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소재를 찾기 위한 ‘톰 포드 플라스틱 혁신상(Tom Ford Plastic Innovation Prize·이하 혁신상)’의 최종 우승자가 발표됐습니다.

혁신상은 패션업계에서 사용 중인 박막 플라스틱(Thin-film plastic)을 대체할 신소재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박막 플라스틱은 옷·신발 등을 포장하는 얇은 비닐을 일컫습니다.

패션업계에서 연간 사용하는 박막 플라스틱은 약 1,800억 개. 쉽게 찢어지는 특성 탓에 재활용이 어려울뿐더러, 해양플라스틱 폐기물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영화감독 겸 패션 디자이너인 톰 포드는 비영리단체 론리웨일(Lonely Whale)과 함께 2020년경 혁신상을 개최했습니다.

 

▲ 지난 3월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그린 카펫 패션 어워즈에 참석한 왼쪽부터 에코에이지 창립자 리비아 퍼스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모습 이날 어워즈에 참석한 포드는 혁신상 최종 우승자 3팀을 발표했다 ©Tom Ford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그린 카펫 패션 어워즈(Green Carpet Fashion Awards)’에 참석한 톰 포드가 최종 우승자 3팀을 공개했습니다.

3여년간의 진행 끝에 미국 생명공학 스타트업 스웨이(Sway)가 1위를 차지해, 60만 달러(약 7억 8,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이어 인도 생명공학 스타트업 제로서클(Zerocircle)과 영국 생명공학 스타트업 낫플라(Notpla)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25만 달러(약 3억 2,000만원)와 15만 달러(약 1억 9,000만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 지난해 7월 톰 포드 혁신상에 오른 결선 진출자 8팀은 약 9개월 동안 미국 조지아대 신소재 연구소와 시애틀 수족관에서 실증 실험을 거쳤다 시애틀 수족관의 경우 고래 등 해양포유류의 위장을 재현한 삼각플라스크 속에 결선진출팀의 샘플을 넣어 분해 여부 및 속도 등을 측정했다 ©Dmitriy Savchuck

혁신상 최종 우승자 3팀 공통점? ‘해조류’ 사용해 플라스틱 만들어! 🤔

포드는 수상식에서 “(지난 3여년간) 혁신상을 지켜보며 뛰어난 인재들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단 희망을 갖게 됐다”며 “우승자들은 시장과 산업을 넘어 지구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26개국에서 64개 팀이 지원했고, 작년 7월 결선진출자 8팀이 선정됐습니다. 이후 미국 조지아대 신소재연구소와 시애틀 수족관, 카리브해에서 약 9개월간 실증 실험도 진행됐습니다.

주최 측은 조지아대 신소재연구소와 시애틀 수족관에서 “결선진출자들의 재료가 생분해가 가능한지, 부정적인 사회·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비용경쟁력 및 확장성 등 시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엄격한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최종 우승자들 모두 공통적으로 해초·다시마 등 해조류를 사용했단 점입니다. 우승자들은 한목소리로 해조류가 플라스틱의 미래가 될 수 있단 점을 강조합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소재한 생명공학 스타트업 스웨이가 해조류로 개발한 박막 플라스틱왼의 모습 스웨이는 10여년간 포장재 디자이너로 일한 줄리아 마쉬오가 2020년경에 설립했다 ©Sway

스웨이 CEO “해조류, 플라스틱 산업 판도 바꿀 유일한 답” 🌊

10여년간 포장재 디자이너로 일한 줄리아 마쉬가 공동설립한 스웨이는 금번 혁신상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스웨이 최고경영자(CEO)인 마쉬는 “해조류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견된다”며 “플라스틱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여러 재생원료 중 해조류가 유일한 답인 것 같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웨이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를 이용해 박막 플라스틱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해당 플라스틱은 땅에 묻으면 2주 이내로 완전히 생분해될뿐더러, 해조류에서 추출한 천연염료 덕에 색상 변경도 가능합니다.

마쉬 CEO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80%가 설계 단계에서 결정된단 점을 강조하며, “규모·비용·성능·생분해성·환경 및 사회적 영향 등 여러 엄격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사 측은 소수 브랜드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자사의 해조류 플라스틱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인도 생명공학 스타트업 제로서클은 해조류 속 젖산칼륨과 알긴산나트륨을 추출해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오른쪽 사진은 제로서클의 해조류 플라스틱으로 만든 여러 제품의 모습 ©Zerocircle

“해조류 40일 이내 수확 가능…다른 바이오플라스틱 재료보다 지속가능” 🚜

혁신상에서 2위를 차지한 제로서클 또한 올해 하반기까지 자사의 포장재를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둔 제로서클이 개발한 플라스틱은 건조한 해조류에서 젖산칼륨과 알긴산나트륨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 플라스틱은 토양에서는 최대 6주 안에 퇴비화가 가능하며, 바다나 강에 버릴 경우 몇 시간안에 생분해됩니다. 제로서클은 인도 내 해조류 농장에서 원료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제로서클 CEO이자 설립자인 네하 자인은 과거 구글에서 5년간 일한 이력이 있습니다. 인도 내 플라스틱 폐기물 및 생물다양성 손실 문제의 심각성을 느껴 신소재 연구개발(R&D)에 뛰어들었다고 자인 CEO는 회상했습니다.

자인 CEO는 “옥수수·사탕수수 등과 비교해 해조류가 더 지속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이들 농작물을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서는 비료·담수·경작지 등 여러 가지가 투입돼야 합니다. 반면, 해조류는 비료·담수 등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30~40일 이내 수확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제로서클은 해조류가 플라스틱 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 영국 생명공학 스타트업 낫플라가 해조류로 만든 박막 플라스틱왼의 모습 이 기업은 2019년 런던 마라톤에서 식용 포장재 오호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Notpla

낫플라 “플라스틱 문제 해결 위해서는 다양한 해조류 필요해” 🌱

한편, 3위를 차지한 낫플라의 피에르 파슬리 CEO는 “2024년 또는 2025년까지 해조류 플라스틱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낫플라는 2019년 영국 런던마라톤에서 해조류로 만든 식용 캡슐 ‘오호(Ooho)’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또 작년에는 유럽 배달 기업 저스트잇(Just EAT)과 협업해 배달용 포장용기 100만여개를 출시했습니다. 저스트잇은 영국·오스트리아·독일 등 유럽 6개국 음식점에서 낫플라의 해조류 코팅 포장용기를 사용했습니다.

같은해 낫플라는 영국 윌리엄 왕세자가 지원하는 국제환경상 ‘어스샷 상(Earthshot Prize)’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파슬리 CEO는 “해조류는 1만 2,000여종이 넘는 매우 다양한 자원”이라며 “종이의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해조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스웨이나 제로서클 같은 스타트업들과도 협력하길 원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 스웨이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인근 해조류 농장왼에서 수확한 열대 해초중간에서 셀룰로오스를 추출해 박막 플라스틱오을 만들었다 ©Sway

혁신상 우승자, 나이키 등 패션 브랜드에서 사용할 계획 👕

혁신상 심사를 맡은 트러스데일벤처스(Trousdale Ventures)의 필립 사로핌 CEO는 “해조류가 향후 10년 이내에 우리가 사용하는 주재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승자들 또한 이 점에는 공감했습니다. 다만, 마쉬 CEO의 경우 “해조류가 지속가능한 자원인 것은 맞으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최종 우승자 3팀이 개발한 해조류 플라스틱은 대량생산을 거쳐 ‘얼리 어답터 연합(Early Adopter Coalition)’에 가입한 기업들이 우선 사용할 계획입니다. 여기에는 나이키·스텔라맥카트니 등 유명 패션 브랜드가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오는 6월부터 ‘혁신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해 수상자들의 박막 플라스틱이 시장에 널리 채택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주최 측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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