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②: EU 수소정책 핵심, ‘재생에너지’라고?…아프리카 그린수소에 ‘新식민주의’ 비판도

수소산업 육성 핵심 “모빌리티·산업 탈탄소”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화(Electrification)는 탄소중립의 주요 솔루션이나 일부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가변성과 그로 인한 전력계통의 부하 문제, 고온·고출력이 요구되는 중화학공업·중장비 운송의 전기화 어려움 등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이를 해소하는 대안 기술로 청정수소(Clean Hydrogen)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와 수전해조를 이용한 그린수소, 천연가스 개질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를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로 제거한 블루수소가 대표적인 청정수소입니다.

덕분에 청정수소 시장은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3일 한국딜로이트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청정수소 경제가 2030년 연 6,420억 달러(약 830조원)에서 2050년 연 1조 4,000억 달러(약 1,8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세계 주요국도 수소경제 구축을 위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가별로 청정수소의 정의가 다르고, 정책에서도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지도 다릅니다.

이에 일본, 유럽연합(EU), 미국 순으로 주요국의 청정수소 동향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EU, 2030 재생에너지 목표치 42.5% 최종 합의…“핵심은 재생수소” 💧

일본과 함께 청정수소 정책을 선도하는 곳, 바로 유럽연합(EU)입니다.

지난 6월 19일(현지시각) EU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기존 32%에서 42.5%로 상향 조정에 최종 합의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와 EU 이사회 그리고 유럽의회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재생에너지 지침(RED)’ 개정안에 잠정 합의한 지 2개월 만입니다.

RED 개정안 속 핵심은 수소입니다. 동시에 RED 개정안을 두고 진통이 계속된 이유 또한 수소였습니다.

EU는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시설을 대거 확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겪는 전력망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운송·보관성이 좋은 수소를 활용한단 계획이 RED 개정안에 담겼습니다.

 

▲ 원자력발전 기반 수소도 재생수소 범주에 넣을 것인가를 놓고 프랑스를 주축으로 9개국은 찬성 독일을 주축으로 7개국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리니엄

이에 RED 개정안에는 ‘재생가능한 수소(Renewable hydrogen·이하 재생수소)’ 개념을 정립하고 지원한단 계획이 포함됐습니다.

문제는 재생수소의 정의였습니다. 독일·오스트리아·덴마크·아일랜드 등 7개국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만 재생수소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프랑스·폴란드·헝가리·핀란드 등 9개국은 원자력발전 기반 수소도 재생수소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때 이들 회원국 간의 치열한 갈등은 재생수소 정의를 넘어 EU 기후정책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19일(현지시각) EU 집행위가 ‘재생에너지가 아닌 무화석연료 에너지 또한 기후중립에 기여한단 점을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선언문을 발표하며 일단락됐습니다.

덕분에 같은날 RED 개정안도 최종 합의된 것인데요.

 

▲ EU는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2018년 1차 재생에너지 지침 개정을 통해 32%로 설정했고, 이후 2023년 2차 개정을 통해 목표치를 42.5%로 상향 조정했다. ©EU 제공, 그리니엄 번역

EU 집행위, 재생수소 정의 채택…‘원자력 기반 수소’도 인정 가능

RED 개정안 중 눈여겨볼 부문은 단연 재생수소입니다. EU는 재생에너지 목표 중 일정 부분을 재생수소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RED 개정안 발표 다음날인 지난 20일(현지시각) EU 집행위는 위임법을 통해 재생수소에 대한 EU 정의와 관련된 2가지 법안을 채택했습니다. 위임법은 EU 집행위가 채택하는 법률입니다. 법안 내용의 본질적인 변경 없이 해당 법안을 보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번에 채택된 2가지 법안은 각각 비생물학적 신재생연료(RFNBOs)*로 간주될 수 있는 수소의 기준과 RFNBOs의 전주기 온실가스(GHG) 배출량 계산 방법론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결론을 정리하자면 RFNBOs로 간주되는 수소를 재생수소라 부르기로 한 것.

*비생물학적 재생연료(RFNBOs·Renewable Fuels of NonBiological Origins): 풍력·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전기분해해 만든 수소·암모니아·탄화수소연료 등을 뜻한다.

 

▲ 독일 수소 스타트업 선파이어의 산업용 수전해조 설비 모습. ©Sunfire

법안에 따르면, 재생수소에 포함될 수 있는 수소는 다음 2가지입니다.

1️⃣ 그린수소: 전년도 재생에너지 비율 90% 또는 재생에너지 생산량 90% 초과 지역의 전력계통에서 가져온 전기로 생산한 경우. 그린수소가 여기 포함된다.

2️⃣ 저탄소수소: 전년도 에너지 생산의 탄소집약도가 18 gCO2eq/MJ 이하인 지역의 전력계통에서 가져온 전기로 생산한 수소. 단, 사업자는 한 건 이상의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야 한다.

 

덕분에 원자력발전소를 활용한 수소도 재생수소로 인정받을 여지가 생겼습니다. 재생수소 기준, ‘전력계통의 탄소집약도가 18 gCO2eq/MJ 이하인 지역’에 원전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경우 사업자는 한 건 이상의 PPA를 맺어야 합니다.

수소 생산이 증가할 때 재생에너지 발전 또한 증가해야 한다는 ‘추가성의 원칙’이 반영된 겁니다. 전기자동차 충전, 산업용 전기에 사용됐던 기존 재생에너지가 재생수소 생산으로 이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 남유럽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외곽에 있는 토레솔에너지의 안달솔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Torresol Energy

EU 수소 정책, ‘재생에너지’ 빼곤 논할 수 없는 이유 ⚡

EU 수소정책의 특징은 ‘수소의 생산방식’에 초점을 맞췄단 것입니다. EU가 2050년 기후중립 목표 달성의 핵심을 재생에너지 확대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청정수소로 주목받은 블루수소가 EU에서 주목받지 못한 점도 특징입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대러관계 악화와 천연가스 공급망 문제 등으로 블루수소 생산에 필요한 자원의 원활한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일부 회원국의 요구로 원자력 등 무탄소전원으로 만든 수소는 EU 재생수소 범주에 포함됐습니다.

 

EU의 수소산업 육성의 핵심, “모빌리티·산업 탈탄소” 📍

한편, 러시아산 화석연료로부터의 탈피를 목표로 한 ‘리파워 EU(REPower EU)’에서 EU는 2030년 목표로 재생수소 1,000만 톤 생산 및 1,000만 톤 수입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EU는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유럽공동이해관계프로젝트(IPCEI)’의 일환으로 2가지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각각 ‘Hy2Tech’와 ‘Hy2Use’ 프로젝트입니다.

IPCEI는 회원국별 투자 단편화를 지원하고 유럽 공동이익을 기반으로 최첨단 혁신을 지원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EU 집행위는 Hy2Tech와 Hy2Use 프로젝트에 각각 52억 유로(약 7조 3,800억원)와 54억 유로(약 7조 6,700억원)의 보조금을 승인했습니다.

두 프로젝트에 투자된 민관 투자액을 모두 합치면 264억 유로(약 37조 4,900억원)에 달합니다.

  • Hy2Tech 프로젝트 🔋: 수소연료전지, 수소 저장·운송·유통 등 사용자 관련 기술·모빌리티 개발 중심.
  • Hy2Use 프로젝트 🏭: ▲대규모 수전해조 개발 ▲운송 인프라 구축 ▲제철·시멘트·유리 등 난(難)탈탄소 산업의 수소 통합 기술 등 산업계의 적용 및 인프라 구축 목표

 

▲ EU 집행위는 지난해 4월, 대규모의 범유럽 수소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유럽수소파이프라인(EHB)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는데 아프리카에서 그린수소를 수입해 올 계획으로, 녹색식민주의란 지적이 나온다. ©EHB

범유럽 수소 공급망 구축…아프리카 공략엔 ‘녹색식민주의’ 비판도 🌍

현재 EU는 재생수소를 저렴한 비용에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파이프라인 5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발표된 ‘유럽수소파이프라인(EHB·European Hydrogen Backbone)’ 이니셔티브가 대표적입니다. EHB 이니셔티브는 재생에너지·천연자원이 풍부한 범유럽 국가·지역에서 생산한 수소를 EU 전 지역에 공급한단 것을 골자로 합니다.

EHB 이니셔티브는 유럽 전역에 걸쳐 2030년 2만 8,000㎞, 2040년 5만 3,000㎞의 수소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총 5개 공급망으로 ▲회랑A(북아프리카·남유럽) ▲회랑B(남서유럽·북아프리카) ▲회랑C(북해) ▲회랑D(북유럽·발트해) ▲회랑E(동유럽·남동유럽) 등이 속합니다.

이밖에도 태양광 에너지가 풍부한 스페인·포르투갈 등 남유럽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독일·프랑스로 공급하는 H2Med 프로젝트, 북아프리카와 이탈리아·오스트리아·독일을 연결하는 남부수소회랑(SoutH2 Corridor) 프로젝트가 추진 중입니다.

한편, EU가 유럽과 가까우면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아프리카에 주목하면서 ‘녹색식민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U가 재생에너지·그린수소 생산에 따른 산림 훼손, 물 부족 등의 피해를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떠넘긴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녹색식민주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 등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을 재정적·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소경제 모아보기]
①: 日 ‘수소전략’ 6년만에 개정…“그린수소 발전 저해 우려 나와”
②: EU 수소정책 핵심, ‘재생에너지’라고?…아프리카 그린수소에 ‘新식민주의’ 비판도
③: 美 최초의 청정수소 전략·로드맵 공개…“글로벌 수소경쟁 촉매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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