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생태계를 넘어 사회 전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했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28일(현지시각)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공개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WG2) 보고서’에 담긴 내용인데요.

기후변화의 영향·적응 및 취약성을 분석한 이번 AR6 WG2보고서는 67개국에서 온 270여명의 과학자들이 약 6년간에 걸쳐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PCC는 보고서를 통해 2014년 발표된 제5차 평가보고서(AR5) 이후 기후변화로 인한 빈곤, 식량안보, 생물다양성 손실 등이 현저하게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인간과 자연에 미친 영향 및 취약성 수준, 미래 예상 위기 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지역별·부문별로 제시했는데요. 3,600장이 넘는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 IPCC 3개 실무그룹 역할을 분류한다면 🤔
👉 제1실무그룹(WG1):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분석
👉 제2실무그룹(WG2): 기후변화의 영향과 적응을 분석
👉 제3실무그룹(WG3):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할지, 완화 관련 내용을 분석

 

©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IPCC AR6 WG2 보고서에서 기후 적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_IPCC, 트위터 갈무리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이번 보고서는 실패한 기후 리더십의 증거” 🇺🇳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공개된 AR6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에 대해 기후변화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Code Red)’ 즉 심각한 위기에 대한 경고”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제2실무그룹(WG2) 보고서에서 구테헤스 사무총장의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번 보고서를 가리켜 ‘실패한 기후 리더십’의 증거라고 평가했는데요. 이번 AR6 WG2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증가함에 따라 식량·물 안보 부문의 위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IPCC는 AR6 WG2보고서와 함께 공개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에서 기후와 인간 시스템, 생태계 간 상호작용 고려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이를 위해 기후변화 영향 및 위험(리스크) 요소를 크게 ▲위해성(Hazard), ▲노출성(Exposure), ▲취약성(Vulnerability)으로 나누어 분석했죠.

 

👉 위해성: 재산, 기반시설, 생태계, 건강 등에 대한 피해 및 손실을 유발하는 사건.
👉 노출성: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받을 재산, 생태계, 문화적 자산, 공간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
👉 취약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대한 민감성이나 대처 및 적응능력이 부족한 정도.

* SPM: 정책결정자들이 기후 적응 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보고서 핵심 내용을 적은 요약본

 

© 2017년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물에 잠긴 텍사스의 마을 모습_Daniel J. Martinez, U.S. Air National Guard

IPCC 세계 인구 40% 이상 기후변화 취약한 곳에 살고 있어 🌡️

보고서는 위해성, 노출성, 취약성을 바탕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 및 생태계 전반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분석했습니다. 이 중 기후변화 영향으로 달라질 항목을 크게 7개로 구분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육상·담수 생태계, ▲해안·연안 생태계, ▲수자원, ▲식량·섬유·기타 생태계, ▲도시·사회기반시설, ▲건강·공동체 구조 등이었습니다. 각각의 항목의 핵심만 이야기한다면.

🦜 육상·담수 생태계: IPCC는 보고서를 통해 지구 평균온도가 5°C 상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어날 경우 지구 생물 1만 5,000종 중 최대 60%가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동식물 종의 약 절반은 고위도·고지대로 이동했고, 식물은 약 3분의 2가 봄철 생육이 빨라졌다고. 이밖에도 북반구 결빙 감소로 인해 담수에서의 부영양화*가 심화되고 있단 내용도 기술됐습니다.

🐟 해안·연안 생태계: 기후변화가 계속 심화될 경우 일부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후반 해양 플랑크톤이 감소해 5.7~15.5%의 수산자원 감소가 예상되는데요. 또한, 1950년대 이래 온난화로 인해 해양생물군이 10년당 약 59km씩 북쪽으로 이동했고, 같은기간 해양생물종 계절변화도 3~7.5일 정도 빨라졌다고.

💧 수자원: 약 40억 명이 물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어요. 상당수 지역에서 폭우가 강해졌고 또 빈번해졌는데요. 향후 더 많은 강우와 함께 가뭄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밖에 빙하가 녹는 속도가 전 세계적으로 1.5~2배 정도 가속화됐단 내용이 담겼죠.

* 부영양화: 질소, 인 등 과도한 영양물질로 인해 연못이나 호수 내 산소 농도가 낮아지고 물이 탁해지는 현상. 수중 생태계의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20년 케냐 키투이현의 한 마을을 습격한 메뚜기 떼 풍경.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번식으로 당시 동아프리카 일대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_Sven Torfinn, FAO

🍞 식량·섬유·기타 생태계: 2050년까지 10%, 2100년에는 30% 이상의 경작지와 낙농 지역이 기후 취약 지역으로 분류될 것으로 전망됐어요. 현재의 기후 적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식량 감소는 막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는데요.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1961년 이후 농업 생산성이 34%나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고.

🌇 도시·사회기반시설: IPCC는 오늘날 세계 인구의 40%가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2050년까지 도시 거주 인구수가 25억 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IPCC는 상당수 도시가 기후 적응 대책이 미비한 상황임을 지적했는데요. 이와 함께 지구 평균온도가 1.5°C 상승할 경우 도시 인구 3.5억 명, 2°C에서는 4.1억 명이 물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건강·공동체 구조: 기후변화로 인해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감염병, 말라리아와 같은 매개 감염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어요. IPCC는 또 기후변화로 인한 화재 및 폭염 등으로 인해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도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이상기후와 재난 속에서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가 늘어나고 있단 이야기도 담겼죠.

 

© 기후변화가 지역별로 물 부족, 작물 및 가축 생산, 어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표시한 그래프_IPCC 제공

7개 지역 중 아프리카와 도서국이 기후변화에 취약해 🏝️

보고서는 또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아프리카·아시아·호주·중남미·유럽·북미·도서국 등 7개 지역을 항목별로 구분해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들 모두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증가가 예상될뿐더러, 식량생산량 감소 및 물부족 문제 등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다만, 이는 지리적 위치 및 해당 국가의 정책 및 경제 수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명시했죠.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24%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금세기 말까지 중국은 GDP의 최대 42%, 인도는 92%까지 손실을 볼 수 있단 전망도 나왔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서부·중앙·동부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도서국 등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는데요. IPCC는 보고서를 통해 2010년~2020년 사이 해당 지역에서 홍수·가뭄·폭풍으로 인해한 사망자 수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15배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또 기후 취약 지역의 경우 ‘식민주의와 같은 역사적 문제 그리고 불평등 문제’의 영향을 받았단 사실을 언급했는데요. 이어 기후변화에 취약한 도서국들은 ‘대격변(Cataclysmic)’을 맞을 것이란 표현이 명시됐습니다.

 

© Jasper van der Meij, Unsplash

이에 보고서는 모든 지역과 산업군에서 기후 적응 노력이 필요하단 사실을 강조했는데요. IPCC는 보고서를 통해 최소 170개국에서 기후변화 정책에 적응(Adaptation)을 포함하고 있으나, 대부분 한정적인 규모이고 단기적 문제 해결 위주로 시행되고 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기후 적응 정책도 경제적 수입에 따라 격차가 발생한단 점을 언급하며, 저소득층일수록 해당 정책에서 소외됐단 점을 이야기했죠.

이회성 IPCC 회장은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심각한 경고”라며 시급한 기후 대응을 촉구했는데요. 이 회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및 사회기반시설 손실 등을 막기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과 함께 기후 적응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나아갈 길은 ‘기후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임을 제안합니다. 기후탄력적 개발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방법을 이행하는 과정을 뜻하는데요. 보고서는 기후탄력적개발을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 민간 모두의 참여와 협력이 있을 때 실현 가능하며, 향후 10년간의 사회적 선택이 미래 기후탄력성을 결정한다고 전망했는데요.

다음 편에서는 보고서에 강조한 ‘기후탄력적 개발’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