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패션업계를 중심으로 동물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레더 프리(Leather-Free)’ 디자인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2023 서울모빌리티쇼’만 확인해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12개국 163개 기업·기관이 전시에 참여한 가운데 기아·현대차·메르세데스-벤츠·BMW 등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가 신차 12종을 선보였습니다.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카(SUV) ‘EV9’의 경우 재활용 소재가 내부 인테리어에 활용됐습니다. EV9 한 대에 약 70개의 폐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됐습니다. 기아는 EV9을 시작으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10가지 필수 소재를 향후 신차 출시에도 적용한단 계획입니다.

현대차 또한 폐플라스틱 소재 등 친환경 내장재를 신차 전반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비영리 싱크탱크 재료혁신이니셔티브(MII)는 자동차·패션 대기업을 중심으로 ‘차세대 소재(Next-gen materials)’를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MII가 공개한 ‘2022년 차세대 소재 산업 현황’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 미국 스타트업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는 선인장 가죽을 개발했다. 선인장을 가루로 만든 후 섬유화·압축 과정을 거친 것으로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전기차 ‘비전 EQXX’와 패션 브랜드 아디다스의 권투용 글러브 등에 사용된 바 있다. ©DESSERTO

‘식물·균사체·배양·미생물·재활용플라스틱’ 기반인 차세대 소재란? 🌵

MII는 동물성 가죽·모피·양모·솜털·비단 등을 제외한 동물 기반 소재가 아닌 재료를 차세대 소재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소재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재료 추출·생산·소비 전 과정에서 부정적인 환경 영향이 적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폴리우레탄(PU)·염화비닐수지(PVC) 등 플라스틱을 주원료로 만들어진 소재의 경우 차세대 소재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MII는 차세대 소재를 크게 6개로 분류합니다.

 

▲ 재료혁신이니셔티브(MII)에 따르면, 작년 차세대 소재 산업의 투자 금액은 줄었으나 이를 개발하는 기업은 102곳으로 전년 대비 5곳 늘었다. ©MII 제공, geeenium 편집

MII “자동차·패션업체 중심으로 사내에서 차세대 소재 개발하는 경우 ↑” 📈

MII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차세대 소재에 대한 투자는 2022년 4억 5,700만 달러(약 5,987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직전년도인 2021년 9억 8,500만 달러(약 1조 2,904억원)를 투자받은 것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입니다.

MII는 차세대 소재 투자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및 투자 환경 악화 등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20년 투자액인 2억 8,800만 달러(약 3,773억원)와 비교하면 증가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투자 금액은 줄었으나, 차세대 소재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수는 2021년 97개에서 102로 늘었습니다.

이에 대해 MII는 “자동차 제조업체·패션 기업을 중심으로 차세대 소재를 제품에 추가하거나, 사내에서 차세대 소재를 개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령 현대차의 경우 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대체 가죽을 개발한 마이셀(MYCEL)을 사내 스타트업으로 둔 바 있습니다. 마이셀은 2020년 4월 분사하며 별도 회사로 독립한 상황입니다.

102개 기업 중 식물 기반 차세대 소재를 연구하는 경우가 53개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미생물 유래 소재(20곳), 균사체(9곳), 기타(9곳) 순으로 높았습니다. 세포 배양 기반 차세대 소재를 연구 중인 곳은 4곳에 불과했습니다.

 

▲ 비영리단체인 ‘콜렉티브 패션 저스티스’는 작년 11월 가죽(피혁) 산업의 환경적 문제를 지적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Collective Fashion Justice

패션 기후영향, 재료 생산 35%·재료 준비 공정서 30% 발생 🤔

MII는 패션 전생애주기(LCA)를 고려할 경우 “기후 영향의 35%는 재료 생산에서 비롯되며, 30%는 재료 준비 공정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그 점에서 모피·양털 등 동물 기반 소재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단 것이 MII 측의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가죽 무두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수만 170가지. 가죽 산업을 위한 대규모 토지사용과 산림벌채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도 문제입니다.

비영리단체 ‘콜렉티브 패션 저스티스(Collective Fashion Justice)’는 브라질산 가죽으로 가죽 지갑 10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헥타르(ha)의 산림이 파괴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비건 가죽(Vegan Leather)’으로 잘 알려진 인조 가죽도 차세대 소재와 비교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MII는 강조했습니다. 이는 비건 가죽 상당수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패션 브랜드 푸마(Puma)의 최고조달책임자(CSO)인 앤 로어 데스코어즈는 “지속가능성은 매우 복잡하다”며 “소비자들은 (해당 소재가) 100% 지속가능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 ‘히그 지수(Higg Index)는 의류 등과 같은 소재 1㎏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환경부담 요인을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이 요인은 지난해 그린워싱 논란이 불거졌고, 해당 지수를 개발하는 지속가능한의류연합(SAC)은 히그지수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SAC

MII “차세대 소재, 지속가능성과 동의어 되어선 안 돼!” 📢

MII은 “2022년은 패션산업에게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단속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지속가능한의류연합(SAC)는 환경부담 요인을 나타내는 수치인 ‘히그 지속가능성 지수(Higg Index)’의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SAC가 2011년부터 발표한 이 지수는 패션 제조업체의 물소비량·온실가스 배출량·화석연료 사용 등을 평가해 구성됩니다.

그런데 이 지수가 천연소재보다 합성섬유에 훨씬 더 좋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나왔습니다. 이어 노르웨이 소비자청(NCA)이 패션 브랜드인 H&M과 노로나(Norrøna)의 히그지수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단 점을 지적하며, 해당 지수의 사용을 금지하는 성명서를 내놓았습니다.

이후 아디다스·케링(Kering) 등 주요 패션 브랜드들은 앞다퉈 히그지수 사용을 거부했습니다.

MII는 차세대 소재 산업이 ‘지속가능성’과 동의어로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는 차세대 소재 개발을 막는 장애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MII는 “(차세대 소재 산업은) 기존 제품과 비교하여 지속가능해야 하며 비용효율성과 확장가능성을 두루 갖춰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그린워싱 및 기존 업체와의 경쟁도 치열한 점도 문제라고 MII는 덧붙였습니다.

시드니 골드만 MII 최고과학책임자(CSO)는 “그린워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재료 혁신의 투자가 막혀서는 안 된다”면서도 “완벽하게 지속가능한 재료나 제품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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