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소재를 찾기 위한 ‘톰 포드 플라스틱 혁신상’. 영국 윌리엄 왕세자와 왕립재단이 지원하는 국제환경상 ‘어스샷 상’. DAC(직접공기포집) 등 탄소제거 기술 개발 촉진을 목적으로 진행 중인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 대회.

이같이 매년 전 세계에서 기후 및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수많은 대회가 열립니다. 이름조차 매우 생소한 대회라 할지라도, 억만장자나 유명인의 지원을 받으면 대회는 성공적으로 개최됩니다.

그런데 이런 대회가 실제로 기후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최근 호주 온라인 학술저널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렇다”고 말하면서 “일부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 대회는 저비용으로 기가톤Gt 규모의 탄소제거 기술을 갖춘 혁신가를 찾는다 대회에는 총 1132개 팀이 참여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총 5개팀이 참여 중이다 ©XPRIZE

“기후혁신상? 연구 격차 해소 통해 혁신가 양성 가능해! 🧪

기후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대회 상당수는 경쟁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특정 목표를 달성하거나, 특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부 사람들에게 일정 금액의 돈이 제공되는 형태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는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 대회입니다. 이 대회는 저렴한 비용으로 연간 기가톤(Gt) 규모의 탄소제거를 달성할 혁신가를 찾고 있습니다. 머스트 CEO는 대회 진행을 위해 1억 달러(약 1,263억원)의 상금을 내걸었습니다.

X프라이즈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대회를 여는 재단이자 대회의 이름입니다. X프라이즈는 목표를 달성한 이들에게 ‘선착순’으로 상이 수여됩니다. 대회 자체가 경쟁을 통해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영국 서식스대학교에서 과학정책을 연구 중인 압바스 압둘 박사는 이런 대회가 연구 자금의 공백을 채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 바다에서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제거하는 캡츄라 시설의 상상도 캡츄라는 2021년 4월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 대회의 중간 우승팀 15곳 중 하나였다 이 기업은 중간우승에서 1000만 달러약 12억원의 상급을 받았다 ©Captura

대개 정부나 대학 등으로부터 받는 연구 자금은 특정 분야에 쏠린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 외 분야의 경우 연구 관련 자금을 받기 어려울뿐더러, 액수 자체가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점에서 이런 대회들을 통해 연구 자금을 받을 수 있단 것. 압둘 박사는 “특히, 기후적응과 관련된 연구 자금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개발도상국과 도서국 상당수가 위치한 남반구에서도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자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압둘 박사는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변화는 느린 경향이 있다”며 “어스샷 대회와 같은 혁신상의 이점 중 하나는 기후혁신가들을 양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에 소장된 존 해리슨의 크로노미터H4의 내부 모습 ©Mike Peel

세계 최초 혁신상? 바다에서 시작돼…“기후문제 해결 위한 경로 제공해” 🏆

이들 대회 상당수는 ‘혁신’에 주목합니다. 비용효과적 및 비용효율적인 동시에 확장 가능성 면에서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혁신상은 바다에서 시작됐습니다. 지구상에서의 정확한 위치는 두 가지 숫자, 바로 위도(latitude)와 경도(longitude)로 파악됩니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도와 경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위도는 태양 위치나 밤에 특정한 별의 위치를 재는 방법으로 알 수 있으나, 경도는 효과적인 측량 방법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1707년 10월 영국 해군 1,647명이 항해 도중 좌초로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납니다. 짙은 안개로 항로를 잃은 함대가 험한 바위들에 부딪혀 좌초됐습니다. 참사 원인은 경도 계산 실패였습니다.

1714년 참사를 계기로 영국 의회는 경도법을 제정합니다. 항해 중 정밀한 경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이에게 2만 파운드(현재 수십억원 상당)의 상금을 주기로 한 법입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아이작 뉴턴, 에드먼드 핼리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었으나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당대의 예상을 깨고 무명의 시계기술자였던 존 해리슨이 상금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는 40년이 넘는 연구 끝에 1759년 ‘크로노미터H4’라는 정교한 해상기계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그의 발명은 해상 항해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데이비드 라이너 영국 캠브리지대 기술정책 교수는 크로노미터H4 개발 사례를 소개하며 “혁신상은 인류가 어떻게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길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에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현 기후특사이 만난 모습 ©US Department of State

대회 진정성·지속가능성 등 고민해야 해…“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도” 😢

반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기후학과 및 지구시스템과학과의 마크 매슬린 교수는 “혁신상 상당수는 작은 완두콩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금과 비교했을 때, 상금 액수의 규모가 완두콩처럼 작단 것에 비유한 것입니다. 또 대회 시상식에 유명인들이 비행기를 타고 오는 만큼 탄소중립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대회의 진정성 및 지속가능성도 고민해볼 지점입니다.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최초의 대회는 2007년 영국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 경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글로벌 대기업 버진그룹의 회장인 그는 당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흡수·저장을 위한 장치를 개발한 “지구의 구세주”에게 1,000만 파운드(당시 한화 약 148억원)의 상금을 내걸었습니다.

일명 ‘버진 어스 챌린지(Virgin Earth Challenge)’라 불린 대회에 지원자만 2,600여명. 2011년 11개의 최종 결선팀이 발표됐습니다. 여기에는 캐나다 카본엔지니어링, 스위스 클라임웍스, 미국 글로벌서모스탯 등 유명 DAC 기업들이 포함됐습니다.

허나, 상은 수여되지 않았고 2019년 이 대회는 소리소문없이 끝났습니다.

 

▲ 2021년 제1회 어스샷 상 시상식에 참가한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의 모습 ©Earthshot Prize

“혁신상 핵심은 희망적인 메시지에 있어” 📢

그러나 매슬린 교수는 이들 혁신상의 핵심은 ‘메시지’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매슬린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기후문제 이야기는 언제나 ‘파멸(doom)’에 갇혀 있었다”며 “이런 혁신상은 대중매체가 기후문제 해결책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대중의 행동을 독려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기후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대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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