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분야 범정부 행사인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가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됐습니다.

정부 부처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기후·에너지 관련 행사가 통합돼 개최된 이번 박람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11개 중앙 부처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14개 관계기관이 박람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밖에도 국내외 주요 기업 500여개와 주요국 정부·국제기구 인사 등 2만 8,0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박람회는 탄소중립 관련 산업계의 대응 방안 공유 및 국제적 협력에서의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정부는 기후산업 생태계를 선도함으로써 신(新)성장동력을 도모하는 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박람회는 ▲개막식 ▲콘퍼런스(비즈니스·도시·리더스서밋) ▲전시회 ▲연계행사 ▲폐막식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렇다면 박람회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그리니엄이 직접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대한상의 “기후테크 시장 규모 2032년 196조 달할 전망” 📈

정부와 박람회를 공동 개최한 대한상공회의소는 기후테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대한상의는 “이번 박람회는 세계 최초로 기후관련 기술 산업 박람회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현재 세계 주요 국가와 기업들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자는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테크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FMI)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테크 시장 규모는 2032년까지 1,475억 달러(약 19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 기후테크 관련 스타트업 수도 2010년 이후 3만 5,000여개 증가해 2022년 4만 4,000여개로 집계됐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기후테크 기술의 현주소는 어디일까요? 박람회에는 국내 주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연구기관 등 550여곳이 참여해 여러 기후테크 및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벡스코 제1전시장에는 ▲청정에너지관 ▲에너지효율관 ▲탄소중립관 ▲미래모빌리티관 ▲EXPO 홍보관(2030 부산세계박람회) 등으로 구성됐고, 제2전시장에는 ▲기후·환경기술관 등이 열려 총 6개 전시관이 마련됐습니다.

 

▲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 내 삼성홍보관에 폐배터리 재활용 등 순환경제 관련 주요 성과가 소개됐다 ©greenium

순환경제: 삼성·LG·SK 등 주요 기업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선보여 ♻️

박람회에서 눈길을 끈 키워드 중 하나는 ‘순환경제’였습니다

여러 전시관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목재로 구성된 삼성의 전시관이었습니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지속가능한 일상(Everyday Sustainability)’을 주제로 박람회에 참여했습니다.

삼성 전시관은 지난 4월 서울 ‘2023 월드IT쇼’ 부스에서 사용된 재활용 나무합판 등이 재사용됐습니다. 폐섬유 패널과 폐플라스틱 판재도 마감재로 활용됐다고 삼성 측은 밝혔습니다.

삼성은 전시관에 대해 사용되는 소재의 종류를 최소화하고 조립방식을 최적화해 자원소비량을 줄이는 생산방식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하나인 삼성SDI는 박람회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삼성SDI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재생에너지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화석연료 대체효과를 소개했습니다. 또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LCA(전과정평가) 등의 탄소저감 활동을 데이터로 소개했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간 과정에서 탄소저감·수자원 활용·폐기물 재활용·오염물질 저감 등 4개 분야 세부 목표를 공개했습니다. 전시관 내부 모니터를 통해 각 목표 달성을 위한 혁신 기술의 성과도 소개했습니다.

LG그룹 또한 박람회에서 순환경제를 주요 키워드로 내세웠습니다.

LG는 구형 전기택시에서 수거한 폐배터리를 전시하고, 칠서 리사이클링센터(CRC)에서 폐배터리가 재활용되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해당 센터는 2001년부터 경남 함안군에서 운영 중으로, 폐가전 및 폐배터리 등에서 핵심광물과 원재료가 분리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 방문한 관람객이 SK전시관에서 SK지오센트릭의 폐플라스틱 3대 재활용 기술을 살펴보고 있다 ©greenium

SK이노(SK이노베이션)는 18분 안에 80%까지 충전 가능한 ‘SF(Super Fast)’ 배터리, 핵심광물인 코발트를 빼되 성능은 똑같이 구현한 ‘코발트 프리(Co-free) 배터리’ 등을 전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폐배터리 재활용,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등 폐기물 자원화 기술 성과도 소개됐습니다.

SK이노는 2017년부터 수명이 다한 리튬이온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을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작년 12월 SK이노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인 성일하이텍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습니다. 양사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국내 첫 번째 폐배터리 재활용 상업 공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한편, SK이노 외에도 SK그룹 산하 에너지 관련 6개 계열사 모두 박람회에 참석했습니다. SK이노를 필두로 SK E&S, SK에코플랜트 SKC, SK C&C, SK일렉링크 등이 친환경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 방문한 관람객이 두산그룹의 수소터빈 모형과 APR1400의 원전 주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greenium

원자력·수소: 두산 한국형 원자로 ‘APR1400’과 SMR 등 공개

박람회에서 눈길을 끈 또다른 키워드는 바로 ‘원자력’과 ‘수소’였습니다.

두산그룹은 이번 전시에서 국내 원자력 사업의 핵심 기업이란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두산그룹 산하 두산에너지빌리티가 자체 개발한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의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원전 주기 모형이 전시됐는데요.

APR1400은 2016년 국내 신고리 3호기에 적용돼 상업운전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국내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총 10기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소형모듈원전(SMR) 제작을 위한 기술도 소개됐습니다. 두산에너지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Power)과 협력해 오는 2027년까지 SMR 개발을 완료한다는 방침입니다.

 

▲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 내 현대차그룹관에 전시된 수소전기트럭 살수차와 수소연료전지 멀티콥터 드론 등을 구경하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 ©greenium

두산은 또 박람회에서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 중인 수소터빈의 6분의 1 크기 모형을 국내에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포스코 또한 마찬가지로 수소환원제철 모형과 액화 이산화탄소(CO2) 운송선 모형,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용기에 사용되는 모형 등을 선보였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박람회에서 수소전기트럭 살수차와 수소연료전지 멀티콥터 드론 등을 소개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의 수소 기반 탄소중립 제철 공정 모형과 수소연료전지 분리판도 전시됐습니다.

국내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도 마찬가지로 수소 기반 제철사업을 소개하며,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로드맵을 선보였습니다. 두 기업의 전시모형은 앞서 지난해 8월 수소산업 전문 전시회 ‘H2 MEET(구 수소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바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한화큐셀 차세대 태양광 ‘탠덤 셀’ 등 선보여 🌤️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관련 설비도 박람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술 중 하나였습니다.

한화큐셀은 박람회에서 태양광 혁신제품을 공개했습니다. 한화큐셀은 최대 효율 44%에 이르는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기반 탠덤 셀(태양전지)과 건물일체형 태양광 모듈 시제품 등을 공개했습니다.

탠덤 셀이 이론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대 발전 효율은 현재 시판 중인 전지보다 10%p(퍼센트포인트 )이상 높은 44%에 달합니다. 한화큐셀은 2026년 탠덤 셀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R&D) 중입니다.

세계 해상풍력 개발실적 1·2위를 다투는 덴마크 오스테드(Ørsted)와 독일 RWE도 박람회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스테드와 RWE는 인천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특히, RWE는 전용 전시관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해상풍력단지를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체험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RWE는 2022년 기준 세계 19개 프로젝트에 걸쳐 3.3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운영 중입니다.

 

▲ 지난 5월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 참석한 스벤 올링 주한덴마크대사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덴마크 국가관을 소개하고 있다©주한덴마크대사관

한편, 박람회 개막식인 25일 주한덴마크대사관과 한국풍력산업협회 공동 주최로 ‘한-덴 그린 비즈니스 포럼’이 개최됐습니다.

포럼은 한국 정부의 2030년까지 해상풍력 14.3GW 및 청정수소 30조 원 규모 확대 목표 달성을 위해 양국 간 협력을 다지고자 기획됐습니다.

이날 포럼에서는 오스테드와 한국 케이블 제조기업 LS전선의 ‘2b & 4 해상풍력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 체결식이 진행됐습니다. LS전선이 공급할 해저케이블은 대만 창화 2b&4 해상풍력단지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저작권자(c)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 모아보기]
국내 최대 기후테크 박람회…“탄소중립 위해 ‘파괴적 혁신’ 필요”
아시아 최초 NYT 기후행사…한 총리 “‘가장 흥미로운’ 기후테크는 CCUS”
NYT가 꼽은 ‘기후위기 극복’ 기술은? “모빌리티·NBS·수소!”
이회성 IPCC 의장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후대응 해칠까 우려돼”
⑤ 순환경제·원자력·수소·재생에너지 등 국내 기후테크 현주소는?
기후테크 5대 분야 대표하는 국내 스타트업은?
BCG·BASF 등 기후대응서 업종별 공동 대응 강조…“순환경제 전환도 대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