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탄녹위·복지부 포럼서 기후위기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 심화 우려

적절한 기후불안 적극적 행동변화로 이어져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질병부담이 더 커질 부문에 대해 말하겠다. 바로 정신건강 문제다.”

기후변화가 온열·한랭질환 등을 넘어 정신건강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건강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지난 4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공동 개최한 제7차 미래 건강전략 공개포럼에서 나온 말입니다.

‘기후위기가 내 삶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온열질환, 감염병? 기후변화로 겪을 수 있는 건강문제 더 다양해” 💉

주제발표를 맡은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장은 보사연이 전개한 ‘기후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강문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조사는 ‘기후보건영향평가 운영체계 개선 및 발전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후변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강문제에서 온열질환이 65.6%로 인지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 2022년 질병관리청의 위탁을 받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기후보건영향평가 운영체계 및 발전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된 설문조사 결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어 ▲감염병 63.7% ▲천식·호흡기질환·알레르기 55.7% ▲한랭질환 38.0% ▲피부 및 눈 질환 37.7% 순으로 응답이 높았습니다. 이에 대해 채 센터장은 “온열질환은 폭염에 대한 노출로 직접적·즉각적으로 발생해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질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온열질환 다음으로 감염병 인지율이 높은 점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경험이 작용한 가능성이 높다고 채 센터장은 덧붙였습니다.

▲정신질환 17.9% ▲사망 17.7% 등은 비교적 낮은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인식과 달리 기후변화로 겪을 수 있는 건강문제는 다양하단 것이 채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가령 온열질환이나 한랭질환에 노출되면 실신이나 동상 등 단기간 발생하는 건강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들 이상기후로 인해 고혈압·당뇨병 등 기저질환의 의료 이용을 증가시킬 수 있단 문제도 있습니다.

나아가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채 센터장은 밝혔습니다.

 

▲ 2022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보고서를 통해 정신건강 문제 등 기후변화 연계 질환이 증가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Climate Central

“IPCC·WHO 등 국제기구 기후위기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 우려” 🚨

그런데 최근 들어 주목되고 있는 것은 정신건강 문제입니다.

태풍, 홍수 등 기상재난은 급성 스트레스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T)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폭염 상황에서는 폭력이나 공격행동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아가 사막화나 생물다양성 감소 등은 장기적으로 슬픔이나 불안감 같은 ‘기후불안’이나 ‘기후우울’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기후불안이란 직접적으로 기후변화 관련 사건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기후변화의 심각한 위협을 인식함으로써 발생하는 부정적인 감정적 반응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도 정신건강 문제를 우려합니다. 2022년 2월 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WG2) 보고서’를 통해 정신건강 등 이전에 다루지 않았던 기후변화 연계 질환이 증가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 지난 6월 3일 세계보건기구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정신건강 지원체계 구축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WHO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를 경고합니다. 2021년 WHO는 기후변화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WHO는 지적했습니다.

지난달 3일(현지시각) WHO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정신건강 지원체계 구축의 시급성을 역설하는 내용을 담은 정책브리핑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WHO가 9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개국만이 국가보건 및 기후변화 계획에 정신건강·심리사회적 지원을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령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기후변화 정책에는 우리나라 기후보건영향평가에 포함돼 있지 않은 정신건강 관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심리학회(APA)도 기후불안을 중요한 정신건강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에서 최초로 기후변화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된 조사가 진행된 상태입니다.

 

적절한 기후불안 적극적 행동변화로 이어져…“문제는 ‘공포심’ 조장” 😡

실제로 2022년 보사연이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6.8%가 ‘기후변화로 인해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채 센터장은 조사 결과에 대해 “이를 우리나라 전체 상황으로 일반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세대별 현황도 보고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럼에도 기후불안이 해외에서 이미 논의가 지속돼 온 주요 의제란 점은 분명하단 것이 채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채 센터장은 “기후변화를 인식하는 건만으로도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언론 등 대중매체에서 기후변화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고통받을 수 있단 것.

기후불안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적절한 기후불안은 적극적인 행동변화로 이어지는 등 순기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장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보코서울강남호텔에서 ‘기후위기가 내 삶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유튜브 캡처

문제는 과도하거나 왜곡된 정보로 인한 기후불안은 자기효능감을 떨어뜨려 기후문제를 되려 회피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단 것. 더 심해지면 공황발작, 식욕부진, 불면증 같은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에 채 센터장은 “기후변화는 다양한 건강문제와 연결돼 있어 우리가 쉽게 파악하거나 경험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감시체계와 모니터링을 통해 데이터를 구축해서 건강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평가보고서를 발간해 근거 기반 장단기 로드맺을 갖춰야 한다”고 채 센터장은 제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탄녹위는 지난달 심의·의결한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를 통해 국가 트라우마센터를 통해 기후재난 심리지원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탄녹위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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