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는 계절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습니다. 또 어느 옷에나 무난하게 어울려 부담없이 입을 수 있단 장점도 있는데요. 이 때문에 청바지는 시대를 불문하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청바지는 평균적으로 약 40가지의 공정을 거쳐 제작됩니다. 그중에서도 염색과 원단 색을 탈색(워싱·washing) 공정이 청바지의 품질을 좌우하는데요. 문제는 두 공정에서 막대한 물과 화학물질이 사용된단 것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면화 재배에 필요한 물을 포함해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데 필요한 물은 1만 리터. 청바지 특유의 파란색을 내기 위해선 벤젠 및 포름알데히드 같은 화학물질이 사용되는데요. 염색 및 워싱 공정 거치며 다량의 폐수가 배출됩니다.

환경까지 고려한 지속가능한 청바지는 없는 걸까요?

지속가능한 청바지를 만들기 위해선 ‘염료’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곳이 있습니다. 미국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Huue(휴)의 이야기입니다.

 

▲ 청바지 특유의 파란색을 염색하기 위해선 인디고Indigo란 염료가 필요하다 인디고는 특유의 남색을 내는 유기화합물로 오늘날에는 화학합성을 통해 대량생산돼 사용된다 ©Matthew Foley

짙은 파란색 청바지 위해 필요한 염료 ‘인디고’…수질오염 주범 👖

스타트업 Huue(휴)를 알기 위해선 먼저 인디고(Indigo)를 설명해야 합니다.

인디고는 특유의 남색을 만드는 유기화합물질입니다. 즉, 청바지를 파랗게 물들이기 위해 꼭 필요한 염료인데요.

여러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염료였으나, 1897년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가 합성인디고 개발 및 대량생산에 성공합니다. 이후 청바지 수요 증가에 맞춰 합성인디고가 주로 사용되며, 오늘날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합성염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합성인디고는 석유에서 얻은 벤젠에서 만들어집니다. 유독한 화합물 아닐린을 거쳐 인독실(indoxyl)이 만들어지고, 이를 산화해 합성인디고가 나오는 것인데요. 그런데 합성인디고는 물에 잘 녹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 남아프리카 레소토 수도 마세루 인근 의류 공장에서 나온 폐수가 셀리던강으로 흘러간다 청바지 염색 후 나온 파란색 폐수를 확인할 수 있다 ©Robin Hammond

이 때문에 염색공장은 합성인디고를 사용하기 위해선 먼저 인디고를 물에 녹을 수 있는 류코인디고(Leucoindigo) 형태로 바꿔야만 합니다. 이때 여러 강력한 환원제가 사용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해야 청바지의 짙은 파란색이 나오는데요. 환원제가 물에 분해되면서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는 것.

염색공장 상당수가 중국,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있는데 이때 폐수를 정화하지 않고 강으로 흘러보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로 패션산업의 직물 염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수질오염 원인이라고 유엔환경계획(UNEP)은 꼬집은 바 있습니다.

 

▲ Huue의 공동설립자인 미첼 주 CEO왼와 태미 휴 최고기술책임자CTO의 모습 두 사람은 미 UC버클리대에서 만나 Huue를 설립했다 ©Huue

Huue “미생물이 염료 만들도록 프로그래밍 해” ⚗️

이에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Huue(휴)는 지속가능한 염료의 필요성을 내세웁니다. 2018년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석유화학물질 대신 미생물을 활용해 인디고를 생산합니다.

정확히는 미생물 프로그래밍 기술이 활용됐는데요. 이는 미생물이 유용한 물질을 분비 혹은 생산하도록 바꾸는 바이오테크 기술 중 하나입니다.

먼저 Huue는 자연 속 식물들이 어떻게 색을 만드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이후 미생물(대장균)이 식물처럼 색을 만들 수 있도록 유전자 정보를 프로그래밍한 것인데요.

프로그래밍을 거친 미생물이 설탕을 분해 흡수하는 과정에서 인디고와 유사한 염료가 나온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염료는 정제된 후 수율과 순도를 측정합니다. 이후 면을 염료 욕조에 담그고 건조하는 실험도 거치는데요.

이는 기존 식물에서 천연염료(인디고)를 추출하던 방식과 비슷하다고 Huue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미첼 주는 밝혔습니다. 주 CEO는 이어 “패션업계가 (미생물 염료를) 채택해 확장할 수 있도록 순도, 수율, 성능 등의 지표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Huue의 미생물 배양기 모습. 배양기 안에 설탕을 넣은 후 일정 시간이 흐르면, 천연염료(인디고)와 유사한 효소만 남는다. ©Huue, 인스타그램 갈무리

미생물 염료, 합성염료 보다 지속가능해 🦠

합성인디고 1kg를 생산하기 위해선 석유가 1갤런(약 3.78리터)가 필요한데요. 반면, Huue는 자사의 기술이 “지속가능한 염색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Huue는 현재 미생물 염료를 대량생산하고자 대규모 제조 시설과 협력 중입니다.

아울러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긴코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와 지난해 파트너십을 맺었는데요. 긴코의 세포 프로그래밍 플랫폼을 사용해 미생물 염료 생산을 확장 중에 있습니다.

Huue는 아직 청바지 염색에 효과적인 염료(인디고)만 생산 중인데요. 회사는 향후 미생물에서 “흰색·노란색·분홍색·주황색 등 다양한 색의 염료를 뽑아낼” 계획도 밝혔습니다.

Huue의 솔루션이 실제 브랜드에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업계는 일찍이 Huue의 지속가능한 염색 솔루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지난해 ‘최고의 발명품 2021(Best Inventions 2021)’ 중 하나로 Huue의 미생물 염료를 선정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주 CEO는 “패션업계가 변화에 굶주려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이어 “섬유 재활용 및 순환성은 미래다. 염료 또한 지속가능한 재료로 만들기 위해 (패션 브랜드가)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미생물 염료는 2~3일의 배양기간으로 연중 생산할 수 있을 뿐더러,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도 가능해 합성염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2021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Huue의 지속가능한 염료를 선택했다 ©TIME

노벨화학상 수상자도 주목한 Huue ✂️

한편, Huue는 지난 7월 시리즈A투자 라운드를 통해 1,460만 달러(당시 한화 약 190억원)를 조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미국 벤처캐피탈(VC) 머테리얼임팩트(Material Impact) 주도한 투자에 영국 금융기관 HSBC 산하 기후테크VC,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인디바이오(Indie Bio) 등이 투자에 참여했는데요.

2020년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 버클리대 교수 또한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우드나 교수와 남편인 제이미 케이트 교수는 Huue 이사회에 합류한 것으로 전했습니다.

투자를 주도한 머테리얼임팩트는 “Huue의 획기적인 접근 방식은 환경발자국을 최소화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 패션산업에 진정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자금은 미생물 염료의 상업적 규모 확대를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Huue는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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