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적인 IT 기업 3사가 협력해 AI 관련 인프라(기반시설)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 오픈AI와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 일본계 IT기업 겸 투자사 소프트뱅크가 이끄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입니다. 이들은 동명의 합작사를 설립해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에 나섭니다.
그는 “역사상 가장 큰 AI 인프라 프로젝트”라며 “미국의 미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발표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래리 앨리슨 오라클 CEO,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글로벌 IT 3사, 5년간 AI 인프라 ‘720조 원’ 투자 약속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게이트가 미 전역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포함해 “차세대 AI 구축을 위한 물리·가상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긴급명령을 통해 스타게이트가 즉시 인프라 구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프로젝트는 AI 개발사인 오픈AI가 주축을 맡습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운영사 오라클이 운영을 담당하고 소프트뱅크가 주요 자금을 댄다는 구상입니다. 오픈AI는 ARM·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의 반도체 기업도 핵심 초기 기술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로젝트 투자액은 초기 자금 1,000억 달러(약 144조 원)로 시작해 향후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로 확장될 예정입니다. 초기 자금은 3사에 더불어 아랍에미리트 투자사 MGX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프로젝트가 미국 세금이 아닌 해외 투자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해당 투자가 미국 내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프로젝트는 이번에 처음 발표된 것은 아닙니다. 작년 11월 오픈AI가 발표한 초기 구상이 구체화돼 공식 발표된 것입니다.
스타게이트의 첫 사업도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앨리슨 CEO는 50만 제곱피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10개가 건설 중이며, 앞으로 10개가 더 건설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바이든 규제 폐기 이어 AI 전폭 지원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前) 대통령의 AI 규제 관련 행정명령을 폐기한 직후 나왔습니다. AI의 위험을 우려한 전임 정부와 달리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AI 투자를 지원하겠단 뜻으로 해석됩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루스 포랏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행정명령 폐기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에 걸림돌을 없애고 있다”며 환영을 표한 바 있습니다.
앨리슨 CEO 역시 “(스타게이트는) 이 시대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발표 직후 3사 모두 주식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소프트뱅크와 오라클은 11%가량 상승했고 엔비디아도 5% 가까이 올랐습니다.
다만, 해당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될지 의문도 나옵니다.
미 투자사 아트레이드매니지먼트의 개빈 베이커 CIO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스타게이트는 훌륭한 이름이지만 5,000억 달러는 너무 터무니없는 숫자”라며 의구심을 표했습니다.
이어 그는 “소프트뱅크가 보유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라고 주문했습니다.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란 뜻입니다.
CNN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에서도 대대적인 기업 투자를 발표했으나 흐지부지됐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2017년 대만 소재 기업 폭스콘의 100억 달러(약 14조 원) 투자를 대대적으로 발표했으나 2021년 6억 7,000만 달러(약 9,600억 원)를 투자하는데 그쳤던 점을 꼬집은 것입니다.
머스크 “돈 없다” VS 올트먼 “돈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찬물을 끼얹고 나섰습니다.
그는 자신의 SNS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스타게이트가 약속한 투자를 이행할 만한 자금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소프트뱅크가 확보한 자금은 100억 달러도 안 된다”며 “확실한 출처로부터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머스크 CEO는 오픈AI의 공동설립자였으나 2018년 경영권 분쟁으로 오픈AI를 떠났습니다. 이를 계기로 올트먼 CEO와도 앙숙 관계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머스크 CEO는 2023년 새로운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한 상황입니다.
이같은 지적에 올트먼 CEO는 답글로 “당신도 알다시피, 틀린 말이다”라며 즉각 반박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이미 진행 중인 첫 번째 현장을 방문하고 싶은가?”라며 반문했습니다.
다만, 알려진 바를 종합하면 초기 자금 1,000억 달러가 모두 확보되지는 않은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와 오픈AI는 각각 190억 달러(약 27조 원)씩 투자해 지분 40%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오라클과 MGX는 각각 70억 달러(약 10조 원)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두 합해도 520억 달러(약 74조 8,600억 원), 즉 초기 자본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매체는 나머지 금액이 추가 투자 파트너와 대출 등을 통해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