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대학교의 앤드류 헐트그렌 박사 연구팀이 기후변화가 전 세계 주요 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54개국 12,658개 지역에서 수집된 옥수수, 콩, 쌀, 밀, 카사바, 수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지구 평균 기온이 1°C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작물의 칼로리 생산량은 연간 5.54×10¹⁴ 킬로칼로리(kcal)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하루 평균 약 121 킬로칼로리(kcal)에 해당하는 손실이다.
농민들의 다양한 기후적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세기 말까지 상당한 수확량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후변화… 전 세계 식량 생산의 불균형적 위기 초래해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농작물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있어, 전 세계 농민들의 실제 적응 행동을 계량적으로 반영한 첫 번째 글로벌 분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지구 전체 칼로리 생산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6개 주요 작물에 대해, 다양한 기후 조건과 소득 수준을 아우르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중간 배출 시나리오(RCP 4.5)를 기준으로 할 때, 작물 수확량은 2050년까지 평균 8.3%, 2098년까지는 12.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수치는 기후적응 노력이나 소득 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만약 농민들이 온난화에 대응해 품종을 바꾸거나 관개 방식을 조정하는 등의 적응 조치를 취하고, 소득 증가로 기술 접근성이 개선된다는 조건을 반영하면 손실은 각각 7.8%, 11.2%로 다소 줄어든다. 그럼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는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물별로 기후변화의 영향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세기말 기준 중간 배출 시나리오에서 쌀은 수확량 감소가 1.1%에 그친 반면, 콩은 22.4%로 가장 큰 손실이 예측됐다. 쌀의 경우, 야간 기온 상승이 오히려 수확량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와 전반적인 온난화의 부정적 영향을 일부 상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배출 시나리오(RCP 8.5)에서는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진다. 옥수수는 미국 곡물 벨트, 동부 중국, 중앙아시아, 남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약 40%의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며, 콩은 미국 내에서 최대 50%까지 줄어들 수 있다. 밀은 주요 생산 지역에서 15~40%의 손실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카사바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약 40%의 대규모 손실이 예측된다. 수수는 북미,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주요 재배 지역에서 10~40%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일부 서유럽과 북중국에서는 소폭 증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지역별 피해 양상은 더욱 불균형하다. 세계 식량 생산의 중심지인 북미와 유럽의 고소득 ‘빵바구니(breadbasket)’ 지역, 그리고 카사바 의존도가 높은 최빈국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간소득 지역은 약 18%의 수확량 손실이 예상되며, 최상위 소득 지역은 평균 41%, 최하위 소득 지역은 평균 28%의 손실이 예측된다. 고소득 국가의 농업이 평균 수확량 극대화를 목표로 최적화되어 있어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농민들의 기후적응 노력이 완전한 해법은 아니지만, 수확량 손실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행동 기반의 기후적응과 소득 증가를 반영할 경우, 전 세계 작물 수확량 손실은 2050년까지 약 23%, 2098년까지 약 34%가량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작물별로는 쌀이 세기말 기준 손실의 79%를 기후적응을 통해 상쇄할 수 있었던 반면, 밀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적응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남미가 옥수수와 콩을 중심으로 가장 큰 기후적응 효과(61%)를 기록했다.
한편,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를 이산화탄소 배출 1톤당 경제적 피해로 환산한 ‘부분적 탄소 사회적 비용(partial Social Cost of Carbon, SCC)‘도 제시했다. 이 수치는 할인율, 국제 무역, 작물 전환 여부 등 다양한 정책 가정에 따라 최소 $0.99(약 1,360원)에서 최대 $49.48(약 67,950원)까지 폭넓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