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
전 세계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스위스 다보스에 모여 경제 현안 및 주요 문제를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이하 다보스포럼)’의 주제였습니다.
지난 16일부터 20일(현지시각)까지, 닷새간 열린 다보스포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축소 진행되다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진행됐습니다. 세계 각국 정상 52명을 포함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각계 인사 2,7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유행 등 위기가 한꺼번에 발생한 세계의 현실을 진단하고 위기에 대응할 방법을 찾기 위해 모였습니다. 즉,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이란 주제는 올해 포럼에 걸맞았었는데요. 그러나 분열된 세계에 대한 우려에 공감했을 뿐, ‘협력’에 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단 평가가 대다수입니다.
올해 포럼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기후변화’였습니다. WEF가 포럼에 앞서 발표한 ‘2023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세계가 당면할 10대 장기 리스크 중 상위 3개가 ‘기후대응 실패’와 관련돼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포럼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니엄이 4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주요 연사들 한목소리로 ‘기후대응 촉구해’ 📢
이번 포럼에 참석한 주요 연사들은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재차 강조했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다보스포럼 기후변화 토론에 참석한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이대로라면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튿날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특별연설에서 기후문제를 최고 강도인 ‘5급 허리케인’에 비유하며 심각성을 피력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1.5℃ 제한은 연기 속으로 사라지고 2.8℃ 상승으로 돌진 중”이라며 “기후위기와의 싸움은 지는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 행성(지구)의 파괴를 부추기고 있는 이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19일(현지시각) 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 준비된 미 경제전문매체 CNBC 기자회견장에 패널로 나와 이같이 밝힌 것인데요.
툰베리는 WEF 참석자들을 향해 “기후위기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 화석연료 등에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기후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툰베리와 함께 CNBC에 패널로 참석한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에너지 부문의 개혁을 강조했습니다. 비롤 IEA 총장은 에너지 전환이 없는 이상 “기후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2️⃣ 기후대응 위해선 더 많은 재원 필요…‘기후대응VS녹색보호주의’ 엇갈려 💰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후대응을 위해선 민간부문의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케리 특사는 “(기후대응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제가 배운 교훈은 돈, 돈 그리고 돈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후대응 및 에너지안보를 위해 3,690억 달러(약 481조원)를 투입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소개했습니다. 케리 특사는 IRA에 대해 “세계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며 “산업혁명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비롤 IEA 총장도 미국의 IRA에 대해 “파리협정 체결 이후 기장 중요한 기후협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IRA는 미국의 보호주의 경제 정책이란 비판과 함께 포럼 내내 공방 거리가 됐습니다. 이는 IRA가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자동차에만 보조금 등 세제혜택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IRA가 보조금으로 미국 내 친환경 산업만 키우려는 불공정 조치란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IRA를 가장 견제한 나라는 유럽연합(EU)이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직접 나서 IRA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는데요. 이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미국의 IRA에 대한 대응책”으로 EU판 IRA인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입법 추진에 나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과 EU 모두 자국 업체나 역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시행 또는 추진하는 상황. 이에 대해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며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은 다보스포럼에서 IRA와 같은 보호주의가 세계 무역을 위축시키고 저성장을 재촉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GHG)이 적은 저개발 국가들이 오히려 기후변화의 여파를 뒤집어쓰는 문제에 세계 각국이 각별한 관심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랐습니다.
👉 ‘美 IRA에 맞불 작전’ EU 탄소중립산업법 제정 추진, 어떤 내용 담길까?
3️⃣ 재차 주목받은 자연기반솔루션(NBS)…“블루카본, 해양테크 주목받아” 🌊
이번 포럼에서는 자연기반솔루션(NBS)이 유독 주목받았습니다. NBS는 생태계를 보호·복원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WEF는 NBS가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직면한 위기 및 상호연결된 환경 문제, 즉 ‘다중위기(Polycrisis)’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포럼에서는 특히 ‘블루카본(Blue carbon)’이 주목받았습니다. 19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정부는 WEF는 블루카본 배출권 및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블루카본 크레딧은 맹그로브, 염습지, 해초와 같은 해안 및 해양생태계에 저장된 탄소와 연결된 크레딧인데요. 이밖에도 맹그로브 숲 복원 등 해양생태계 보존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가 포럼에서 소개됐습니다.
특히, 해양테크의 중요성과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의 필요성을 강조한 ‘오션 액션(Ocean Action)’이 포럼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 새롭게 떠오른 자연기반솔루션, 어떤 비즈니스가 있을까?
4️⃣ 기후대응 위한 이니셔티브 여럿 출범…“배터리 디지털 여권도 공개돼” 😮
그렇다면 이번 포럼에서 기후대응을 위한 대응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나왔을까요?
- 배터리 디지털 여권 프로토타입 공개 🔋: 글로벌 배터리 얼라이언스(GBA)는 포럼에서 ‘배터리 디지털 여권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배터리 디지털 여권은 원재료 채굴부터 재활용까지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개방형 전자 시스템입니다. QR코드를 통해 접속하면 ▲배터리 기본 정보 ▲물류 정보 ▲온실가스 배출량 ▲사업장 내 인권 및 아동노동 관련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 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와 별개로 EU는 오는 2026년부터 배터리 디지털 여권 제도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 기후대응 자금 가속화 위한 이니셔티브 출범 💸: 17일(현지시각) 45개 이상의 주요 자선단체, 공공 및 민간부문 파트너가 참여한 ‘GAEA(Giving to Amplify Earth Action) 이니셔티브’가 출범했습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기후대응 및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연간 3조 달러(약 3,691조원) 규모의 재원을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식은 아직 논의 중인데요. 향후 12개월 동안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협력해 자금 조달 방법론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 재생에너지 전환 위한 도시간 이니셔티브 출범 🏙️: GAEA 출범 같은날 유럽 31개국 문화 장관들은 ‘다보스 바우쿨투어(Baukultur) 동맹’을 출범시켰습니다. 바우쿨투어는 질이 좋고 지속가능하며 문화적으로 의미있는 건물과 도시를 보존하고 개발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약칭입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유럽 도시의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저작권자(c)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