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아도 아프다”…기후변화, 취약계층 건강 위협 심화

5세 미만 아동이 전체 응급실 초과 방문의 40% 차지… 고온이 건강에 미치는 숨겨진 부담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높아질수록 응급실 방문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특히 5세 미만 어린이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7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수집된 응급실 방문, 입원, 사망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온 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기후 변화가 사망률 증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하며 특히 사회적 취약 계층에 더 큰 부담을 준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연구를 이끈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의 환경보건학자 카를로스 굴드는 “과학자들은 수십 년간 극심한 더위와 추위가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왔지만, 질병률 등 건강 악화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사망률뿐 아니라 질병률에 초점을 맞춰, 기온 변화가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더운 날, 5세 미만 아동 응급실 방문 40% 급증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단순히 사망률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건강 악화를 유발하며 특히 어린이와 노인 등 취약 계층에 불균형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2년 동안 캘리포니아 전역의 모든 비연방 병원에서 발생한 1억 2,300만 건의 응급실 방문, 4,500만 건의 입원, 290만 건의 사망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응급실 방문과 입원은 ZIP코드 단위로, 사망은 카운티 단위로 분석되었으며, 고해상도 기온 데이터와 결합해 월별 단위로 건강 결과와의 상관관계를 평가했습니다.

분석 결과, 기온이 상승할수록 응급실 방문은 선형적으로 증가했고, 5세 미만 아동의 응급실 방문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연령대는 전체 인구의 6%에 불과했지만, 응급실 방문의 12%를 차지했으며, 가장 더운 날에는 초과 방문의 40%가 이들로부터 발생했습니다. 반면, 같은 연령층은 기온 변화에 따른 사망률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보이지 않아, 건강 악화가 주로 비치명적인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전체 사망의 70% 이상을 차지했으며, 고온과 저온 모두에서 사망률이 증가했습니다. 입원율 역시 고령층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사망률과 입원율은 기온이 극단적으로 낮거나 높을 때 상승하는 U자형 곡선을 그린 반면, 응급실 방문은 기온이 오를수록 꾸준히 증가하는 선형 패턴을 보였습니다.

기온 변화에 따른 질병 유형도 다양했습니다. 30~34°C의 더운 날에는 일반 증상, 외상, 신경계 질환, 정신 건강 문제, 비뇨생식기 질환, 독소 관련 질환 등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 평균 0.5~1% 증가했습니다. 일부 질환은 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명확하지 않지만,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의 로버트 미드 연구원은 “고온이 사람들의 행동에 미치는 복합적인 영향을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워싱턴 대학교의 크리스티 에비 교수는 이번 연구가 캘리포니아에서 자주 발생하는 산불과 같은 환경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산불은 고온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 사망률 증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극단적 기후 변화가 앞으로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예측도 제시했습니다. 2050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는 고온 현상의 증가로 인해 응급실 방문이 0.46% 늘어나면서, 누적 약 150만 건의 추가 방문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같은 기간내 입원과 사망은 각각 0.18%, 0.4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추위로 인한 사망과 입원의 감소로 인해 전체 입원과 사망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굴드는 “사망은 물론 가장 중대한 결과이며, 이를 예방하는 것이 공중보건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하면서도, “열이 사람을 죽이지 않더라도 아이들, 가족, 근로자, 병원, 지역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이어 “열은 사람을 죽이지 않더라도 건강에 깊고 넓은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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