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등이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던 한 해였습니다. 산업계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여러 기술이 소개된 해이기도 했는데요. 특히, 직접공기포집(DAC, Direct Air Capture) 기술을 갖춘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연이어 발표됐습니다.

DAC 기술은 이미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DAC 기업 선두주자이자 1세대 기업으로 분류되는 클라임웍스(Climeworks)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에 여러 기업들의 투자가 진행됐을 뿐더러, DAC 기술을 보유한 신생 기업들에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는데요. 지난해 DAC 기업들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됐는지 관련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세계 최대 재보험업체가 DAC 기업과 10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이유는? 💵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재보험업체인 스위스리(Swiss Re)는 클라임웍스사와 10년간 1,000만 달러 분의 탄소 제거(Carbon Removal)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120억 원 규모의 계약인데요. DAC 플랜트를 통해 제거한 탄소상쇄분을 다른 기업에게 판매하면, 이를 구매한 기업은 그만큼의 탄소 제거를 인정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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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리는 왜 클라임웍스와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일까요? 기후변화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보험 부문이 먼저 나서 탄소 제거 기술 등 DAC 산업 전반의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도록 이끌 필요가 있단 전망이 우세한데요. 스위스리에 따르면, 지난해 초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겨울 폭풍과 대형 산불 등 자연재해로 인해 세계 보험사들은 상반기에만 400억 달러(한화 약 46조 6,920억원)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는 10년 평균 손실액인 330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인데요.

크리스티안 무멘탈러 스위스리 최고경영자(CEO)는 “기후변화 위험 완화를 위해선 탄소배출량 감소 대신 탄소 제거를 늘려야 한다”며 클라임웍스 같은 기후기술 선도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후 문제 해결을 이뤄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아우디 등 다국적 기업과 함께 8,000명이 넘는 개인 고객이 클라임웍스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규모의 DAC 시설인 클라임웍스의 오르카(Orca)가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후 개인과 기업 구분 없이 탄소배출권 구매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습니다. 클라임웍스에 오르카 가동을 시작한 지 채 3개월이 지나기 전에, 12년 치 탄소제거권이 매진됐다고 하죠.

 

© Carbon Engineering 제공

한편, 빌 게이츠 MS 창업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카본 엔지니어링도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쇼피파이(Shopify)와 계약을 맺은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3월 쇼피파이는 카본 엔지니어링의 DAC 플랜트를 통해 제거한 탄소상쇄분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스테이시 카우크 쇼피파이 지속가능성 펀드 이사는 “배출량 감소를 넘어설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카본엔지니어링의 첫 고객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같은해 11월 캐나다 국적 몬트리올 은행(BMO)도 카본 엔지니어링으로부터 약 1,000톤 분량의 탄소상쇄분을 선구매했죠.

현재 카본 엔지니어링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따라 형성된 코스트 산맥(Coast Mountains) 기슭에서 일일 탄소 1톤 정도를 포집해 연료로 전환하는 시설을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요. 2024년 미국 텍사스주와 영국 스코틀랜드에 연간 100만 톤의 탄소를 포집할 DAC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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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DAC 전문 신생 업체에 1000만 달러 투자해 📈

얼마전 빌 게이츠의 투자회사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와 세계적인 투자자이자 자산운용사 GMO의 설립자인 제레미 그랜섬은 DAC 신생 스타트업체인 서스테라(Sustaera)에 1,000만 달러(한화 약 120억원)을 투자한 소식을 밝혔습니다.

BEV 내 투자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카마이클 로버츠는 성명을 통해 “서스테라의 기술이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 세계적으로 비용효율적인 DAC 구축을 가속화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기존 DAC 기술은 탄소포집에 에너지와 물소비량이 많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서스테라는 비교적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알칼리 기반 재료를 통해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서스테라의 단일 모듈식 장치도 긍정적인 평을 받았습니다. 기존 DAC 플랜트는 설치에 비용이 많이 든단 단점이 있는데, 서스테라는 이를 레고 블록처럼 조립할 수 있는 단일 모듈식 장치 설계해 설치 비용을 낮췄죠. 또 기존 시스템과 유통망, 제조방식 등을 이용할 수 있단 것도 장점인데요. 서스테라는 이번 투자금을 가지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첫 시범단지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샨타누 아가르왈 서스테라 CEO에 따르면, 현재 구상 중인 상업용 DAC 플랜트는 일일 19톤 정도의 탄소 포집을 목표로 하며 향후 일일 수천 톤 포집을 염두한다고 합니다. 그는 “향후 20년간 누적 5억 톤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는데요.

아직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전이나, 미국 온라인 결제 서비스 플랫폼인 스트라이프(Stripe)가 서스테라의 첫 번째 설비 구매 계약을 맺었고, 다른 기업들과도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stripe 제공

에어룸 카본 테크놀로지(Heirloom Carbon Technology)란 미국 스타트업체도 BEV, 로우카본캐피털 등으로부터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이 보유한 기술은 몇 년이 아닌 며칠 만에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한 다음 이를 광물화시켜, 지하에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방안을 구축하고 있죠.

이밖에도 바다 속 탄소를 포집하거나, 탄소 광물화 공정 가속화 기술 등 기존 DAC보다 발전된 기술을 보유한 신생 기업들에게 대규모 투자가 진행됐는데요. 이에 탄소배출 관련 기업 컨설팅을 제공하는 카본 다이렉트(Carbon Direct)의 콜린 맥코믹 최고 혁신 책임자는 “(DAC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나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DAC 내 비즈니스 모델이 형성돼 시장 내에서 탄소상쇄분이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죠.

앞서 소개한 모든 투자 소식이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벌어진 상황.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2020년에는 15개의 DAC 플랜트가 가동했는데요. 이듬해인 2021년 하반기 기준으로는 19개의 DAC 플랜트가 세계 곳곳에서 운영 중인 상황입니다. IEA에는 DAC 상용화를 위해선 기술 개선 및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 증명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국가와 기업들 모두 탄소중립이 중요 이슈로 떠오른만큼 2022년에도 DAC를 향한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