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공기에서 이산화탄소(CO2)를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해 대기 중 탄소제거(CDR)가 가능한 DAC(직접공기포집).

최근 미국에서 가장 큰 DAC 플랜트가 콜로라도주에서 가동됐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운영 중인 ‘오르카(Orca)’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상업용 DAC 시설입니다.

지난 4일(현지시각) 기후테크 스타트업 글로벌서모스탯(Global Thermostat·이하 서모스탯)은 자사의 DAC 시설 가동 소식을 알리는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이날 기념식에는 자레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 트리샤 밀러 백악관 기후정책실 선임국장, 낸시 펠로시 전(前) 미 하원의장 등 미 고위관리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펠로시 전 의장은 서모스탯의 DAC 시설 가동에 대해 “기후위기에 대한 인류의 승리 이야기가 쓰여지는 시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 이후 운영되는 첫 DAC 시설이란 점에서 서모스탯의 귀추에 주목이 몰렸습니다. IRA에 따라, 산업 활동 때문에 생성된 탄소를 포집·격리할 경우 톤당 최대 180달러(약 23만원)의 세액공제가 가능합니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선 연간 최소 1,000톤 이상의 탄소를 제거할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서모스탯은 해당 시설이 연간 1,000톤 규모의 탄소를 포집해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글로벌서모스탯의 DAC 시설 앞에서 낸시 펠로시 전前 미 하원의장과 자레드 폴리시 콜로라도 주지사가 커팅식에 참여했다 이날 개통식에 미 고위관리들이 대거 참여했다 ©Jared Polis 트위터

세계 3대 DAC 스타트업 서모스탯…“창업 후 10년간 실패 거듭해” 🤔

서모스탯은 미 컬럼비아대학교 교수 두 명이 2010년에 공동설립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입니다.

공동설립자이자 물리학자인 피터 아이젠버그 교수는 컬럼비아지구연구소의 설립자입니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 연구개발 기관인 노키아벨연구소(Nokia Bell Labs)와 엑손모빌 산하 연구소를 운영한 이력이 있습니다.

다른 설립자인 그라시엘라 치칠니스키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 겸 수학자는 오늘날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만든 이로 유명합니다. 치칠니스키 교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핵심저자의 일원으로 2007년 앨 고어 전(前) 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두 설립자는 일찍이 기후대응을 위해 탄소제거 기술의 필요성에 관심을 둔 이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실제로 서모스탯은 설립 초기 스위스 클라임웍스(Climeworks), 캐나다 카본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과 함께 3대 DAC 유망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 글로벌서모스탯 공동설립자인 피터 아이젠버그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과학 교수왼와 그라시엘라 치칠니스키 경제학과 교수오의 모습 ©Global Thermostat

설립 초기 서모스탯은 엑손모빌 등으로부터 7,000만 달러(약 922억원)를 투자받아 미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비영리 과학연구소 SRI인터내셔널(SRI)에서 소규모 실증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또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DAC 실증 시설을 설립해 운영한 바 있습니다.

클라임웍스, 카본엔지니어링 등 다른 DAC 스타트업들이 성공 궤도를 향해 날아가는 동안 서모스탯은 여러 차례 실패를 맛봤습니다.

헌츠빌에서 가동되던 DAC 실증 시설이 당초 목표로 했던 포집량은 4,000톤이었으나, 해당 포집량에 도달하지 못해 결국 시설이 폐쇄됐습니다. 이는 현재 클라임웍스가 운영 중인 세계 최대 DAC 시설 오르카의 연간 포집량과 똑같습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건설 중이던 서모스탯의 DAC 실증 시설도 문제가 발생해 폐쇄됐습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서모스탯은 설립 초기부터 연이은 실증 실험 실패 및 경영 실패 등으로 직원들이 잇따라 퇴사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작년 8월 16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제임스 킬리번 하원의원 프랭크 펄론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 하원의원 ©백악관

美 IRA 입법 후 상황 급반전…서모스탯 “에너지부로부터 자금 지원받아” 💰

그러나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서모스탯의 상황이 반전을 맞습니다. 향후 10년간 기후대응 및 에너지안보에 3,690억 달러(약 481조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IRA가 통과됐기 때문입니다.

IRA에 따라 미 에너지부(DOE)는 DAC 기술 상용화를 위해 4개 지역에 DAC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약 35억 달러(약 4조 5,500억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정부가 DAC 기술 상용화에 적극적인 태도로 변하자, 그해 9월 서모스탯은 사업 확장을 위해 폴 나히를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합니다.

그는 태양광 전문 에너지 스타트업 인페이즈에너지(ENPH US)에서 11년간 CEO로 역임한 인물입니다. 나히 CEO는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ENPH US를 1,000명 이상의 직원과 연간 매출 3억 2,500만 달러(약 4,286억원)로 키워낸 바 있습니다.

이후 미 국방부와 에너지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에 있던 연구시설 및 시범 공장의 규모를 대거 확충하기 시작한 것.

정부의 지원 덕에 연간 1,000톤 이상의 탄소포집이 가능한 DAC 시설이 가동된 것이라고 서모스텟 측은 밝혔습니다. 니콜라스 아이젠버그 서모스텟 회장은 “기후변화 과제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이나, 그 경로에서 꼭 필요하고 주목할만한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서모스텟은 현재 에너지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모듈식 DAC 시설을 설계 중입니다. 나히 CEO는 “탄소포집 능력을 더 높인 발전소를 건설하고 싶다”며 “추후 탄소제거 비용을 톤당 약 100달러(약 13만원) 미만으로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톤당 탄소포집 비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글로벌서모스탯의 DAC 플랜트 내부 모습 ©Global Thermostat

“전문가 영입 위해 본사 옮겨”…에너지·탄소포집 운송 등 과제 산적 🚨

원래 뉴욕에 있던 서모스텟은 금번 DAC 시설 가동을 기점으로 본사를 콜로라도 북부 커머스시티로 옮겼습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나히 CEO는 콜로라도주의 보조금 정책 및 엔지니어링·첨단기술 전문가를 더 많이 끌어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서모스텟의 DAC 시설은 여러모로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서모스텟은 거대한 산업용 팬을 돌려 공기를 빨아들인 후 특수 화학물질을 넣어 탄소만 분리해 포집합니다. 시설 운영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10월 매사추세츠공과대 에너지 이니시어티브(MITEI)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기술이라면 탄소 1톤을 제거하기 위해선 약 1,200kWh(킬로와트시)의 전력이 필요합니다.

미국 4인 가구가 한달 평균 900kWh 미만의 전력을 사용한단 것을 고려하면, DAC 시설 운영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북유럽 아이슬란드 헬리셰이디Hellisheiði 지열발전소 인근에 설치된 클라임웍스의 DAC 시설 오르카Orca의 모습 ©Climeworks

스위스 기업인 클라임웍스가 아이슬란드에 DAC 시설을 건설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클라임웍스는 탄소포집 및 광물화 과정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얻고 있습니다.

서모스텟 측은 콜로라도 DAC 시설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다고 했으나, 에너지사용량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포집한 탄소를 운송 및 저장하는 방법도 과제입니다. 서모스텟 측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집한 탄소를 저장할 능력이 없다”며 “추후 탄소저장 및 활용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 다른 기업이 포집한 탄소를 저장해 운송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나히 CEO는 “오늘날 DAC는 초기 태양광 산업 시절을 상기시킨다”며 서모스텟이 직면한 여러 과제들을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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