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제7회 서울 기후-에너지 회의 2023(이하 CESS 2023)’이 개최됐습니다. 올해로 7회째로 맞은 회의는 ‘플라스틱의 순환경제를 위한 협력: 국제 플라스틱 오염협약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개최됐습니다.
CESS 2023의 핵심 안건은 ‘플라스틱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이었습니다. 지난해 175개국은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총 5차례의 회의가 이뤄지며, 올해 6월까지 2차례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협약 체결에 앞서 국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국제사회에서 논의될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최신 동향을 살펴보고 선제적으로 대비 및 협력하기 위한 것이 CESS 2023의 목적이었습니다.
CESS 2023에 참석한 주요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순환경제 전환이 단순히 폐기물을 줄이는 것을 넘어 기후문제 해결의 실마리 중 하나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그리니엄 2편으로 나누어 취재했습니다.
[편집자주]
필립 INC 사무국장 “2024년 한국서 협약 최종 문안 합의 예정” 📜
“지난해 3월 2일,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2024년까지 채택하자는 역사적 결의안을 채택했다. 정말 야심찬 일정이다.”
죠티 마투르 필립 유엔환경계획(UNEP) 정부간협상위원회(INC) 사무국장이 CESS 2023에서 밝힌 말입니다.
작년 3월 UNEA에서 채택된 결의안에 따르면, 175개 당사국은 2024년 이전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고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채택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5번의 INC 회의를 거쳐야 합니다.
INC 제1차 회의는 지난해 11월 우루과이에서 열렸고, 의장 선출 및 문서 준비가 진행됐습니다. 이어 INC 제2차 회의가 바로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습니다.
필립 사무국장은 “(INC 2차 회의에) 1,700명 넘게 참여했고, 이는 진전을 바라는 열망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한편, INC 2차 회의에서 당사국들은 사무국에 협약 초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위임했습니다. 협약 초안은 오는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릴 INC 제3차 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제4차와 제5차 INC 개최국도 공개됐습니다. 캐나다와 한국입니다. 이에 대해 필립 사무국장은 2024년 하반기 INC 5차 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며 “마지막 회의이자 굉장히 중요한 회의”라고 강조했습니다.
INC 5차 회의에서 협상이 잘 마무리될 경우 협약은 2025년 전권외교회의*를 통해 최종 타결될 예정입니다.
*전권외교회의: 자국 정부를 대표해 전권을 위임받은 외교관들의 회의.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 위한 포괄적 접근법 필요” ♻️
필립 사무국장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플라스틱 전주기를 다루는 포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2000년 2억 4,300만 톤에서 2019년 4억 6,000만 톤으로 2배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경제 활동대로라면(BAU) 2060년에는 3배로 증가해서 12억 3,1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필립 사무국장은 덧붙였습니다.
동시에 현재 세계 각국에서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해 많은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현재 입법 및 계획이 실행되더라도 플라스틱 생산량이 2040년까지 겨우 8% 감소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필립 사무국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과 같은 다자 프로그램이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INC 회의에서는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재활용, 재사용, 폐기까지 전주기 플라스틱을 다루고 있으며, 통제수단이나 의무사항도 논의 중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당근과 채찍’ 같은 조치도 있냐는 질문에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플라스틱 생산·소비세 등의 세금 부과 형태도 고려 중이라 밝혔습니다.
필립 사무국장은 이 과정에 시민사회와 학계, 청소년, 원주민, 비영리단체 등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2023년, 3중위기 해결의 이정표로 기억될 것” ⛳️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2022년과 2023년은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플라스틱 오염이라는 3가지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정표를 세운 시기로 기억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대사는 작년 12월 체결된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 지난 19일(현지시각) 체택된 ‘국가관할권 이원지역(BBNJ)의 해양생물다양성 조약’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 3가지 큰 단계는 모두 기후변화와의 싸움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며 모든 도전과정은 패러다임 변화에 관한 것이라 말했습니다.
동시에 김 대사는 에너지 전환만으로 탄소중립 달성 불가능하다며 “이건 단지 일부분일뿐”이라 덧붙였습니다.
그는 “모든 자원을 덜 사용하고 재사용하는 순환경제를 채택하는 것이야말로 탄소중립에 결정적 역할을 할것”이라며 “기후행동과 순환경제는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끄는 한 수레의 두 바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대사는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주요 8개국(G8)로도 불리는만큼, 더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며 “그것이 우리가 내년 4분기에 INC 5차 회의를 개최하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INC 2차 회의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두고 불협화음…“한국 입장은?” 🇰🇷
동시에 전문가들은 국가별 입장차로 인해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정에 여러 이슈가 존재한다고 꼬집었습니다.
INC 2차 회의에 한민영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심의관은 “참가국끼리 의견이 달랐다”며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유럽연합(EU), 노르웨이 등은 국제사회 차원의 공통 규칙 제정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미국 등은 국가 차원의 자발적 규칙을 지지했습니다.
실제로 INC 2차 회의에서는 결의안 절차 합의가 지연되면서 실질적인 논의가 진척되지는 못했습니다.
김 대사 또한 아직 협상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분명한 목표를 설정할지 ▲목표연도와 목표 감축량을 설정할지 ▲국가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세우게 할지 등을 놓고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심의관은 결의안이 채택된 UNEA를 비롯해 INC 1차 및 2차 회의에 모두 참석한 인물입니다. 이번 CESS 2023에서 그는 한국의 플라스틱 과학 전문가이자 외교관으로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한 심의관는 “한국의 기본입장은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라 밝혔습니다. 다만, 한 심의관은 “플라스틱 생산국이자 주요 수출국”으로서 정부는 기업과 사회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지속가능한 방식의 플라스틱 관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일회용·문제성 플라스틱 규제를 주요 목표로 잡고 있다고 한 심의관은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한 심의관은 “플라스틱 규제가 독단적이어서는 안된다”며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단계적 금지와 감축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 국제협약 이행수단으로는 민간투자를 육성하고 기존 금융 체계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금융 제도를 마련하기 보다는 기존 제도를 활용한다는 방향”이라고 한 심의관은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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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후-에너지 회의 2023 모아보기]
①: INC 2차 회의 뒤이은 ‘서울기후에너지회의’…플라스틱 협약, 한국은?
②: EU·日 정부,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은 최우선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