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청정수소 산업, 투자와 철회의 기로에서

4.3억 호주달러 투자와 10억 지원 거절… 산업의 기회와 위기 공존

호주 정부는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동시에 새로운 투자가 이뤄지며 복합적인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오리카가 주도하는 헌터 밸리 수소 허브에 4억 3,200만 호주달러(약 3,86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 퀸즐랜드주는 125억 호주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CQ-H2 프로젝트에 대한 10억 호주달러(약 8,970억 원)의 연방 정부 지원 요청을 거절하며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을 더했습니다. 이러한 상반된 결정은 고비용, 수요 부진, 프로젝트 지연 등 국제 수소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호주 수소경제, 고비용·정책 혼선에 ‘삐걱’…

호주는 석탄과 천연가스 수출 중심의 기존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소 산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연방 정부는 향후 10년간 50억 호주달러(약 4조 4,800억 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수소 산업에 투입하여, NDC 감축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정부는 세계 최대 폭발물 제조업체인 오리카가 주도하는 헌터 밸리 수소 허브에 4억 3,200만 호주달러(약 3,86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오리카의 인근 암모니아 및 폭발물 제조 공정을 탈탄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녹색 수소와 녹색 암모니아의 수출 기반을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크리스 보웬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투자는 호주의 에너지 미래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시기, 퀸즐랜드주는 스탠웰, 케펠, 마루베니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요청한 10억 호주달러(약 8,940억 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거절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총 건설비는 125억 호주달러(약 11조 2,000억 원)에 달하며, 일본·싱가포르로의 수출도 계획돼 있었습니다. 이 결정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의 정책 불일치를 드러내면서 수소 산업의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주가 겪는 어려움은 전 세계 수소 산업이 직면한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2023년 약 9,700만 톤의 수소가 생산되었는데, 주요 사용처는 석유 정제, 암모니아 및 철강 생산 등 중공업 분야입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화석연료 기반의 ‘그레이 수소’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수반됩니다. 그레이 수소는 킬로그램당 약 0.98~2.93달러 수준으로 생산되지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는 킬로그램당 4~12달러로 비용이 높습니다. 다만, 재생에너지 발전과 전해조 기술의 진보로 그린 수소의 생산 단가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호주는 라트로브 밸리에서 5억 호주달러(약 4,482억 원) 규모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 공급망 구축을 시험 중입니다. 일본 및 호주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갈탄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액화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방식입니다. 현재는 탄소 배출이 동반되지만, 향후 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통해 무배출 공급망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편, 헌터 밸리 수소 허브는 원래 호주 오리진 에너지와의 합작으로 추진됐으나, 오리진이 2024년 비용 문제와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철수하며 오리카 단독 프로젝트로 재편됐습니다. CQ-H2 프로젝트도 스탠웰이 2025년 7월 사업에서 철회하면서 사실상 무산되었습니다. 이 두 사례는 호주 최대 규모의 수소 프로젝트들이 연이어 좌초된 대표적 사례로, 산업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BP는 호주 퍼스에서 추진하던 재생 연료 허브 계획을 잠정 중단하는 등 잇따른 사업 연기와 철수는 호주 수소 산업이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음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발전은 희망의 단초를 남기고 있습니다. 투자 그룹 번스타인은 2030년까지 그린 수소 생산 단가가 킬로그램당 2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으며, 연료 전지 비용 역시 킬로와트당 30달러(약 41,000원)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런 비용 하락은 수소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실질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호주의 수소 경제 전환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고비용 구조, 정체된 수요, 잦은 프로젝트 지연이라는 삼중의 장벽에 부딪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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