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경제성 자랑하던 호주 그린 수소 산업 ‘흔들’

125억 달러 프로젝트 철회, 인력 감축, 수요 부족… 호주 수소 산업의 '닭과 달걀' 딜레마

호주는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 탈탄소화를 위해 그린 수소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철강·암모니아 생산 등 고탄소 산업의 대안으로 부상한 그린 수소는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퀸즐랜드주가 센트럴 퀸즐랜드 수소 허브(CQ-H2)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고, 에너지기업 포티스큐가 그린 수소 관련 대규모 인력을 감축하는 등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높은 생산 비용, 제한된 수요, 인프라 및 재생에너지 확보의 어려움 등 복합적인 도전 속에서 호주의 그린 수소 산업은 상업화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인력 감축·정부 철회·수요 정체… 호주 그린 수소 산업의 삼중 장벽

최근 산업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퀸즐랜드주 정부는 125억 호주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센트럴 퀸즐랜드 수소 허브(CQ-H2)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전격 철회했습니다. 이 결정은 포티스큐가 퀸즐랜드와 서호주에서 그린 수소 관련 일자리 90개를 줄인 직후에 나왔습니다

CQ-H2는 스탠웰이 주도한 대형 프로젝트로, 초기 하루 200톤의 수소 생산을 시작으로 최대 2,88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습니다. 수소 생산 설비, 글래드스톤 항까지의 수소 가스 파이프라인, 액화 및 선적 시설, 암모니아 생산 공장에의 공급까지 포함된 통합형 허브였습니다.

퀸즐랜드 재무·에너지 장관 데이비드 자네츠키는 “이 프로젝트에는 10억 호주달러(약 9,000억 원)가 넘는 주정부 예산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며, 물·항만·송전·수소 생산 인프라까지 포함하면 부담이 지나치게 컸다”고 밝혔습니다. 크리사풀리 정부가 기존 발전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정책 방향과도 충돌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연방 정부는 여전히 그린 수소 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리카가 주도하는 헌터 밸리 수소 허브에 4억 3,200만 호주달러(약 3,860억 원)를 투자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오리카의 암모니아 및 폭발물 제조 공정을 탈탄소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그린 수소·암모니아 수출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현재 호주 전역에는 약 15개의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이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하루 8kg에서 1톤 사이의 소규모 생산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면, CQ-H2와 같은 중단된 프로젝트들은 하루 수백 톤에서 수천 톤 규모를 겨냥했지만, 호주 아직 대형 수소 시설의 설계·건설·운영에 충분한 경험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요 부족도 큰 걸림돌입니다. 호주 내 연간 수소 소비량은 약 50만 톤으로,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를 활용해 기업들이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외부 공급 수소를 활용하려면 고비용의 설비 교체가 필요합니다.

이로 인해 산업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수요가 확정되지 않으면 대규모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가 어렵고, 공급이 안정되지 않으면 소비자도 설비 전환을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가격 경쟁력도 문제입니다. 그린 수소는 천연가스 기반 수소보다 훨씬 비싸며, 소비자들이 이 가격 차이를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정부 보조금과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린 수소의 생산에 필요한 전기의 단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호주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전력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지만, 대규모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자체가 또 다른 과제입니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결정은 더욱 신중해지고 있습니다.

정치적 리스크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연방 차원에서는 알바니지 정부가 ‘호주에서 만든 미래(Future Made in Australia)’ 정책의 핵심으로 수소 산업을 내세우고 있으나, 야당은 2023년 수소 세액 공제 도입에 반대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적 합의가 미흡한 상황은 산업계의 중장기적 전략 수립에 혼선을 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린 수소 산업이 암모니아 등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용도에 집중한 뒤,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동시에 수소 보조금 정책도 재설계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현재 연방 정부의 수소 헤드스타트 프로그램과 세액 공제는 수소의 사용처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요 창출이 절실한 산업에서의 사용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호주의 그린 수소 산업은 여전히 높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고비용 구조·제한된 내수 시장·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삼중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정교한 전략과 초당적 정치적 공감대가 매우 절실합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남기기

관련 기사

그린비즈

미국 내무부, 국가안보 위험 이유로 해상풍력 프로젝트 90일간 중단

그린비즈, 스타트업

현대차 정몽구 재단 ‘그린 소사이어티’, 기후테크 사업화 공로로 대통령 표창 수상

그린비즈, 산업, 정책

이탈리아, 태양광 입찰서 중국산 부품 사용 제한 단행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