 부사장은 “경제성 있는 혁신 소재나 시스템화 기술을 발굴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DAC 등 녹색기술정책 및 입법동향과 기술지원계획을 주제로 패널토론 중인 전문가들의 모습. ©소풍벤처스

“한국 DAC 기술, 이제 시작 단계” 주요국 대비 기술격차 10년 🛠️

그러나 국내 DAC 기술은 이제 막 시작됐단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산업으로 발전할 만큼 아직 경제성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투자 주요 우선순위에서 밀린단 것을 뜻합니다.

오채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DAC 기술과 관련해 전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그러나) 한국은 원천기술 개발이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3월에서야 DAC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오는 2025년까지 197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오 책임연구원은 “해외에서는 DAC 원천기술이 있을뿐더러, 에너지를 얼마만큼 비용효율적으로 쓸지도 고민한다”며 “(우리보다) 한 단계 앞서서 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영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연구단장은 “(DAC) 기술은 비싸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면서 “CO² 포집 능력 및 에너지저감을 위한 공정기술을 개발 및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DAC 기술이 활용되기 위해선 정부 지원과 민간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두 전문가 모두 한목소리로 강조했습니다.

오 책임연구원은 “DAC는 CCUS(탄소포집·활용·저장)의 세부 하위 기술”이라면서도 “(온실가스) 감축 정책 수립 차원에서 DAC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박 단장은 “탄소중립이란 개념은 지향(이상)이나 온실가스 감축은 현실”이라며 “CCUS, DAC 등을 포함한 모든 분야가 전반적으로 벅찬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술혁신 차원에서 어떤 기술에 더 지원해야 할지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 KAIST에서 DAC 흡착소재 공정기술 개발 중! 🤔
우리나라에서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DAC 기술이 개발 중입니다. 고동연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가 2018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인 것. 고 교수는 CO²를 일일 최대 10㎏ 포집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운영 중입니다. 현재 이를 전기화하는 단계를 연구 중이라고 고 교수는 밝혔습니다.

 

▲ 2020년 설립된 탄소포집 스타트업 에어룸은 자연 상태의 석회석을 활용해 대기 중 CO2를 포집해 제거한다. ©Heirloom Technologies

“DAC 기술 구매할 시장 및 국제표준 형성돼야” 💰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이자 탄녹위 민간위원은 DAC를 20여년전 재생에너지 상황을 보는 것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김 소장은 “2003년 유럽에서 해상풍력 관련 교육을 들으며 과연 언제 상용화가 될까 싶었다”며 “이제 해상풍력은 상당히 큰 사업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DAC 또한 커다란 산업이 될 수 있단 것이 김 소장의 설명입니다.

이를 위해선 DAC 기술을 구입해줄 수 있도록 시장과 함께 국제표준이 형성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신용녀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 상무는 이날 행사에서 “CO² 저장이 실패할 경우 발생할 위험을 인지해야 한다”며 “탄소 운반 및 저장과 관련해 국제표준이 전무한 만큼 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신 상무는 “한국에서도 (CO²) 저장에 적합한 지역을 발굴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MS는 해조류 기반 탄소제거 스타트업 러닝타이드(Running Tide)와 클라임웍스 등 DAC 스타트업 다수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한 상태입니다.

 

▲ 신용녀 한국 MS 상무는 DAC 산업을 위해선 시장 형성과 함께 표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풍벤처스

이 기술이 미래 실패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신 상무는 “다양한 탄소제거(CDR) 기술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 시도들을 통해 정량적인 제거량을 살펴보고 장기적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거할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표기준 SK에코플랜트 기술투자팀장은 “DAC만으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포집한 CO²를 자원화 및 상업화하는 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표 팀장은 시장과 제도가 모두 하나가 돼 지원해야 한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자발적 탄소시장(VCM)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탄소포집 재자원화 중에서도 경제성을 갖춘 산업은 ‘지속가능한 항공유(SAF)’라고 표 팀장은 밝혔습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트웰브(Twelve)는 포집한 CO²를 SAF로 만들 수 있는 생산시설을 착공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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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IPCC가 강조한 기후대응 기술 DAC”…한국, 주요국 대비 10년 뒤쳐져
② 기후테크 산업, 기술만 갖추면 글로벌 시장 선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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