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안보를 골자로 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입법 완료됨에 따라 미국 내 기후테크 산업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의회를 통과한 IRA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서명에 따라 입법이 완료된 것인데요. 바이든 정부는 IRA의 재정 지원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2005년 대비 40% 감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 정부는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에 3,690억 달러(약 481조원), 보건의료 강화를 위해 전국민건강보험(오바마케어·ACA) 보조금에 640억 달러(약 83조원) 등 총 4,300억 달러(약 558조원)를 투입할 계획인데요.

같은날 빌 게이츠가 설립한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의 카마이클 로버츠 대표는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IRA 덕에 신생 기후테크 기업이 최대 1,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로버츠 대표는 “(IRA 덕에) 투자를 안 했을 수도 있을 분야에 벤처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된다”며 “최고의 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진정한 길을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기후테크 산업 중 과연 어떤 기업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요?

 

© 태양광 패널 설치 자동화 전문 스타트업 테라베이스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로부터 440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Terrabase 홈페이지 캡처

IRA 입법 완료, 가장 수혜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업 💰

IRA 통과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단연 재생에너지 기업입니다. 당초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대한 투자세액공제(ITC)는 2024년 말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허나, 법안 통과 덕에 세액 공제가 2032년까지 연장됐는데요. 미 정부는 ITC에 최대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재생에너지 기업이 저소득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20%의 추가 세액 공제가 주어집니다. 또 노후 탄광 및 화석연료 산업 부지에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벌이면 추가 세액 공제를 10% 더 받습니다. 미국산 소재를 사용한 신규 태양광·풍력 사업에는 10%의 세액 공제가 또 주어집니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재생에너지 사업 전체 비용의 최대 40~50%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태양광 패널 설치 자동화 전문 스타트업 테라베이스(Terabase) 같은 스타트업이 법안 통과에 따른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테라베이스는 태양광 패널을 설계하고 기상 조건에 따라 패널 효율을 향상시키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요. 지난 7일(현지시각) 이 기업은 BEV가 주도하는 자금조달 펀딩에서 4,400만 달러(약 582억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 빌 게이츠가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의 차세대 원자로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Gates Note

원자력도 세액 공제 받아, 소형모듈원전(SMR) 연구도 박차 가해! 📈

원자력 기업 또한 IRA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기존 원전은 kWh(킬로와트시)당 0.3센트의 공제액이 주어집니다. 2025년 이후 가동될 신규 원전은 추가 6%의 세액 공제를 받습니다.

덕분에 소형모듈원전(SMR)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테크크런치,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 등 외신은 IRA 통과 덕에 SMR의 자금 투자가 더 수월해졌다고 분석했는데요. 외신은 빌 게이츠가 세운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에너지 자회사가 공동 추진 중인 차세대 원자로 나트리움(Natrium) 건설에 IRA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나트리움은 원자로 냉각을 물 대신 액체화된 나트륨으로 냉각시키는데요. 액체화된 나트륨이 흡수한 열은 전기를 생산할 터빈을 돌릴 증기를 만들 때 활용됩니다. 이른바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인데요.

테라파워는 2030년까지 나트리움을 상용화한 후 미 전역에 SMR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IRA는 에너지 안보 향상을 위해 미 에너지부(DOE)에 재생에너지 가속화를 위한 추가 연구 자금 집행이 담겼는데요. 이를 통해 미국 내 핵융합 에너지 연구가 박차를 가할 것이란 평가도 나왔습니다.

 

© 카본엔지니어링의 DAC플랜트 모습 Carbon Engineering 제공

탄소 포집 1톤당 180달러 세액 공제…DAC 산업 성장세 지속 전망 💭

직접공기포집(DAC) 또한 IRA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CO2)를 직접 포집해 농도를 감소시키는, 즉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가 가능한 DA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인 1.5°C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선 DAC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DAC는 플랜트 가동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돼 운영비가 비싸단 단점이 있는데요. IRA 법안에 따라, 산업 활동에 의해 생성된 탄소를 포집·격리할 경우 톤당 최대 180달러(약 23만원)의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최소 1,000톤 이상의 탄소를 제거할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요. 2033년 1월 1일 이전에 건설을 시작한 프로젝트에 한해 자격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DAC 산업은 IRA 덕에 플랜트 건설이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의 BEV가 투자한 카본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서스테라(Sustaera) 등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던 기존 DAC 스타트업들은 혜택을 누리게 됐는데요.

DAC 스타트업 카본캡처(Carbon Capture)의 아드리안 콜레스 CEO는 “(IRA 덕에) 이르면 2023년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콜레스 CEO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탄소 1톤당 포집에 약 400~500달러의 비용이 든다며, IRA의 세금 공제 덕에 투자자들이 더 많이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 지난해 4월 엑손모빌은 미 텍사스주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걸프 연안 4곳에 저장하는 CCS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프로젝트 진행에는 1000억 달러가 투입된다 ExxonMobil 제공

탄소 포집 및 저장(CCS)을 전문으로 하는 에너지 기업 탈로스에너지(Talos Energy)도 IRA에 따른 세액 공제 및 투자금 확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팀 덩컨 탈로스 CEO는 바이든 대통령 서명이 진행되던 날 “매우 큰 일이다”라며 IRA 입법화를 반겼는데요.

탈로스는 미국 걸프 연안을 따라 4개의 CCS 프로젝트를 시작한 상황인데요. 에너지 서비스 기업 슐륨베르거(SLB.N)의 프레드릭 마이쿠트 부사장 또한 IRA 세제 혜택 덕에 중소 규모의 DAC, CCS 프로젝트가 성장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정유 및 화학업계를 위해 대규모 탄소 허브 구축 계획을 발표한 엑손모빌(ExxonMobil) 또한 탄소세 등 IRA 법안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엑손은 지난해 4월 연간 1억 톤의 탄소를 포집해 멕시코만 해저에 격리한단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약 1,000억 달러(약 133조원)가 투자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엑손 대변인은 광범위한 상용화를 위해선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CO2레일컴퍼니가 오는 2023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탄소포집철도차량의 상상도 CO2 Rail Company

+ IRA 통과 덕에 이색적인 기후테크 산업 성장 예상돼 🚂
WP는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소재한 CO2레일컴퍼니(CO2 Rail Company)를 예로 들었습니다. 이 회사는 기존 열차에 철도 차량처럼 보이는 탄소 포집기를 장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인데요. 열차 제동 시스템에 의해 생성된 전력을 사용해 탄소포집에 사용한단 원리. 탄소포집에 드는 막대한 에너지 비용을 없앨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주장하는데요.

철도가 미 전역을 달리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포집된 탄소는 철도야적장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 및 지하나 해저에 격리되는 방향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회사 측은 이번 IRA의 탄소포집 세액 공제가 프로토타입(시제품)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WP에 역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