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위기(Polycrisis)를 해소할 솔루션으로 재생농업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중위기란 여러 위기가 한꺼번에 도래해 더 큰 위기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지난 1월 전 세계 경제 현안 및 주요 문제를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이하 다보스포럼)’에서 꼽은 올해의 키워드였는데요.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은 식량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탄소배출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기대받습니다.
재생농업이란 황폐해진 토양에 땅의 수분 함유량과 탄소 분리 능력을 증가시켜 생물다양성을 복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는 농법을 말합니다. 농경지의 탄소격리능력을 증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농업’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들고, 재생농업의 경제적 이익이 그리 높지 않단 단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기존 농부들이 재생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에 농부들의 재생농업 전환을 도울뿐더러, 경제적 추가 수익까지 거둘 수 있도록 돕는 기업이 있습니다. 덴마크의 애그테크 기업 아그리나(Agreena)입니다.
재생농업 전환 돕는 아그리나, “탄소감축 핵심은 농업이야!” 🧑🌾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둔 아그리나는 농부들의 재생농업 전환을 지원하는 기업입니다.
아그리나는 스스로를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을 방해하는 경제 및 교육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 아그리나는 재생농업 전환을 돕는 플랫폼인 아그리나카본(AgreenaCarbon)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재생농업 전환을 원하는 농부는 자신의 분야를 프로그램에 등록합니다. 입력한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부는 아그리나 상담사로부터 현장 전략을 계획하는데 도움을 받습니다.
여기에는 ▲경운 대신 무경운(또는 저경운) ▲화학비료 대신 유기비료 사용 ▲단일작물 재배 대신 지속가능한 작물 순환 재배 ▲덮개작물 재배 등이 포함됩니다.
작물 순환 재배와 덮개작물 재배가 무슨 이유에서 재생농업에 포함되는 걸까요? 먼저 토양을 갈아 엎는 경운 농법은 토양 속 저장된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고, 화학비료는 온실효과가 310배 높은 아산화질소(N₂O)를 배출합니다.
반면, 작물 순환 재배는 토양 미생물의 다양성을 회복시킵니다. 덮개작물 재배는 토양 유기물을 증가시켜 탄소를 격리할 수 있습니다.
이에 아그리나는 재생농업을 “농부와 지구를 위한 보다 지속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솔루션”이라고 설명하는데요.
농부들의 재생농업 전환 위해 ‘탄소시장’ 주목해! 💸
물론 정보 제공만으로는 재생농업으로의 전환은 어렵습니다.
재생농업에 맞는 새로운 기계를 구입하거나 단기적인 수확량 손실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그리나는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재생농업과 ‘탄소시장’을 연결해 해결했습니다.
우선 농부들은 프로그램에 다양한 경작 활동을 기록합니다. 프로그램은 이를 바탕으로 잠재적인 탄소 제거량과 예상 수입을 계산합니다. 그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장 관리 전략을 계획합니다.
수확기 이후에는 실제 수확량과 비료 및 연료사용량 등 실제 현장 데이터를 보고하는데요. 아그리나는 이를 기반으로 농장의 탄소제거량을 측정합니다.
그 다음 농부들에게는 제3자 검증을 거친 이산화탄소(CO2e) 인증서가 발급됩니다. 농부는 이 인증서를 직접 판매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증서를 판매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아그리나는 현재 인증서의 가격은 1tCO2e당 약 25~50유로(약 3만5,000원~7만원)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시장의 수요 및 공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아그리나 프로그램 참여자이자 영국의 재생농부인 토마스 겐트는 “탄소농업은 수익원과 장기적 비즈니스 회복력 향상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농경지 탄소배출 감소, 어떻게 측정할까? 🚜
아그리나는 재생농업 농부로부터 발행한 탄소인증서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에 해당됩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데이터의 투명성과 인증서의 품질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농부들의 재생농업 전환 현황과 탄소배출 감축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측정하는 과정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아그리나는 실측 데이터와 인공위성,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농부들의 재생농업을 원격 모니터링합니다. 아그리나는 자사의 프로그램이 농작지 경계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작물 유형과 윤작을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위성 이미지를 통해 덮개작물을 감지하고, 주요 파장 대역의 반사율 분석으로 경운 관행을 분석하는 등 심층 기술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아그리나는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해 7월 아그리나는 모니터링 기술 강화를 위해 또다른 기후테크 스타트업인 허밍버드(Hummingbird)를 인수합병했습니다.
허밍버드는 데이터과학과 재생농업에 주력하는 기업입니다. AI와 저궤도 위성 이미지를 사용해 덮개작물, 경작, 윤작 등 재생농업 관행을 자동으로 추적하고 모니터링하는 측정·보고·검증(MRV) 기술이 특징인데요.
MRV 기술을 보유한 허밍버드 인수를 통해 아그리나는 농부들이 지속가능한 관행으로 전환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현장 데이터를 보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이몬 할드럽 아그리나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허밍버드 인수로 “탄소농업의 무결성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블록체인+핀테크+재생농업 결합한 아그리나, “671억 투자 유치 성공!” 💰
아그리나는 현재 14개국에서 150명 이상의 농부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재생농업으로 전환된 농경지만 60만 헥타르(6000㎢)에 이릅니다.
더불어 아그리나는 탄소인증서를 새로운 스마트 금융 상품에 연결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탄소인증서와 블록체인의 결합입니다.
할드럽 CEO는 추적가능하고 변경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농부들은 탄소배출권을 금융 상품으로 더 쉽게 전환하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이를 통해 구매자는 탄소배출권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유럽 블록체인 결제서비스 기업 즐멘트(Ztlment)와 협업해 세계 최초로 탄소인증서를 토큰화하는데 성공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한편, 아그리나는 지난 3월에는 4,600만 유로(약 671억원)에 달하는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작년 2월 2,250만 달러(약 322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 이후 약 1년 만입니다.
아그리나는 해당 자금을 ▲신규 농업 설비 마련 ▲재생농업 전환 가속화를 위한 녹색대출(Green loans) 접근성 향상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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