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분야 범정부 행사인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가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됐습니다.

정부 부처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기후·에너지 관련 행사가 통합돼 개최된 이번 박람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11개 중앙 부처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14개 관계기관이 박람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밖에도 국내외 주요 기업 500여개와 주요국 정부·국제기구 인사 등 2만 8,0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박람회는 탄소중립 관련 산업계의 대응 방안 공유 및 국제적 협력에서의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정부는 기후산업 생태계를 선도함으로써 신(新)성장동력을 도모하는 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박람회는 ▲개막식 ▲콘퍼런스(비즈니스·도시·리더스서밋) ▲전시회 ▲연계행사 ▲폐막식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렇다면 박람회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그리니엄이 직접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아시아 최초 NYT 기후행사 열려…한국 기후대응 성공, 전 세계에 중요” 🇰🇷

“(우리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간에 바람직한 균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5일 개최한 기후행사 ‘새로운 기후(A New Climate)’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밝힌 말입니다. 이번 행사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 내 프로그램으로 개최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박람회에서 ‘기술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나?’를 주제로 국내외 기후변화 리더를 초청해 양일간 기조강연과 대담, 토론 등을 진행합니다. 뉴욕타임스가 기후행사를 영국, 이집트 등에서 진행한 적은 있으나,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스티븐 던바-존슨 뉴욕타임스 국제부문 사장은 프로그램 개회사에서 “(지구 평균온도 1.5℃ 억제를 위한) 우리의 노력과 추진은 오히려 더 미약해졌다”며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배터리 산업에서 보이듯 한국은 (기후대응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한국의 기후대응 성공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 대담을 나누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모토코 리치 뉴욕타임스 도쿄 지사장의 모습 ©greenium

한 총리, 탈석탄 재확인…수소 발전·암모니아 고려할 것” 💡

이날 프로그램은 한 총리와 모토코 리치 뉴욕타임스 도쿄 지사장 간의 대담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두 사람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이 할 수 있는 일과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습니다.

한국 정부의 기후목표를 시작으로 석탄 감축 계획과 원자력발전의 역할 등 탄소감축을 위한 정부의 에너지믹스(발전원) 전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정부의 탄소감축 목표에 대해 한 총리는 “올해 4월 최종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인지가 제출됐다”며 국가감축 목표도 명확하게 정리됐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난 4월 11일 확정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지칭한 것입니다. 기본계획에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하기 위한 부문별·연도별 세부계획이 담겼습니다.

이어 한 총리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핵심적인 요소로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더이상 짓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원전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원전이) 재생에너지와 균형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정부의 기조도 재확인했습니다. 한 총리는 현재 운영 중 석탄화력발전소의 사용연한이 만료되면 신규 발전소 건설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노후석탄화력발전소의 사용연한이 다 될까지 기다리는 것이냔 질문에는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려 한다”고 열어놨습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기술의 발전속도, 가용성 등을 고려해서 열병합*이나 수소발전, 암모니아를 석탄화력발전소에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열병합: 전기를 생산하고 나온 폐열을 이용해 난방·온수에 사용하는 에너지 시스템. 단일에너지에서 획득한 열과 전력을 함께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 한덕수 국무총리는 원자력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전력원이라고 밝혔다 ©greenium

에너지 핵심축, 원전과 재생에너지 될 것”…신규 원전은 확답 피해 ☢️

이번 대담에서 가장 핵심이 된 분야는 단연 원자력이었습니다.

‘앞으로 원전이 전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한 총리는 “원자력이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한 총리는 “한국에서 원전은 매우 안전하다는 것을 지난 30년 동안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원자력이 무탄소전원인 동시에 토지요구량이 적어 다른 발전원과 함께 사용하기 용이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 총리는 원자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용해 나가면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지 묻자 한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한 총리는 일본과 한국은 원전의 구조, 안전조치에서 확연한 차이점이 있고, 일본에서 문제가 됐던 쓰나미(지진해일)가 한국에선 일어나지 않는다고 부연했습니다.

한국 대중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많은 한국 국민이 (원전을) 원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지난 1월 세계 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연설 중인 윤석열 대통령 모습 당시 윤 대통령이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논란이 일었다 ©외교부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술은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한 총리는 “사실 우리는 해상풍력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1월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며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할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또 한 총리는 “원자력이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기저전력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원전에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진행자는 원전을 증설하겠다는 것인지 되물었습니다. 한 총리는 “우리가 현재 집중하는 것은 기존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이라며 신규 건설 계획에 대해 확답을 피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이 원전에 더 집중하는지 진행자는 의문을 표했습니다. 또 “다른 나라들은 재생에너지에 집중하는데 한국은 그만큼 집중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한 총리는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과) 상황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의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최근 건설이 재개된 신한울 3·4호기를 지칭하는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추가 건설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기술로 CCUS 꼽아…전기·수소차, 국제 협력 중요” 💭

가장 흥미롭게 보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총리는 CCUS(탄소포집·활용·저장)를 꼽았습니다. 그는 CCUS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총리는 CCUS가 매력적인 이유로 (탄소감축) 기술 발전의 수준이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집약산업 중심인 한국의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한 총리는 한국은 CCUS의 경우 저장 기술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 저장 공간이 많지 않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이 때문에 호주 등 다른 나라와 협력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국제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된 또다른 분야는 탈탄소 차량입니다. 한 총리는 “당분간은 전기자동차가 가장 중요한 개발 영역”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수소자동차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진행자는 배터리와 수소 모두 한국에서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한 총리는 배터리 산업에서 “미국 등 다른 지역과 산업 발전을 함께 도모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산업파트너와 좋은 관계를 구축, 유지하고 있다고 한 총리는 강조했습니다.

수소 또한 당분간 수입이 불가피하단 점을 인정했습니다. 한 총리는 (국내 생산이 가능해질) 2030년경에도 연간 230만 톤의 수소 수요가 예상된다며,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한덕수 국무총리는 NDC 이행과 관련해 유연하고 탄력성 있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greenium

한 총리 NDC 업데이트, 기술변화·국제협력 고려해 탄력적 대응할 것” 🤝

앞으로 정부의 방향에 대해 한 총리는 “올해 4월에 세운 목표(기본계획)를 검토하면서 프로세스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5년마다 (목표 달성을) 추적하면서 NDC(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정할지는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더욱 유연하고 탄력성 있게 대응할 것”이라며, 자주 검토해나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파리협정 당사국은 2023년을 시작으로 5년마다 NDC의 이행상황을 점검·평가하는 전지구적 이행점검(GST)을 실시해야 합니다.

2030년 NDC를 달성할 경우 2050년 화석연료 없는 탄소중립도 가능할 것인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한 총리는”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는데요.

그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기술이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며, 개발된 기술이 적용되기 위해서 국제사회와의 파트너십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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